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반토막난 산행

敎當 2020. 7. 11. 18:30

어느덧 장마철이 오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후텁지근한 날씨 만큼이나 불쾌한 감정이 내 몸 구석구석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여름이면 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만 했던 내가 산행을 시작한지 10 여년이 훌쩍 넘었다.

그것도 오롯이 코로만 숨쉬는 수행같은 산행을 말이다.

올 봄에 철쭉이 한창 피었을때의 남한산성 남문(지화문)의 모습니다.

풍기운(風氣運)으로 인해 몸 오른쪽이 다 막혀있는줄도 모르고 있었지만

살 운명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산행을, 그것도 누가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코로하는 수행을 시작했다. 

그동안 이 호흡법을 하면서 내 몸안의 막혀있던 기운들이 소통되기 시작을 했는데

가장 먼저 콧물이 줄줄 흘러나오면서 손과 발 끝으로는 냉기가 여름 겨울 가리지 않고 엄청 흘러나왔다.

때론 코피가 나기도 했고 노란물이 쏟아져 나오기도 하면서 그렇게 폐에 막혀있던 기운들을 쏟아냈다. 

여름과 겨울 가리지 않고 흘러내리던 땀도 기운이 어느정도 소통이 되면서

이제는 요즘같이 무더운날 문을 꽁꽁 닫고 에어컨 없이 염불, 독경을 해도 예전같은 땀은 나오지 않았다.  

어느덧 알게 모르게 수련에 많은 진전이 있었나 보다...^^

 

예전에는 소풍때마다 가는 남한산성이 지겨웠는데 지금은 남한산성 가까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가로등 하나없는 깜깜한 남한산성을 위험(?)을 무릅쓰고 밤에 등산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로등이 수어장대를 지나서까지 설치가 잘 되어있어서 아무때나 등산 할 수 있어 참 좋다.

영상 40도 가까운 혹서기에도 영하 17도의 혹한기에도 가고 싶으면 언제던지 등산을 했다.

영하 17도의 날씨에 등산을 해도 엄청나게 나는 많은 땀으로인해 모자 채양에 고드름이 얼 정도였다. 

코로 호흡하는 등산을 하니 이처럼 몸에서 발생되는 열기를 고스란히 막힌 기운을 소통하는데 쓸 수 있어서 좋다. 

이 남한산성이 고도가 낮아서(약 500m정도) 난 성남쪽으로 올라가 수어장대에서 서울 마천동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산을 올라 성남쪽으로 내려오는 산행을 했는데 남한산성을 두번 오르내리는 격이다.

마천동에서 올라오면 대부분 서문쪽으로 올라오게되는데 때론 여기서 남문쪽으로 오지않고 북문쪽으로 돌아

동장대를 거쳐(여기서 또 벌봉이나 한봉쪽까지 가기도) 동문으로 갔다가 도로를 건너 성벽을 끼고 돌아

남문까지 되돌아오는(이러면 서문에서 바로 남문으로 오는것보다 한두시간 더 걸린다) 산행을 했다.

 

이 산행은 집에서 하는 기수련이나 참선 그리고 독경이나 염불 할때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막힌 기운이 소통되는 효과가 있지만 그 소통되는 부위가 다 다르다.

아무튼 이런 수련의 결과물인지 몸에 갑자기 많은 변화가 생겨서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지금은 특별하게 스승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오롯이 혼자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나도 처음 겪는 것이라서 때론 당황할 때도 있지만 잘 모르면 무조건 초심으로 돌아가 관조를 한다.

다행이 큰 무리없이 수행이 이뤄지면서 아직까지는 두려움 없이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지금도 일주일이면 거의 2~3번의 산행을 하는데 대체적으로 한번 산행에 6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다.

문제는 한달 전쯤부터 산행을 하기 싫어하는 마음이 들었다.

 

여름 더운날씨를 핑게로 무더운 낮은 피하고 밤에 산에 가기 시작을 했는데 야간산행인만큼

마천동으로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는 산행이 아니라 집에서 서문까지만 갔다오는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집에서 출발해서 여기가지만 갔다 온다고 해도 총 걷는 시간은 3시간30분에서 4시간 걸린다.

적은 운동량이라고 볼수도 없지만 문제는 예전에 하던 등산량이 있으니 성에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이어(때론 3일 연속으로) 가기도 했지만 헛헛한 마음은 채울길 없었다.

한 2주 전쯤에 정신을 차리고(?) 마천동으로 내려갔다가 오는 산행을 했다.

오후 3시쯤 집에서 출발해서 마천동에서 정상가까이 올라왔을때 시각은 6시 30분쯤 되었다.   

그런데 이때 갑자기 어지럼증이 있었다...헉! 이건뭐지?

한번도 어지럽거나 힘에 부치거나 한적이 없었는데 이날 처음으로 어지럽고 기운이 없다는 경험을 했다.

