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여행스케치

고흥 봉래산 자연휴양림

敎當 2018. 8. 21. 14:19

장흥 천관산 산행으로 인해 땀과 피곤에 절은 모습으로 고흥행 버스를 탔다.

터미널에 내려 일단 여장을 풀기위해 숙박업소를 찾았다.

터미널에 오는 버스안에서 보니 숙박업소가 몇 있었는데 보통 숙박업소 명칭이 

○○장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있었는데 여기는 ○○각이라 씌여있었다...중국집도 아닌데...ㅎㅎㅎ

터미널에 내리니 근처에 태평각이라는 제법 규모가 큰 숙박업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들어서니 카운터에 아무도 없어서 기다려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난감했다. 

그때 마침 샤워를 마친 주인여자가 타월을 두루고 나타나길래 얼마냐고 물었다.

시설은 오래되어 보였는데 35.000원이라고 한다.

영암에서 시설 좋은 월출산 아래 모텔에서도 25000원에 잤는데...라고 생각하니 뭔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ㅎ

 

사실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방 가격으로 실강이 할 기력도 없었는데 

무심코 우리동네보다 촌동네가 더 비싸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이 말에 어디서 오셨냐는 주인여자의 물음이 있었고 나는 성남에서 왔다고 했더니 자기도 성남사람이란다. 

성남에서 고흥까지 시집을 왔는데 공교롭게도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서 살다가 시집을 왔다.

타지에서 고향사람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일단 방 배정을 받자마자 배낭을 풀고 샤워를 했다.

땀에 절은 옷을 벗어버리고 샤워를 하니 무더위도 한꺼번에 씻겨 내려가는듯 하다.

아쉬운 것을 해결하니 이제 슬슬 시장기가 몰려왔다.

오늘 먹은 것이라고는 순천에서 먹은 세상에서 제일 맛 없었던 갈비탕이 전부였다.

저녁을 해결하려고 나서는데 주인여자가 눈에 띄길래 어디가 맛있는 집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런데 대답은 예상외로 모른다는 말만 되돌아 왔다......ㅋ

 

고흥 번화가라고 해봐야 손바닥만하다.

터미널을 중심으로 반경 약 200m가 전부인듯 싶었다.

그래도 나름 상가구색은 갖춰져 있었는데 너무 피곤하고 시장하니까 뭘 먹어야 할지 쉽게 결정이 안된다..ㅠ

한바퀴를 돌아 제자리로 왔는데 마땅한 것도 없었지만 시간도 늦어 슬슬 가게문을 닫고 있었다.

삼겹살을 혼자서 먹기(혼자라도 2인분은 시켜야 주인장 얼굴이 편다...^^)는 너무 많고

달리 꼭 먹고싶은 것도 없어서 제육볶음을 먹기로 했다.

1인분에 만원이었는데 고기가 된장뚝배기 아주 작은 싸이즈에 약 2/3정도 담겨져나왔다....크헉!

보통 1만원짜리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 보통은 1인분에 1만원이 넘었다.

시골 물가가 보통이 아니다.....딱히 휴가철이라 그런것 같지는 않았다.

맥주 한병 시켜서 마실까 했지만 귀찮아서 그만두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있게 먹고 바로 잠에 빠졌다.

 

오늘은 어디를 가야지 하는 목적지도 없어서 그냥 몸이 시키는대로 맡겼는데 아침 8시에 기상을 했다.

짐을 챙기고 터미널로 향했는데 아침 식사를 하는 곳이 별로 없었다.

마침 중국집에서 콩국수를 하길래 주저없이 그 집으로 들어섰다.

 

 

콩국수가 수도권에서 맛보던 것과는 달리 콩물을 얼렸다가 빙수처럼 갈아서 나왔다.

여름에 먹는 콩국수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소금을 가미해서 염분을 보충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보통 소금대신 설탕을 쳐서 먹는다고 한다.

콩국수에 전라도 지방에서는 설탕을 경상도 지방에서는 소금을 친다는 사실을 여기서 처음 알았다.

중국집 주인 아저씨는 약간 장애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산을 좋아하는 분이었다.

고흥 관내에서 등산말고 휴양림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하자 여기저기를 추천을 한다.

내심 터미널에서 본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의 휴양림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이분이 처음에는 이곳을 추천하더니 이내 여기도 좋은데....저기도 좋은데....하면서 늘어놓는다.

처음 들어본 곳이고 아는 곳이 아니라서 여러곳을 추천하면 할수록 혼란만 가중되기 시작을 한다...ㅎㅎㅎ

추천중인 곳에는 봉래산 휴양림도 있었는데 아름드리 편백나무 얘기에 그곳으로 결정을 했다.

