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이사

敎當 2012. 8. 28. 11:40

8원 28일 오늘은 벌써 2년 전 오늘이기도 하다.

당시 돌 기운과 수맥 기운에 호된 신고식을 치른 나는

집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철처히 기운만 보고 이사를 왔다.

그런데 이곳은 기운 외적인 일로 인하여 맘이 상해 있었고

이웃에 같이 살던 사람들은 이미 이사를 하였는데

옆의 두 가구는 그 후 도무지 이사를 오지 않아

세 가구가 사는 집에 혼자 있기도 뭐해서

한 달 전 이사할 날자가 되자 이사를 하겠다고 통보를 하였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자꾸 바쁜 일이 생기고

집을 알아보러 다니기도 귀찮고 하다 보니

이사해야 할 날자는 다가오고 있었는데 방은 구하지 못하였다.

 

예전의 나는 이런 일이 있었으면 잠을 못자고 걱정을 했는데

이젠 어찌된 일인지 전혀 걱정도 되지 않았다.

이사하기 열흘 전쯤이 되자

<아! 이사 가지 말라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기본 시설만 보강 해 준다면

더 살겠다는 생각을 전했더니

의외로 순순히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이 원래는 이사하는 날인데

볼라벤이라는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사 한다고 했다가

말을 번복하는 일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설령 번복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인해서 큰 손해를 본다고 해도

일단 뱉은 말은 실천(?)을 하고 마는 성격이었는데

어느새 인가 내 성격이 이렇게 변하였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다.

세상은 두루뭉실하게 어울려 사는 것인데

혼자만 원칙에 매달려 그것으로 인해 고통 받고 손해 보는

답답한 세월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나이를 먹은 이제라도 깨달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 맞춰 세상을 무언가 바꾸려는 것보다는

동그란 그릇에 담기면 동그랗게

네모난 그릇에 담기면 네모지게 사는

물처럼 변화하고 바람처럼 걸림 없이 사는 것이

또 도를 닦는 내 몫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태풍 볼라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것 같다.

바람소리가 더욱 거칠어지고 비는 세차게 내린다.

이사를 갔다면 아마도 태풍처럼 심란한 하루가 되어있을 것이다.

우당 탕 탕 탕 하는 소리에 밖에 나가보니

벽돌로 눌러 놓은 쓰레기통이 바람에 날려가

도로를 나뒹굴고 있었다.

나름 대비를 한다고 했는데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번 2년은 맘 가는대로 사는 시간을 가져봐야 겠다.

태풍에 피해 없는 하루가 되시길 발원드리며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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