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성철스님

몸에 밴 근검절약

敎當 2018. 6. 7. 13:52

시찬 시절 수시로 큰스님 방을 드나들곤 했는데,

어느날 물을 갖다드리려고 방문을 열어 보니

큰스님이 평소 안쓰는 안경을 끼고 뭔가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낡은 양말을 들고 바느질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얼른 물그릇을 놓고 다가갔다.

 

"큰스님, 뭐 이런 걸 하고 계십니까. 저들이 기워드리겠습니다. "  

"이놈아! 너거 솜씨가 솜씨라고. 내가 너거들 보다는 훨씬 낫제. 씰데없는 말 하지말고 얼른 나가!"

 

호통에 그냥 물러나왔다.

전구에 양말 뒤꿈치를 씌워 기우는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평생 입고 다니던 누더기를 펼쳐놓고 꿰매곤 했다.

큰스님의 바느질 솜씨는 자랑할만했다.

암자에서 바느질 솜씨 좋다는 스님들보다 더 촘촘하게 바느질을 했다.

그래도 노스님이 바느질하는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워 한마디 건의했다.

 

"큰스님, 요새 나일론 양말은 잘 떨어지지 않는데,

질긴 나일론 양말을 신으시지

그렇게 잘 떨어지는 목양말을 신으시고 바느질만 하셔야 되겠습니까?"

 

"니는 우째 하는 말마다 내 귀를 짜증나게 하노. 이놈아!

나이롱 양말이 질긴 줄 몰라서 안 신는 줄 아나 

중이라면 기워 입고 살 줄 알아야제.

너거나 질긴 양말 신어라. "

 

성철스님은 고희(古稀.일흔살) 를 넘기고서도 옷가지나 내복을 손수 기워 입곤 했다.

스스로의 체력이 닿는한 기본적인 수도승의 의무를 놓으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큰스님이니 뭔가 낭비하는 일은 참고 보지 못했다.

 

하루는 어떤 스님이 큰스님을 찾아 뵙는다고 올라왔다.

다른 스님들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무척 귀한 손님인듯 시종 흐뭇해 하는 모습이었다.

 

"와 오는 사람한테 차 한 잔도 안 주노?"

 

스님의 호령에 따라 내가 부엌에 나가 차를 만들어 왔다.

여러 스님에게 차를 돌리는데, 큰스님 앞에 물이 몇 방울 떨어졌다.

 

"야아, 빨리 물 닦아야지. "

 

큰스님의 말을 듣고 둘러보니 마침 두루마리 휴지가 옆에 있었다.

급한 김에 손등으로 몇 겹 휘감아 뜯은 다음 물방울들을 훔쳤다.

큰스님이 그런 모습을 한참 노려보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니는 니 애비가 만석꾼이제. "

 

어떻게나 송구스러운지 몸둘 바를 찾지못했다.

그렇지만 그런 불호령이야 철부지 제자를 가르치는 말씀이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정말 큰스님이 대노(大怒) 한 모습을 본 것은 그 얼마 뒤였다.

 

큰스님이 원명스님을 시자로 데리고 산행을 다녀온다며 오후 1시쯤 나갔다.

그런데 저녁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질 않았다.

스님들이 "무슨 일이 있나. 큰절로 내려가셨나" 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땅거미도 지고 제법 어둑어둑해진 무렵 뒷산에서 인기척이 나 스님들이 우루루 몰려갔다.

피곤이 역력해 보였다.

원주스님을 위시해 선배 스님들이 전부 큰스님 방으로 불려갔다.

 

"어른이 나가서 예정된 시간에 돌아오지 않으면 찾아 나서야지. 그래, 모두 집구석에서 웅크리고만 있었나"

 

노기 등등한 고함이 끊이지 않았다.

시자 스님이 산길을 잘못 들어 깊은 골에서 길을 잃었던 것이다.

시찬 입장에서 '과연 공양상을 갖다 드려야 하느냐, 마느냐' 로 한참 고민했다.

너무 늦은 저녁이라 나 대신 시자스님이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인정머리 없는 너거들 밥은 내가 안 먹는다. "

 

와장창하면서 밥상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얼른 뛰어 들어가 부서진 그릇들을 덜덜 떨면서 주워담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저녁밥을 다시 했다.

윗스님들이 올라가 큰스님께 빌고 빌은 다음, 늦은 저녁을 다시 올렸다.

큰스님께서 집에 계셔도 긴장, 나가셔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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