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나 못 따위로 칠판을 긁을 때 나는 소리는
소름끼칠 정도로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
왜 그럴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일단의 연구진이 10여 년 전
국립과학재단(NSF)의 자금 지원을 받아 이 궁금증에 도전했다.
연구진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이 소리가 정말 모든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실험했다.
실제로 실험 대상자들은
쇠갈퀴로 칠판을 긁는 소리에 가장 민감하고 괴로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대상자들이 두 번째로 싫어한 소리는
스티로폼 조각을 비벼댈 때 나는 소리였다.
연구진은 「쇠갈퀴 음향」에서 가장 고음 영역을 제거해 보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고음영역을 제거하고 남은 소리에도
대상자들은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오히려 고음을 남겨둔 채 낮은 주파수의 음역을 제거하자
실험대상자들은 편안해했다.
따라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고주파가 아니라 저주파~중간주파수 범위의 소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남은 과제는 같은 음역의 소리 중에서
왜 특정한 「음색」은 사람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느냐는 의문이었다.
연구진은 인간의 이 같은 반응의 원인을
인간의 「조상」인 원숭이에게서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아래,
쇠갈퀴(또는 손톱)로 칠판 긁는 소리의 파형을
짧은 꼬리원숭이가 내는 여러 종류의 소리와 비교했다.
그러자 원숭이가 적의 침입 같은 위험을
동료들에게 경고할 때
울부짖는 소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칠판 긁는 소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
진화 초기 단계에 습득된 방어본능의 잔재일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을 세워
학계에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