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쭐난 배추밭 울력 환속소동이 마무리되고 친구들 발걸음도 끊어질 무렵 김장준비할 철이 다가왔다. 김장거리로 심었던 배추.무는 말 그대로 청정채소다. 해우소(解憂所.근심을 푸는 곳이란 뜻으로 화장실을 지칭) 에 채워 놓았던 풀을 썩혀 만든 두엄으로 거름을 썼으며, 풀벌레도 약 대신 손으로 잡아내.. 경전/성철스님 2018.07.09
숙박비 삼천배 친구들 사이에 출가 사실이 알려지면서 환속을 독촉하기위해 찾아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 없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산중 암자를 찾아온 친구들과 환속으로 실랑이를 벌이거나 지난 얘기를 하다보면 늦어져 절에서 재워줘야하는 일이 잦았다. 친구들이 들락거리는 것을 보고.. 경전/성철스님 2018.07.03
나의 환속문제 해결 공양주 행자 시절의 일이다. 아침 공양시간이 됐는데도 반찬을 준비해야하는 채공 행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원주스님께 "채공행자가 보이지 않는다" 고 알렸다. 원주스님이 부엌으로 들어서며 한마디 했다. "야반도주했구만. " '야반도주' 란 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당장 '채공 행자의 역.. 경전/성철스님 2018.06.28
가족과의 '환속전쟁' 행자 시절 하루는 성철스님이 마당을 거닐다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놈아, 니 여기 온 지 몇 개월 됐노?" "대략 서너달은 된 것 같심더. " 큰스님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마디 보탰다. "니도 너거 집에서 어지간히 귀찮았던 놈인가 보제."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어 어리둥절해 하는데, 큰.. 경전/성철스님 2018.06.25
큰스님 語法 산사생활은 간단명료하다. 관공서나 군대처럼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큰스님을 정점으로 상좌 몇명이 시봉하는 체제다. 살림이나 생활도 큰스님을 중심으로 단순하게 반복된다. 큰 스님은 절집 생활처럼 간단명료한 것을 좋아했다. 큰스님이 "그거 우찌 됐노?" .. 경전/성철스님 2018.06.21
어린이의 친구 성철스님은 아이를 무척 좋아했다. 여신도들이 가끔 꼬마들을 데리고 오면 꼭 아이들을 불러 과일이나 과자를 주곤 했다. 아이들의 천진함을 마냥 좋아했다. "숨김없이 지 생각나는 대로 반응하는 것이 어린애 아니냐. 그게 얼마나 좋냐. " 그런데 큰스님은 아이들을 보면 꼭 장난을 건다... 경전/성철스님 2018.06.15
꽃 나무 사람 성철스님이 옛날에는 별로 꽃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하는데, 환갑이 지나면서는 마당의 꽃과 나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흰 모란을 좋아했고 말년에는 장미도 좋아하셨다. 지금도 큰스님을 모시던 시절을 생각하면 ' 우리들이 꽃을 잘 가꿀 줄 몰라 좋은 꽃 선물을 제대로 못했.. 경전/성철스님 2018.06.11
몸에 밴 근검절약 시찬 시절 수시로 큰스님 방을 드나들곤 했는데, 어느날 물을 갖다드리려고 방문을 열어 보니 큰스님이 평소 안쓰는 안경을 끼고 뭔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낡은 양말을 들고 바느질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얼른 물그릇을 놓고 다가갔다. "큰스님, 뭐 이런 걸 하고 계십니까. 저들이.. 경전/성철스님 2018.06.07
노승의 장난끼 성철스님의 목욕을 돕는 것도 시찬인 내가 해야할 일인데, 시찬을 막 시작한 나를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안경이었다. 뜨거운 물을 부어 온도를 맞춘 목욕탕에 들어가니 안경에 김이 잔뜩 서려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되질 않았다. 큰스님이 벌써 몸을 불렸는지 목욕탕으로 들어서는 나를 .. 경전/성철스님 2018.06.04
소식(小食) 실천 엉터리 솜씨에도 불구하고 성철스님이 아무 말 안하니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나보다' 하던 무렵이다. 그날도 잘 차리지 못한 밥상을 큰스님방으로 들고 갔다. 성철스님이 밥상을 앞에 두고 한참 바라보시더니 답답하다는듯 한마디 하셨다. "임마! 니 솜씨 없는 거는 내가 이미 다 알고 .. 경전/성철스님 2018.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