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여행스케치

관악산(冠岳山) 산행

敎當 2019. 10. 18. 14:18

관악산(冠岳山)

수없이 들어본 이름이건만 갈 생각조차 안하던 산이 이 관악산이다.

아마 명산을 찾아다니는 산행을 했더라면 벌써 다녀오고도 남을 지척간에 있는 산이건만

산행을 하는 목적이 등산이 아니라 장시간 가부좌로 인해 약해질 하체근력 강화와 더불어

기순환에 있는만큼 가까운 남한산성 길을 두고 굳이 멀리있는 산을 탈 이유는 딱히 없었다.

하지만 지방산행을 하고보니 어느새 새로운 산행의 맛에 길들여졌는지

가까우면서도 좋다는 관악산 산행을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남한산성을 두번 오르는 산행을 하다보니 600m급의 관악산만 딸랑 다녀오는 것이 싫어서

바로 인근의 청계산까지 한번에 다녀오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도를 보니 사당역 5번출구로 나오면 남현동주민센터가 나온다.

이 주민센터를 거쳐 관악산을 오르고 과천역 인근 과천초등학교쪽으로 하산해서

문원동주민센터에서 매봉산을 거쳐 청계산을 오른 후 매봉>옥녀봉>청계산입구역으로 하산을 할 예정이었다.

지도로 보니 한눈에 들어와 별다른 어려움은 없어보인다.

관악산 3시간 청계산 3시간 정도면 무난할거라 생각을 하니 사당역에 10시에 도착을 해도

오후 4시 정도면 청게산에서 청계산입구역에 도착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하산해 찜질방에서 씻고 집에 올 요량으로 갈아 입을 옷까지 준비를 했다. 



사당역에 도착을 해 시간을 보니 9시 40분쯤 되었다.

남현동주민센터를 찾아 관악산 등산로를 잘 찾을 수 있을까 내심 걱정도 되었는데 그건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마침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베낭을 맨 등산객이 지천에 널려있다...ㅎㅎㅎ

난 그냥 아무 생각없이 그들의 뒤를 따라 갔더니 등산로 입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경

등산로 입구에 도착을 하니 <관악산 안내도>가 떡하니 전시되어 있었다.

다음 지도에는 <관악산>이라고만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여기에는 <관악산연주대>라고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난 연주대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일단 마음만 급해서 혹시 가다가 길을 모르면 보고 참고 할 생각으로 사진만 찍었다.



정상이 <관악산연주대>임을 잘 살펴 봤어야 하는데.....ㅠ

<관악산> 표기는 온데간데 없고 <연주대>만 표기되어 있다.

그래서 헷갈렸지만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산을 오르는만큼

어디로 가도 정상으로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작정 뒤를 따랐다.



이날이 태풍 <하기비스>가 일본으로 상륙을 한다는 날인데 역시 바람이 많이 불었다.

마치 폭풍 전야처럼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맑고 깨끗했다.



바위를 손으로 잡아가면서 오르거나 가파른 등산로 계단을 따라 오르다보니 잠시 쉴곳이 나온다.

저 멀리 63빌딩, 제2롯데월드와 그 뒤로 남한산성이 보이고 남산N타워 북한산....발아래 펼쳐져 있다.



관악산이 악(岳)자 들어가는 산답게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저 멀리 산 정상에 깃대처럼 서 있는 봉우리가 연주대다.

올라가는 동안에는 연주대가 정상인지 몰랐으니 그저 앞사람만 보고 걷는게 전부였다.

무리하게 앞서나가지 않고 졸졸 그들의 뒤를 따르면서 사진 찍을때만 이탈을 했다.



이날 관악산이 바위산임에도 여성산악인도 많았고 연인끼리 온듯한 젊은 남녀등산객도 많이 눈에 띄였다.



집이 성남이라 남한산성을 구석구석 훓고 다녔는데

아마 이 근방에 살았다면 관악산 구석구석을 매주 누비고 다녔을것이다...ㅎㅎㅎ



저 멀리 보였던 연주대도 벌써 이만큼 가까워져 있었다.

또 군데군데 이른 단풍이 들어 가을도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태풍탓인가 약간 쌀쌀하기까지 한 바람에 겨울도 어느틈엔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요녀석은 관악산이 좋은지 단풍이 좋은지

줄지어 올라가는 등산객의 모습이 좋은지

아니면 구름한점 없는 파란 가을하늘이 좋은지

마치 얼굴을 뒤로 제치고 파안대소를 하고 있는 모습니다.




올라가다 보니 젊은 남녀가 바위에 앉아 쉬고 있었다.

내 아들 나이또래 되어 보이는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등산을 권해도(같이 다니면 좋으련만...ㅎ) 우리 애들은 들은채 만채다.

물론 나름 다른 운동을 하고는있지만

내 경험상 가장 이상적인 건강지킴이가 등산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입으로 숨쉬는 등산이 아니라

온전히 코로만 숨을 쉬는 등산을 말한다.

그러니 이런 젊은이를 보면 부럽기도 하다...ㅎ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저 청명한 하늘빛이

내 가슴에 멍으로 다가온다...크흑!



산 정상에서 모질게 불어오는 바람을 견디며

이리저리 몸을 돌리면서도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소나무가 경외스럽다.

저 굴곡진 마디만큼 글곡진 삶의 처절함이 느껴진다.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파란하늘




산 중에서도 바위산을 타다보면 이렇게 바위를 통과해야 하는 길을 가끔 만난다.

일면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通天門)이다.



통천문을 지나니 좀 전과는 다른 전경이 들어온다.

소나무가 울창해서 가을을 잘 못 느꼈는데 여기는 활엽수가 제법 있어서 철 이른 단풍이 정겹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을 했다.

시간을 보니 11시 45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토요일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서인지 많은 등산객이 보인다.



일단 올라오기는 했는데 청계산을 가려면 어디로 하산을 해야하는지 깜깜했다.

관악산 주변 안내판이 설치되어있긴 했지만 사실 이 안내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기 멀리 청계산이 보이는데 어디로 하산을 해야하는지가 중요한데 그런 내용은 전혀 없고

그저 저 아래 건물이 어떤 것인지만 나와있을 뿐이다.



관악산 정상에 왔다간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인증샷을 찍느라 줄을 서 있다.

반대편을 보니 말로만 듣던 연주암인듯한 일단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연주암이나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연주암쪽으로 발길을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식사도 하고 구경도 하고 있었다.



대웅전 앞은 등을 달아놓으려 설치한 시설물로 인해 전경을 담기 힘들었다.

석탑 앞에서 합장하고 고개 숙이는 등산객의 신심이 묻어난다.



천수관음전이다

여기에는 특히 외국인이 많이 눈에 띄였다.




절 한켠에는 이렇게 많은 항아리가 줄을 맞춰 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항아리 항아리마다 사람들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으리라.....!   





연주암에서 보니 저 건너편에 청계산의 자태가 보인다.

어서 오라는듯 정상을 보니 긴 손을 뻗어 손짓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하산을 하다보니 수량이 점점 많아진다.

약수도 있어서 잠시 갈증을 풀고 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지도에서 봤듯이 과천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너무 많아서

내가 잘 하산하고 있는지 걱정도 되었지만

꼭 오늘 청계산을 등산하라고 누가 숙제를 준 것도 아니어서

여건이 안 맞으면 그냥 과천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면 그만이라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걸어서 오는 곳이 아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만큼 자주 올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오늘 꼭 청계산까지 등산을 했으면 하는 욕심으로 하산을 했다.

과천역을 향해서.....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