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여행스케치

양평 소리산등산

敎當 2020. 10. 15. 15:30

아침에 일어나 좀 부실한(남자들만 있는데다 음식에는 좀 소질이 없으신 분들만 계셔서...ㅎ) 이른 식사를하고

쉬던지 산에 오라시며 먼저 산으로 출발하신 채선생님 자취를따라 바삐 산으로 향했다.

싱그러운 아침 가을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오르다보니 어제는 미처 못봤던 등산로 표시가 보인다.

채선생님을 만나면 도토리나 능이버섯을 채취하러 산을 쏘다닐 것인데

여기까지 와서 소리산 정상을 안가보고 그냥 간다는 것은 성격상 영 내키지 않은 찜찜함이 있었다.

그래서 소리산 정상도 보고 소리산소금강이라는 계곡에도 가 볼 심산으로 등산로를 따라걸었다.

소리산 자체가 해발 500m가 안되어 높지않은 곳이다.

출발점인 저 아래 돌고개라는 곳이 고개라는 명칭으로 보면 이미 해발 상당한 높이의 위치에 있는 곳이며 

이 돌고개에서 더 올라와 자리를 잡은 곳이 소리선원인 까닭에 이곳에서 소리산 정상까지 거리는 너무 가까웠고

그런데도 지금 산을 오르는 이 지점도 임도로 되어있고 정상으로 가는 길도 임도로 되어있어서

말이 등산을 하는 것이지 산보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지어 피어있는 구절초무리가 가을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정령 역활을 하고 있다.

 

꽂도 아름다운데 꽃앞마다 영롱한 구술방울을 가득담고 펼쳐보이고 있다.

 

임도를 따라난 등산로를 오르다 보니 이정표가 보인다.

정상까지 540m 남았다고 하는데 경사가 너무 평이해서 이정도쯤이야.....하는 괜한 자신감이 생긴다...ㅎㅎㅎ

 

그 자신감도 잠시 이내 이런 압도적인 바위들이 줄지어 나타나기 시작을 하면서 조금 긴장감도 생긴다

 

저 바위 흰줄밑으로는 낭떠러지다

 

점점 더 길이 가팔라지기 시작을 한다

 

여기에서 몇걸음만 더 나가면 낭떨어지로.....ㅠ

 

산이라는 곳이 모든것을 다 내주는 부드러운 어머니 같은 성격을 가지고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정한 아버지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처음에는 소리산을 내가 오르면서 만나는 형상만 보고 좀 무시하고 지루해하고 얕잡아보고 올라가는 사이에

조금씩 험해지는 바위길을 만나고 낭떨어지를 만나면서 보이는 것이 다(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되었다.

마치 그 깨달음의 증거를 보여주듯이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운해(雲海)라는 것이 높은 산에 올라가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소리산에서 마주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동안의 지식이라는 것이 얼마나 편협적인 것이었는지.........

 

 

 

나중에 지도로 찾아보니 저기 운무가 낀 곳에 청평호가 자리하고 있었다.

 

운무에 놀라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다

 

해발 479m의 소리산 거기에서 만나는 운무 완만한 경사로와 절벽

 

소리산 정상에서 소금강까지는 1.9km 거리였다.

언제 다시올지 모르니 오늘 길을 나선김에 소금강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저 멀리 용문산 정상이 보인다(사진 정 중앙에 보이는 산)

 

예전에 남한산성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 지겨웠다.

초등학교때부터 중학교때까지 소풍가면 무조건 남한산성이었다.

그래서 40대 후반까지 남한산성을 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남한산성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산을 오를때마다 느끼고 있다.

아니, 남한산성을 도보로 갈 수 있는 위치의 생활권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고 있다. 

소리산을 올라보니 이 정상에 올라 밤새도록 도를 닦는 것도 너무 황홀한 경험이 될 것 같았다.

아침에 붉은 태양과 함게 자욱하게 깔린 운무를 보고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마음에 묵은 때도 훌훌 털어버리면 어디 도인이 따로 있을가 싶다. 

소금강 계곡으로 하산을 하면서 계곡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이미 소리산 운무에 취한적이 있는 등산객일 것이다.

수리바위 정상에서 내려다본 소금강계곡도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에 충분한 정경이었다.

가파른 등산로만큼 마음도 급해졌다.

벌써 몸은 소금강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