 

 

봉래산을 가려면 고흥 터미널에서 나로도 공용터미널까지 거의 1시간 정도를 가야 한다.

이처럼 한참을 달려야 하는 곳인데도 차비는 고작 천원에 불과 했다...아무리 생각해도 적자다...ㅠ

차는 고흥군 구석구석을 누비고 지나 어느덧 <나로도 공용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말이 터미널이지 그냥 규모가 좀 큰 정류장이다,

바로 옆에 택시 승강장이 있었는데 대기중인 운전기사님에게 편백나무 숲에 관해 물었다.

택시가 이 편백나무 휴양림까지 가는 것이 아니고 봉래산 둘레길에 내려주면

거기서 한 40분을 걸어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뜨거운 공기 만큼이나 열이 훅~ 올라왔다.

오늘은 걷는것을 자제하고 쉬려고 왔는데 또 땡볕에 걸어야 한다니....ㅠ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나로도 주변을 배를 타고 한바퀴 도는 유람선에 관한 것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은데 한 두시간 가까이 도는데 2만원이 조금 안 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일단 외나로도항으로 가 보기로 하고 택시를 타려니 가까우니 걸어가란다....이 더위에...ㅎㅎㅎ

그냥 택시를 타고 외나로도항으로 갔는데 항구 관리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관광객이 적어 운행을 안 하는 것으로 보여졌는데 사무실 불도 꺼져있어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

아~ 열이 확 오른다.

그래서 일단 항구쪽으로 걸어가 봤다.

 

 

그래도 역시 여름에는 바다가 최고인듯 하다.

부글부글 끓러오르던 마음도 바다를 보니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남해가 다도해라고 하더니 섬 뒤로 또 섬이 보인다.

맑은 물은 잔잔하고 깨끗해서 속세를 벗어난 마음처럼 평온하다.

일단 바다를 한바퀴 도는 유람선은 포기를 하고 예정대로 봉래산 편백나무 휴양림으로 가기로 했다.

외나로도항으로 올때는 택시도 보였는데 막상 택시를 타려니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근처 슈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한입 베어 물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주변 어느 식당유리에 적혀있는 전번을 보고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기사님은 휴양림 가는 길을 상세히 설명을 해 줬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이정표가 잘 못 되어 있어서 길을 잘 못 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산을 자주 다니다 보니 어느정도 요령도 생겨서 이젠 제법 길을 잘 찾는다. 

 

 

택시는 이곳 봉래산 탐방로입구까지만 들어올 수 있다.

여기서부터 안으로 걸아 들어가야 편백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그래도 둘레길은 슾으로 우거져 그늘진 관계로 걸을만 했다.

 

 

봉래산 정상 등산은 자제를 하고 오늘은 1구간길을 이용해서 우주과학관으로 나오기로 했다.

삼나무 9000주 편백나무 12000주의 휴양림에 가서 피톤치드를 마음껏 마시고 올 생각이다...ㅎㅎㅎ

 

 

100년된 편백나무리고 하더니 전부 아람드리 나무로 구성되어 있었다.

모처럼 피톤치드를 흠뻑 받으려고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좋은 기운도 잠시 어디서 날아왔는지 날파리가 진을 치고 있다.

올 해는 가뭄으로 인해 웅덩이의 물이 말라서 모기가 없는 대신에 해충이 기승을 부린다고 뉴스에서 봤다.

그런데 그 해충(?)을 여기에서 맞닥트릴지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ㅠ

 

 

 

 

이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 안 보태고 수십마리가 한꺼번에 덤벼든다.

그나마 다헹인 것은 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부채로 쫒고 손으로 쫒다가 결국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삼나무입니다.

이 삼나무를 보니 대마도가 생각나네요...^^

대마도 섬 전체가 삼나무 숲이었는데요.

거기 가서도 등산을 했습니다.

등산하면 땀이 많이 나는데요

노폐물이 빠지면서 얼굴색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이 삼나무 숲을 등산하고 나서 보니

얼굴에서 광채가 나더라고요...ㅎㅎㅎ

진짜입니다.

그정도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나무가 삼나무입니다.

유독 이 나무가 엄청 컸는데 아는 지인에게 사진전송을 했더니 너무 커서 징그럽다고 하더라고요.

편백나무 숲도 좋았지만 이 삼나무 숲도

좋았습니다.

