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여행스케치

도인(道人)

敎當 2018. 8. 6. 14:59

저번주 수요일부터 휴가였지만 연일 찌는듯한 폭염에 어딜 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올 여름은 그냥 방안에서 빈둥대며 놀아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예천 지인에게 전화를하면서 불볕 더위에 고행(?)같은 휴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남한산성에서 등산을 하다 만난 예천의 지인은 건강이 좋지않아서 평창절을 소개를 했다.

건강 지키라고 소개를 했는데 아예 사무장으로 3년을 눌러앉았으니 사람의 인연이란.....ㅎㅎㅎ 

이분이 고향인 예천으로 내려간지도 벌써 몇년이 흘렀다.

2년 전쯤에 한번 내려가서 만난 이후로 이런저런 이유로 만나지 못하다가 약속을 잡았다.

헌데 다음날 아침 일찍 문자가 왔다.

"내일 쉬려고 회사에 얘기를 했는데 감사기간이라...내가 담주에 서울로 올라 가겠노라"는 문자였다.

짐은 이미 다 쌌는데 내려오지 말라니.....ㅠ

그래서 부랴부랴 일정을 바꿔 여수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 여수에 사는 분은 인터넷으로 인연이 되어 알게 된 분이었는데 온라인의 인연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졌다.

여수엑스포를 2012년에 했고 그 해에 여수에 가서 만났으니 본지도 벌써 6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처음 이분을 만난 기억은 자그마한 키에 말끔한 차림의 노신사였다.

목소리가 아주 기가막히게 좋은 분으로 여수를 소개하는 멘트는 압권이었다.

공무원을 하시다 퇴직하기 전에 경락을 배워서 지금은 경락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품위도 있고 선한 모습도 있었다.

이번에 전화를 했을때는 출발 전에 한 것은 아니고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중에 연락을 했다.

인연이 닿으면 만나고 아니면 그냥 내 생각대로 휴가를 즐기다 오려고 미리 연락을 하지 않았다.

여수에 도착시간을 추정 해 보니 저녁 7시쯤 떨어질 것 같아서 시간이 되는지 연락을 했는데

술에 상당히 취한 목소리로 오라고는 하는데 마음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약속이 잡혀버렸다.

 

속상한 일이 있어서 전날에는 소주를 4병 마시고 만나는 날은 이미 소주를 3병 마셨다고 한다.

입에서는 단내가 엄청 풍겨져 나왔고 눈은 충혈되어 선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우린 만나자마자 날 추어탕집으로 데리고 갔는데 거기에서 소주 1병을 시킨다....헉!

가뿐하게(?) 한병을 혼자 마시더니 여수밤바다로 유명한 해양공원으로 갔다.

더위를 피해 나온 인파와 관광객이 모여든 해변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길가에서는 이름모를 가수가 <여수밤바다>를 구경꾼과 함께 부르고 있다. 

해변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포차에서는 생선과 해물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미 소주를 4병이나 마신 여수지인과 딱히 할 말이 없었서 서먹한 기운을 덜어내고자   

근처 수산시장에서 회를 먹자고(저녁도 먹었고 맛만 보려고 했는데) 했더니

굳이 소치라는 곳으로 가자며 미리 횟집에 전화를 해서 주문을 하고 택시를 잡는다.

많이 먹을 것도 아니고 그냥 수산시장에서 먹으면 되는데 택시비를 만원이나 넘게 지불하고 가자니...ㅠ

 

아마 수산시장에서 먹었다면 여러가지 종류를 골라 술값까지 5만원이면 충분 했을 것이다.

 

좌측이 도미회와 전어회 그리고 우측의 전어구이가 나왔는데 10만원이었다.

밥을 먹고 갔기때문에 밥량이 적어서 거의 반을 남기고 왔다.

또 그날따라 주방장이 손을 다쳤다면서 일찍 마쳐야 한다고 채촉을 하는 바람에 더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소치라는 것도 바로 앞이 바닷가였는데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아서 집에서 먹는 맛(?)이었다.

해양공원 여수 밤바다는 야경이 좋아 조명으로 훤히 비추어 바다가 다 보였고

조명으로 치장한 다리가 있고 지나가는 배가 있고 사람이 있었는데 여긴 아니다 싶었다.

경락일이 잘 되느냐고 물으면 잘 된다고 했지만 여수 시골의 돈벌이가 녹록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저번에도 이번에도 돈을 쓰자고 여행을 왔으니 내가 값을 치뤘다.

 

소주 한병과 맥주 한병을 시켜 각자 마셨다.

이분은 오늘만 벌써 소주 5병째 마시고 있는 셈이다....크흑!  

어제 4병까지 합하면 무려 9병의 소주를 마시고 있는 셈이지만 물 마시듯이 소주를 마신다.

마치 갈증난 사람이 시원한 물 한모금 마시는듯 했다.

마신 소주량에 비해 몸가짐은 그리 흐트러지지 않았는데 눈만은 맑지 못하고 살기(무엇을 노리는듯한)가 있었다.

이분은 원래 신기가 있는 분이어서 나는 기도를 권했었다.

그래서 여수 은적사라는 절을 같이 갔었는데 산신각의 기운이 좋아 그곳에서 기도를 해 보라고 권하기도 했었다.

그후 은적사뿐 아니라 다른 곳을 옮겨다니며 기도를 했다는데 그전에 많이 마시던 술도 줄였다고 했다.

신기가 있는 사람중에는 술을 물 마시듯이 마시는 사람을 많이 봤었다.  

하지만 도를 닦는데 있어서 나에게 술은 방해만 될뿐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하는 음식이다. 

 

물같아도 술기운이 오르는지 이분이 인연을 강조한다.

나보고 도인이라며 자기도 도인이라고 한다....ㅎㅎㅎ

난 아직까지 내가 도인이라고 생각 해 본적이 없는데 도인이라고 추켜 세우더니 은근슬적 자기도 도인이란다.

"맨손으로 허리디스크를 고치면 도인이지!"라고 하는데 난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럼 경락을 하는 사람은 다 도인이겠네.....ㅋ

경락은 기술이다.

물론 기치료를 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병을 고치는 것만으로 도인이라고 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우수광스런 일일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의사도 도인이된다.

도인이 안 되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병을 고친다고 도인은 아닐 것이다.

세상살이 이치를 깨달아 어떤 경계에도 흔들림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그런 사람이 도인이 아닐까!

 

이분에게 술을 마시면 안 된다고 얘기를 했지만 쉽게 끊지못하고 아직도 술에 휘둘린다.

도인이 되기는 요원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라 안타깝다.

술 마셔가면서 닦는 도의 길이란 없고 잘못하면 무속인의 길만 있을지 모른다.

잘 못하면...이러니 무속인을 비하하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다.

무속인도 영이 맑은 무속인이 있는 반면에 술로 인해 탐욕으로 찌든 맑지않은 무속인도 있다.

어떤 길을 가던지 영이 맑아야  잘 보고 잘 판단하고 잘 실천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술에 휘둘리지 말고 술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어떤 것이던지 그것의 노예가 된다면 온전한 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속인과 도인의 외부적인 확실한 구분은 없을지 몰라도 마음의 경계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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