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에 사당에서 출발을 해서 관악산을 넘어 연주암쪽으로 하산을 했는데 1시가 다 되었다.
말로만 듣던 관악산을 등산하고 보니 과연 기운이 좋은 산이었다.
하산하는 내내 뜨거운 기운이 손 끝을 타고 하염없이 흐른다.
사실 이 관악산도 좋았지만 인왕산의 기운이 더 좋은듯 하다.
경복궁역 근처에 볼 일이 있어 간적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기운이 손을 타고 좔좔좔 들어온다.
일행에게 저기 보이는 산이 무슨 산이냐고 물으니 인왕산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관악산 산행을 마치면 인왕산과 북악산을 같이 등산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ㅎㅎㅎ
제법 넓어진 관악산 계곡의 물을 건너 나오자 포장도로가 나왔다.
이정표에 오른쪽으로 가면 과천시청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난 왼쪽으로 걸었다.
한참을 내려가니 천(川)이 나오고 천을 끼고 걷는 길 바로 앞에 단지내 도로가 있었다.
길은 잘 모르지만 감으로 무작정 걸어가니 마침내 과천역이 나온다.
과천역을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한적했는데 난 지하도로 내려가지 않고 횡단보도를 이용해서 길을건넜다.
과천역 몇번 출구로 나가야하는지 미처 파악을 못했고 초행길이기에 주변을 보고 걷는 것이 나을듯 싶었다.
길을 걷다가 만난 양재천 지류에는 잉어가 한가롭게 물살을 헤치며 그늘을 찾아가고 있었다.
바람이 안 불면 오늘도 참 더운날이다.
난 준비해간 지도대로 과천역을 지나 문원동주민센터 옆길로해서
매봉산-청계산-매봉-옥녀봉-청계산입구역으로 하산 할 예정이었다.
과천역 인근에 설치된 안내판이다.
난 지도가 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진만 찍었지 주의깊게 보지 않았다.
이것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가로수길도 잘 정비되어 있었고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지하도가 나오는데 지하도를 나오니 문원동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내가 찾고자하는 문원동주민센터 안내문은 없었다.
그래서 길을 건너 일단 산쪽으로 올라가니 공원길 어쩌고 하면서 도로명 주소가 적혀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아주머니를 만나 청계산 가는 입구를 물었다.
쭉 가다가 오른쪽으로 꺽어져...하면서 상세히 설명을 해 주었으나 안가본 나는 깜깜하다...ㅎㅎㅎ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무작정 산으로 올라갔다.
여기가 그 아주머니가 말한 갈림길인 모양이다.
<과천매봉>이라는 안내판이 고향사람 만난듯 반갑기도 하고 안심도 되었다.
일단 이길을 쭉 따라가면 매봉에 도착을 한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면서 시장기가 몰려왔다.
아침 먹고 물 작은것 2개 사왔는데 반병정도만 마시고 아직 그대로다.
올라가다가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아 배낭을 뒤적였다.
간식으로 싸온 찐빵 하나와 사과 하나가 봉지에 다소곳이 들어 있었다.
마침 갈증도 나길래 사과 하나를 베어 물었는데 과즙이 상큼하게 입안을 적셔준다.
표지판을 보니 문원동주민센터는 이곳으로부터 1.99km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디서 길을 잘못들어서 여기로 오게 됐는지 알 수 없었지만 목표가 청계산이니
모로가도 서을만 가면 된다고 그게 무슨 상관이랴 싶었다.
하지만 청계산 정상에서 청계산입구역으로 하산을 하려면 만나야 하는 곳이 매봉이다.
그런데 여기에서부터 매봉이 나오면서 헷갈리기 시작을 했다.
매봉과 청계산 정상은 준비해온 지도를 보면 가까운 거리에 있었는데
그럼 내가 매봉산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고 매봉쪽으로 올라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지기 시작을 한다.
관악산에 비하면 매봉가는 길은 양탄자를 깔은듯이 편안한 길이었다.
매봉으로 가는 길에 제법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매봉전망대>를 230m 남겨둔 지점에서 갑자기 갈림길을 만나게되었다.
청계산망경대?
인터넷지도에서는 본적이 없는 곳이며 내 기억으로는 매봉을 지나서 청계산 정상을 가는 것으로
입력이 되어 있었는데...매봉으로 가야하나 저기로 빠져야하나 고민이 생겼다.
하지만 매봉까지 230m뿐이 안 남았으니 일단 매봉으로 향했다.
일단 불신의 기억을 다듬으며 매봉까지 왔다.
지도에는 매봉산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매봉이라니...ㅠ
이때까지만 해도 난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매봉
즉 청계산 인근의 하산하는 길의 매봉인줄 알았다.
매봉 전망대에서 보니 저 멀리는 북한산을 비롯해서 가까이는 서울대공원이 한눈에 보인다.
저기 산의 품속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전원주택인지 일단의 주택들이 정겨워보였다.
오늘 넘어온 관악산의 정경도 보인다.
매봉에서 한숨 돌리고 청계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마침 음료수를 파시는 분이 있어서 청계산 정상가는 길을 물으니 망경대까지 1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이때서야 망경대가 청계산 정상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매봉이 아니라 매봉산으로 해서 청계산 가는길...예정대로 잘 올라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까 올라오는 길에 망경대로 가는 갈림길이 있었는데 다른 길을 알려준다.
반신반의 했지만 일단 알려준대로 가 보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이정표가 나온다.
