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선사 대구 팔공산 서쪽 용담을 지나 가파른 산길을 30분 가량 오르니 파계사 성전암이다. 암자의 가파른 벼랑 아래엔 3백년 된 전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서있다. 일체의 틀과 형식을 격파해버린 고봉선사(1890~1961)처럼 뭇나무들과 어깨동무를 하지 않고 홀로 하늘을 벗 삼고 있을 뿐이다. .. 경전/도인과 선사 2013.10.13
법회선사 △ 경기도 용인 법륜사 극락암에 모셔진 법희선사 영정 사진. 충남 예산 덕숭산 수덕사에서 호젓한 솔밭길을 5리쯤 오르니 견성암이다. 멀리 보면 돌담 너머로 옹색한 듯하지만 정작 ‘견성’(성품을 봄·깨달음)의 자리는 툭트여 넘침도 모자람도 없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 경전/도인과 선사 2013.09.26
보월선사 충남 예산군 봉산면 국도에서 울창한 숲길을 10여분 오른다. 보덕사다. 샘가에선 단아한 비구니들과 행자가 과일과 야채를 씻고 있다. 봄볕 아래 빛나는 비구니의 빈 머리가 과일보다 오히려 싱그럽다. 보덕사는 보월 선사(1884~1924)가 너무나도 짧은 삶을 불태웠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비구.. 경전/도인과 선사 2013.09.23
동산선사 ‘이 문을 들어선 순간 가진 것을 모두 놓아라.’ 태백산맥 최후의 혈처 부산 금정산 범어사 경내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것은 날 선 글귀다. 선찰대본산의 칼날이다. 이야말로 일체 관념조차 ‘무소유’하라는 ‘선의 본가’다운 경책이다. 돌계단 위엔 요즘 매주 토요일 선.. 경전/도인과 선사 2013.08.20
경봉선사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한 곳의 이름을 딴 경남 양산 영축산. 불보사찰 통도사에 드는 영축산문을 지나 천년 솔향을 품은 계곡을 거슬러 십리길을 오른다. 천상과 지옥을 모두 함께 잊게 하는 극락암이다. 경봉 선사(1892~1982)의 처소인 삼소굴 옆엔 그를 평생 시봉했던 극락선원 선원장 명.. 경전/도인과 선사 2013.07.18
경허선사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아침 동학사 오르는 길엔 매서운 바람이 마중한다. 칼바람에 낙엽이 허공을 가르고, 나무의 잔가지는 부서져 흩어진다. 바윗장보다 두꺼운 얼음이 계곡물을 막아섰다. 산도 얼고 계곡도 얼었다. 경허(1846~1912)의 새벽 또한 이랬을 것이다. 9살 어린 나이에 청계.. 경전/도인과 선사 2013.07.02
혜월선사 충남 예산 덕숭산 정상 부근. 세상 천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덕숭산 정혜사에 한 밤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쌀가마를 훔쳐내 지게에 지고 있었다. 쌀가마가 너무 무거웠던지 도둑은 일어서지 못해 쩔쩔맸다. 그 때 누군가 지게를 살짝 밀어주는 것이 아닌가. 도둑이 깜짝 놀라 돌아.. 경전/도인과 선사 2013.05.23
덕숭산 만공선사 새벽종소리 타고 ‘無’ 의 화답이 아름다운 숲길이다. 적송이 신장처럼 서 있는 길의 풍경은 가히 비길 데가 없을 정도다. 충남 아산시 송악면 유곡리 봉곡사 들어가는 길이다. 100년 전 이곳을 걸어 들어갔던 젊은 승려 만공(1870~1946)도 이처럼 빼어났다. 근대 한국불교 선풍 탯자리 사자 .. 경전/도인과 선사 2013.05.09
상원사 한암 선사 △ 한암 선사가 한국전쟁 때 군군의 방화에 맞서 지켜냈던 상원사 문수전 뒤로 눈쌓인 오대산이 펼쳐져 있다. 아궁이불 때다 8만4천 번뇌 ‘전소’ 세속과 탈속의 경계일까. 맨몸을 드러낸 산천이 강원도 평창 오대산에 접어들자 설경으로 바뀐다. 온통 하얗다. 하늘은 안과 밖이 없지만 .. 경전/도인과 선사 2013.03.11
서산대사께서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詩중에서 人 生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 경전/도인과 선사 2013.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