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월선사 밤새 성난 폭풍우가 훑고 지나간 때문일까. 산색이 맑다. 특히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은 가야산 나무들의 기상이 높다. 해인사의 한가한 뒷방에서 극락전 한주 도견스님(80)이 맞는다. 가야산 나무들을 키우고 지켜냈던 ‘산감’ 지월 선사(1911~73)의 맏상좌(첫제자)다. 일찌기 명예욕을 벗.. 경전/도인과 선사 2014.05.06
인곡선사 바위능선들을 병풍 삼은 망월사의 한 누각 옆에 오래된 새집이 있다. 천중선원을 지켜보는 자리다. 새는 선원을 돌며 명예도 살심도 한바탕 벗어버린 납자(선승이 스스로 납루한 자로 낮춰 부르는 말)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1923년 청년납자가 망월사로 용성선사를 찾아왔다. “무슨 .. 경전/도인과 선사 2014.03.29
우화 도인 전남 나주 금성산에 이르니 하늘 샘에 구멍이 난 듯 폭우가 쏟아진다. 하늘과 땅과 계곡이 비로 인하여 함께 춤춘다. 우화(雨華)도인(1903~1976)의 환영식인가. 우화가 그토록 좋아했다는 수박을 들고 경내에 들어섰다. “아따 무겁게 뭔 이런 것을 사오시요. 글씨.” 적막한 경내에서 주지 .. 경전/도인과 선사 2014.03.13
금오선사 충북 보은 속리산의 품이 넓은 때문일까. 법주사의 33미터 청동대불조차 위압적이지 않다. 법주사는 금오선사(1896~1968)가 열반한 곳이자 ‘금오문중’의 본산이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금오는 전생으로부터 인연때문인지 불과 16살에 도를 구하겠다며 금강산으로 떠났다. 걸어서 석달 .. 경전/도인과 선사 2014.02.08
춘성선사 경기도 의정부 호원동의 큰길을 벗어나면 도봉산 망월사까지 찻길은 아예 없다. 온전히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산길이다. 한 낮의 해는 뜨겁다. 한 잔 감로수와 시원한 빗줄기가 어찌 그립지 않을까. 이 산을 호령했던 ‘도봉산 호랑이’ 춘성 선사(1891~1977)는 만해 한용운의 유일한 상좌다. .. 경전/도인과 선사 2014.02.03
탄허선사 △ 탄허선사가 브이자를 그린 손을 든채 강의를 하고 있다. 강원도 오대산에 접어들면 물은 물대로 좋고, 산은 산대로 좋다. 월정사 주차장 계곡 위 금강교를 지나 오른쪽 산기슭으로 가면 만나는 호젓한 외딴집이 방산굴이다. 탄허 선사(1913~1983)가 머물던 자리다. 탄허는 전북 김제에서 .. 경전/도인과 선사 2014.01.19
용화선원 전강선사 남의 등불 부러워말고 내 등불 켜라 인천시 남구 주안동 기린산 용화선원. 이곳은 공장지대다. 예전엔 주위가 염전이었다. 어찌 산 좋고 물 좋은 명당들을 두고 이 곳에 참선도량이 자리했을까. 1961년 용화선원을 창건한 이가 전강선사(1898~1975)다. 전강은 전남 곡성 입면에서 빈농의 아들.. 경전/도인과 선사 2013.12.22
보문선사 ‘지혜의 화신’ 문수보살이 머문다는 성산 오대산 상원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잠겼다. 문수보살 상이 모셔진 문수전에서 행자복을 입은 40여 명의 재가불자들이 참선 중이다. 철야 용맹정진이다. 조계종 초대 종정인 한암 선사(1876~1959)의 탄신을 맞아 오대산문은 재가 불자들을 초청.. 경전/도인과 선사 2013.12.08
벽초선사 △ 세계 최대 비구니선원인 견성암의 한 방에 내걸려 있던 벽초 선사의 사진. ‘숨은 도인’에 대한 비구니 선승들의 존경과 흠모는 남달랐다. 홍성에서 예산으로 들과 들에서 봄이 자라고 있다. 석니(釋尼)뜰이다. 백제시대부터 이 들녘은 석가모니와 비구니를 뜻하는 이름으로 불렸으.. 경전/도인과 선사 2013.11.20
금봉 선사 △ 금봉선사가 입적하기 전 해인 1958년 쓴 <보장록>에 끼워져 있던 그의 사진. 충남 예산 덕숭산 정상 부근 정혜사는 마음의 눈까지 트이게 할만큼 시야가 트여있다. 눈이 시릴만큼 이 푸른 하늘을 향해 후련하게 내뿜는 담배의 맛은 오죽했을까. 늘 담배를 입에 달고 산 담배도인이 .. 경전/도인과 선사 201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