매봉에서 지금 현위치까지 온 것이고
여기에서 절고개를 지나면 청계산이 나오고 더 가면 이수봉이 나오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망경대를 보고 길을왔는데 망경대는 온데간데 없고 이수봉이 나온다.
옥녀봉으로 하산해야 하는데 옥녀봉도 없다.
<청계산입구역>으로 하산을 해야하는데 지하철 연계노선이 인덕원역과 사당역이 나온다.
사당역은 저 관악산 너머에 있는 역인데 왜 여기에서 그 역과 연계를 하게되지?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저기 청계산이라고 쓴 곳이 청계산 정상이 아니었다.
산행을 하다보면 자주 느끼는것인데 이정표에 일관성이 없다.
망경대라고 했으면 끝까지 망경대로 표기를 하고 추가적인 기재사항이 있으면 괄호로 표기하면 될텐데
이정표를 세우는 사람마다 자기 멋대로 더하고 빼고 난리가 아니다.
그리고 높은 산은 약 500m(?) 간격으로 표기를 하는듯 한데 갈림길에 표기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고민을 하게되는 것이고 그때 이정표가 필요한 것이다.
하산하는 사람에게 청계산 정상 가는 길을 물으니 시간이 다 제각각이다...ㅎㅎㅎ
아까 매봉에서는 한시간이라고 했는데 한참을 왔는데도 어떤분은 1시간에서 어떤분은 2시간 반이란다.
더 기가 막힌것은 올라가다 보니 망경대는 사라지고 <석기봉>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띈다.
석기봉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지명인데.....헉!
저 표지판을 보면 청계산을 지나야 이수봉이 나온다(당시 생각으로는...^^)
그런데 다른사람에게 물으니 일단 이수봉쪽으로 가야 청계산입구쪽으로 하산하는 길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일단 이수봉이 나올때까지 더이상 묻지않고 길을 재촉했다.
물어 물어서 드디어 이수봉에 도착을 했다.
마침 여기에도 음료수를 파는분이 있어서
정상가는 길을 물었더니 내가 예상한 곳으로
하산을 하자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이수봉에서 옛골쪽으로 하산 할 것을 권한다.
여기에서 조금 더 가면 군부대 갈림길이 나오는데
그 길에서 왼쪽으로 가지말고(강조하며)
오른쪽으로 가서 옛골쪽으로 하산하라고 한다.
그럼다음 버스를 타면 청게산입구역까지 버스로
4정거장 걸린다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사실 여기에서 정상까지는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다.
옛날같으면 욕심을 냈겠지만(중도포기는 없었는데)
지금은 마음을 비우고 순응하며 살기로 했으니
이것이 오늘의 내 운명인가 보다 생각하고
옛골쪽으로 하산을 했다.
지도에서 보듯이 하산하는 길은 엄청 많았다.
그래도 제법 많은 무리들이 앞서갔는데 가다보니
어느새 옆길로 빠지고 종내 나만 혼자 남게되었다.
여기에는 이정표도 없어서 갈림길에서 고민도
되었는데 야채를 파는 할머니가 여기까지 와서
좌판을 벌린덕에 길을물어 무사히 하산 할 수 있었다.
일단 내려오눈데는 성공을 했는데
주변에 사람도 없고 오지였다.
딱히 물어 볼 사람도 없어서 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니
음식점들이 나오면서 등산객도 많아진다.
고가도로 밑 교각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버스 승강장이 여기 있었는데 판교역으로 가는 버스
하나와 모란역을 거쳐 수진역으로 가는 버스
이렇게 두종류의 버스가 있었다.
모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모란역에서 환승을 했다.
아무런 사고없이 무탈하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모란에 도착을 하니 이미 날은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아마 중도에 포기를 하지않고 계속 정상을 향해 갔다면 산속에서 어둠을 만났을 것이다.
뭐 산에서 어둠을 맞는다고 무서울 것은 없지만 지리를 모르니 낭패를 봤을수도 있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면 중도에 이수봉으로 내려온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높이가 600m급의 산이라고 좀 우습게 본 것이 패착이었다.
높은 산을 매일 하나씩 3개의 산을 타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었다.
관악산에서 청계산까지 이동하는 거리도 있었고 또 산은 높지 않았지만 산이 길어서 이동거리도 길었다.
인왕산과 북악산은 300m급이라 큰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서 여기를 다녀오면
다시는 하루에 산 2개를 동시에 타는 일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청계산 정상을 갔다 온 것도 아니라서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느라 늦어져버렸다.
중도에 내려오긴 했지만 글을 쓰고보니 후련하기도 하다...ㅎㅎㅎ
요즘 연일 단풍얘기가 뉴스에 빠지지 않는다.
설악산대청봉!
혼자 떠나볼까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대중교통으로 당일치기는 쉬운 산행이 아니다.
요건 어디 산악회를 통해서 가야할란가 보다.
이번 주중 마음 내키는 날 인왕산이나 훌쩍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삶 그리고 이야기 > 여행스케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한산성의 가을 (0) | 2019.11.11 |
---|---|
인왕산(仁王山)과 북악산(北岳山) 산행 (0) | 2019.10.25 |
관악산(冠岳山) 산행 (0) | 2019.10.18 |
치악산(雉岳山) 마지막 산행 (0) | 2019.10.04 |
월악산(月岳山) 그 두번째 산행 (0) | 2019.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