예전에는 밀어부치는 삶을 살았다면 수행을 하고 나서 순응하는 삶을 살게되면서 무리하지 않는 삶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배낭을 벗어놓고 잠시 쉬었는데 출발하자 다시 어지럼증이 왔다. 

사실 고지가 얼마 남지않은 구간이라 좀 더 천천히 속도를 줄여 무사히(?) 정상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내가 풍이와서 쓰러지거나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것은 아니지만 스님 얘기로는 심장으로 풍이왔다고 했다.

심장이 강해서 병증을 심하게 느끼지 않았지만 보통사람 같았으면 벌써 심장마비로 죽거나

살았다고 해도 왼쪽 전체를 못쓸뻔 했다고 했는데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백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내 병의 원인은 심장이라고했는데 심장이 불기운이고 따라서 화(火)병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중학생때 심통을 느꼈고 대체의학을 공부하다 보니 심장과 관련된 많은 증상이 있었다.

절에 갈때쯤에는 이미 공황장애(병원에서 진단 받은것은 아니지만) 증세도 아주 심해져있었다.

오른쪽 허리나 엉덩이부분이 아팠던 것도 불기운이 막혀 소통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돈 버는일 다 접고 절에 다니면서 열심히 기수련하고 참선하면서 마음을 다스렸기에 망정이지

안그랬다면 벌써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나보다 심장 기운이 덜 나쁜 젊은친구가 심장이 안 좋으니 술을 끊으라는 내 경고를 무시하고

사업한다고 계속 술을 마시다가 심장마비로 돌연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수련을 해도 꼼짝도 않던 엉덩이부분 막힌기운이 움직이기 시작을 했다.

불과 한 1년 전의 일이다.

아직도 그 기운을 뚫으려고 용을 쓰지만 무조건 용을 쓴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다 때가 있다.

지금은 엄청 많이 소통이되었는데 그 기운이 뚫리면서 명현현상으로 다리에 힘도없고

(보통 산행을 하면 다리가 천근만근 무거워서 힘든데 지금까지는 그런것을 못 느끼다가 감각이 살아나면서 느껴진다)

무리해서(이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라 과거와 같은량의 산행인데도 지금은 무리한 결과가 되었다) 어지럽다.

그래서 한동안 예전에 했던 산행의 반만하면서 무리하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열심히 수련을 하고 산행을 다닌다면서 왜 몸이 더 나빠지냐고 반문을 한다.

몸이 더 나빠진것이 아니고 좋아지면서 나타나는 명현현상이라고 보면되는데

이런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을 상대로 설명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기수련은 과거의 막힌 기운을 찾아 소통시키는 여행이다.

술 먹고 토해서 괴로웠던 경험, 과식해서 괴로웠던 기억, 무리해서 몸살났던 기억.....등 등)

이런 기억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업(業)처럼 몸 구석에 켜켜히 쌓인다는 것이다.  

수련을 하다보면....어! 이거 과거에 아팠던곳인데.....하는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감기가 오면 우리는 치료한다고 감기약을 먹지만 그 약이라는 것이 감기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역활을 한다.

손을 칼로 베었는데 극심했던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병이 다 낫은것은 아니다.

또 병이 나았다고 해도 흉터는 남듯이 감기로 인해 막힌 기운은 약을 먹어도 몸에 고스란히 남는다.

즉 치료되었다고 착각하지만 정작 치료된 것은 아니고 그 기운은 몸안에 고스란히 업으로 저장이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 결국은 기운이 꽉 막혀 큰 병이오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진것은 아니지만 내 수련 경험상 막힌 기운을 찾아 소통시키다 보니 경험에서 나오는 얘기다.

 

계속 반토막 산행을 하다가 엊그제 용기를 내어 예전 산행을 했다.

무더운 날이었지만 별로 날씨에 개의치 않고 하는 산행인지라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무더운 날씨에 예전같으면 땀이 비오듯 할텐데 수련 덕분인지 오히려 땀은 더 적게났다.

마천동으로 내려갔다가 핼기장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이내 1220계단과 마주하게되었다.

거의 계단으로만 이어진 길이라 지루하기도 하고 경사가 가파른 곳인만큼 힘든코스였다.

더구나 2번째 산 정상을 향하는 것이니 힘들겠지만 지금까지 오르다 중간에 쉰 적은 거의 없었는데

이날은 정말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고 엉덩이쪽 기운이 풀리면서 엉덩이도 아프고....엉망이었다.

그래도 다행히 어지럽거나 하는 증상은 없어서 중간에 잠시 쉬고 무사히(?) 올라올 수 있었다.

 

반토막 산행!

이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멋진 가을이 오듯이

이 고비도 지나면 다시 훨훨 날아다닐 수 있는 시절이 올 것이라 기대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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