큰 스님 환갑날 행자생활에서 가장 답답했던 점은 말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행자가 공경해야할 스님들에게 이야기를 먼저 할 수 없고, 스님들도 행자라는 존재에 관심이 없는 듯 아예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처음 절 생활을 하는 입장에선 온갖 것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내 입장에서.. 경전/성철스님 2017.05.29
행자생활 적응 '채찍' "니 지금 뭐하노. " 성철스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녁밥을 짓기 위해 할 줄 모르는 조리질을 하느라 샘가에서 끙끙거리고 있을 때였다. 반가운 마음에 불평겸 하소연을 했다. "원주스님이 갑자기 불러내더니만, 오늘 저녁부터 공양주 노릇 하라고 해서 지금 조리질 하고 있심더. .. 경전/성철스님 2017.05.26
"중노릇 쉬운것 아이다" "내일이 동지 보름이라, 이왕 하는 김에 좋은 날 삭발하지요. " 우여곡절 끝에 2만1천배를 마치자 원주스님이 삭발 날짜를 잡았다. 백련암에서는 성철스님의 뜻에 따라 삭발과 관련된 모든 의식을 없앴다. 대야에 물을 떠놓고 원주스님이 직접 가위 들고 긴 머리카락을 대강 자른 다음 바.. 경전/성철스님 2017.05.25
2만 1천배 엄명 성철스님과 약속한 일주일 기한을 며칠 넘기고 백련암에 도착한 날, 먼저 큰스님에게 절을 올렸다. "오긴 왔구만. 그래도 약속은 지킨 셈이 됐네. " 큰스님은 뒤늦게 온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곧바로 엄명이 떨어졌다.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매일 3천배 기도를 하거래이. 새벽 예불하고.. 경전/성철스님 2017.05.23
"출가, 그럼 그래야지" 뒤숭숭한 밤을 보내고 아침공양도 하는둥 마는둥 했다. 오락가락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성철스님이 일찍부터 시자를 보내 찾았다. 스님은 뭔가 흐뭇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출가하기로 마음 묵었나. " 출가라는 것이 가벼운 일이 아니기에 결심이 서지 않는 한 확답을 해선 안된.. 경전/성철스님 2017.05.19
"니 고만 중 되라" 1972년 새해가 밝았다. 문득 백련암으로 성철스님을 찾아 뵙고픈 마음이 일어났다. 지난 몇 개월 동안 힘을 낸다고 냈으나 별다른 진전을 느끼지 못했다. 큰스님을 뵈면 뭔가 결단을 내릴 수 있으리란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1월 2일 대구에서 해인사로 가는 시외버스안에서 일어난 일이다... 경전/성철스님 2017.05.18
화두 '삼서근(麻三斤) ' 그렇게 한 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그냥 가라는대로 내려갈 수는 없다. 불교를 가르치지 않겠다면…,그렇다 참선(參禪) 이다. 성철스님은 평생 참선으로 일관해온 선승(禪僧) 이 아닌가. 다시 간청했다. "큰스님.불교에 대해 배우는 것은 그렇다 치고,저는 본디 참선 공부를 하고 싶어했습.. 경전/성철스님 2017.05.17
불기자심 전신이 욱신거리는,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큰스님을 찾아뵈었다. "어제 뭐라 했노. 좌우명 달라 했제. 너거들 낯짝 보니 좌우명 줘 봤자 지킬 놈들이 아이다. 그러니 그만 가봐라!" 무슨 청천에 벽력인가. 그렇게 힘든 절을 시켜 놓고는 "그만 가봐라" 라니. 황당하다 못해 어이도 없었다. .. 경전/성철스님 2017.05.15
일만배 약속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만번 절하고 오겠습니다. " 참 당돌한 약속을 해버렸다. 큰스님 방에서 물러나와 친구 스님 방으로 내려왔다. 우선 절하는 방법을 배운 다음 각오를 다지느라 객실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3천배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인 친구가 아무래도 내키지 않아 했다. 친구.. 경전/성철스님 2017.05.10
첫 만남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대구에 머물던 1971년 3월. 하루는 절친한 친구가 찾아와서 "내일 해인사 백련암에 갔다오자" 고 말하는 것 아닌가.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갑자기 불교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불교학생회에 가입한 이후 관련 서적을 간간이 보아 왔다. 그런데 그 친구는 .. 경전/성철스님 2017.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