 

 

 

 

 

 

 

 

 

 

 

 

 

 

 

 

 

 

 

 

100년 이상된 편백나무 숲을 지나 삼나무 숲을 거니는 호사를 누렸다.

봉래산 자락에서는 간혹 등산객을 만났지만 우주센터로 내려오는 길은 아무도 없었는데

이정표가 헷갈리게 표시가 되거나 누락되어 내가 지금 제대로 잘 내려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등산을 한 경력이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 내려가야 하는지 직감으로 의존해 내려왔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저 멀리 저수지가 보였다.

상수원보호구역인 것을 보니 식수원으로 쓰고 있는 곳인가 보다.

나중에 지도로 보니 저수지 이름이 예내지였다.

 

 

이런 비포장 길을 따라 호젓하게 걸었다.

마치 이 산과 길을 혼자 다 가진듯이 누구의 접근도 허럭하지 않은 듯이 오롯이 나만 위한 길이되었다.

하지만 이길이 맞는지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무리 걸어도 어디로 연결이 되는지 이정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길을 걷다보니 망개나무 열매가 눈에 들어왔다.

망개나무는 가끔 봤지만 등산객의 손을 탔는지 열매는 본지 오래되었다. 

망개나무는 땀을 잘 나게하고 소변을 잘 보게하며 혈액을 깨끗하게 하고

백가지 독을 푸는 등의 다양한 약성이 있다고합니다.

이 망개나무 뿌리는 토복령이라 하며 약재로 쓰이고 있어 나무와 뿌리 열매 어느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나중에 이 열매는 붉게 익는데 어릴적 따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ㅎㅎㅎ

 

비포장에서 어느덧 포징된 길을 따라 걷다보니 비로소 마을이 보이기 시작을 한다.

그런데 철문으로 된 바리케이트가 길을 떡 하니 막고 서 있다.

예내지라는 저수지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차량통행을 막고 있었다.

분명 예내지 옆으로 샛길이 있었을텐데 이정표가 없어 보지 못했고 난 이내 난감해졌다.

다행히(?) 철문 틈 사이로 손이 들어갔고 문을 열 수 있어서 위기(?)를 모면 할 수 있었다.

헌데 마을에 들어섰지만 사람이 없었다....누군가 있어야 물어볼텐데...ㅠ

우주센터로 걸아가다 보니 버스정류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언제 버스가 어디로 떠나는지 설명서를 봐도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서성이고 있었는데 나보다 조금 젊은 분이 오길래 나가는 버스편을 물었다.

이분도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여기서는 알수 없다면서 차에 타라는 것이다.

한 두정거장 지나가니 이분이 기거하는 동네가 나왔고 친척분이 밭일을 하고 있었는데 차편을 물어본다.

이미 버스 떠난지 30분 되었고 다음버스까지는 2시간 여를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헉!  

우선 그늘로 들어오라고 하더니 시원한 콩국 한사발을 권한다.

이 무더위에 감지덕지 하면서 연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한사발 벌컥벌컥 들이켰다.

하남에서 왔다는 이분들은 고향인 고흥 친척집 인근에 농가주택을 하나 사서 세컨하우스로 활용하고 있었다.

우주센터로 가는 길이 꼬불꼬불해서 새로 길을 내고 있는 중이었다.

신도로가 나면 지금은 도로에 붙어있어 시끄러운 집이지만 곧 조용한 집으로 바뀔 것이다.

 

2시간여를 기다리면 서울가는 버스를 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버스를 타고 나로도공용터미널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콜택시를 불렀다.

공교롭게도 날 봉래산 입구에 내려주었던 택시기사분이었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이 이처럼 얽혀있어 기약없이 헤어져도 또 만나게 된다....^^

올때와 달리 나로도 공용터미널에서 고흥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좀 작은 버스였다.

작은 버스였지만 승객이 고작 나와 운전기사 그리고 노인 한분 이렇게 3명이 전부였다. 

버스비가 1인당 천원이니 2천원에 1시간여를 달리는 긴 코스를 운전하는 것이다.

오후 5시 30분에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떨어지는 차가 있었는데 그 시간 안에 도착을 했다.

강남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거의 만석이되어 내 번호가 25번이었는데 맨 뒤자리였다. 

조금만 늦었다면 이 버스를 놓치고 광주로 가는 버스를 타서 경유해서 가야했을 것이다.

천관산 하산길에 넘어져 무릎이 깨지긴 했지만 별 탈 없이 무사히 집에 도착을 했다.

가슴 답답한 폭염이 기다리고 있는 집이었지만 역시 집보다 좋은 곳은 없는듯 하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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