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여행스케치

2017년 지리산 노고단 겨울산행

敎當 2017. 1. 25. 17:59

작년 처음으로 지방산행을 시작했지만 항상 혼자였었다.

등산이라기보다는 수련 또는 수행에 가까웠기 때문에

누구랑 함께 간다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자유인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나는

하고 싶으면 하고 쉬고 싶으면 하는 삶이라 혼자가 편하다.

울릉도 성인봉에서 수북하게 쌓인 눈을 본 이후로 눈이 내린 높은 산을 등산한 경험이 없어서

이 지리산 겨울 산행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우연히 수월스님에 관한 글을 블러그에

15<지리산 우번대>라는 제목으로 올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알 수 없는 것이라서 제 작년에 나를 통해서 땅에 투자를 하면서

고객이 된 분당에 사는 도반이 이 글을 보고 지리산 우번대를 한번 가 보자고 제안을 했다.

이 도반과는 같은 성남에 살고 연배도 비슷했고 불교라는 종교적 연결고리로 인해

가끔 만나서 식사도 하고 산행도 하고 참선모임에도 참석을 했었다.

여름에 지리산 문수사라는 절도 함께 가고 천왕봉 정상까지 함께 산행도 하고 왔었다.

지리산은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가 본적이 없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혼자였다면 시도조차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함께라도 좋고 혼자라도 좋은 것이다.....ㅎㅎㅎ

 

지리산 종주 경험이 있는 이 친구에게 열차예매부터 산장예약까지 다 맡겨버렸다.

그래서 120일 금요일 1045분 야간열차를 타고 용산역에서 출발을 했다.

전날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5시간 정도 잠을 잔데다 금요일 상담 건이 많아서

말을 많이 했더니 피곤이 몰려왔지만 겨울산행이란 묘미에 훌쩍 열차에 올랐다.

 

구례구역에서 내려 차를 타고 화엄사까지 간 후 거기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열차는 늦은 시간임에도 금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아 입석으로 가는 사람도 있었는데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메고 삼삼오오 올라타는 전문(?) 산악인의 모습도 보였다.

아마 겨울 지리산을 종주하는 사람인 듯 싶었다...ㅎㅎㅎ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단 배낭 크기와 옷매무새를 보니 상대적으로 비교되었다.

 

구례구역에서 내리니 시간은 3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고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사실 어제는 딱 점심 한 끼를 먹고 어영부영 하루가 지나고 말았다.

저녁을 먹고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같이 간 도반이 기차 안에서 도시락을 판다고

그것으로 저녁을 해결 하지고 했는데 도시락을 파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간식으로 허기를 속이고 구레구역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구례는 섬진강이 가까워 재첩국과 민물 매운탕 집이 많았다.

메기 매운탕을 시켰더니 가장 작은 것이 3만원이었는데 둘이서 먹기에는 좀 많지 않을까 싶어

더 작은 것도 있느냐고 물으니 그것이 가장 작은 것이라고 한다.

참게도 들어가고 잡고가도 들어가서 더 작은 것은 팔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참게도 들어가는 매운탕이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잔뜩 기대를 했는데 위 음식이 먼저 나왔다.

수저가 담겨져 있는 것이 호박을 넣은 재첩국인데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아직 매운탕도 나오기 전인데 시장하니 음식을 먹기 시작을 했다.

매운탕이 가격이 비싸니까 기본 반찬에 재첩국까지 딸려 나온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매운탕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 뒤편으로 먼저 와서 음식을 시킨 분들도 아직까지 기본 반찬조차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순간 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저 뒤에 시키신 분 음식이 잘 못 배달이 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고

난 주인을 불러 제대로 음식이 나온 것인지를 물었는데......아뿔사!

 

저 뒤에 계신 손님이 재첩국을 시켰는데 그 음식이 남자주인의 실수로 우리한테 온 것이었다.

이날 아침부터 남편 분은 아내로부터 물어보고 갖다 줘야지 하면서....엄청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 남자분....우리가 먹던 재첩국을 가지고 간다.....!

그 음식 이미 우리가 먹어서 다른 손님에게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음식 쓰레기가 될 것인데

어차피 먹은 것 인심이나 쓰지 그걸 기어코 가져다가 싱크대 위에 놓고 말았다.

난 사살 뒤에 앉은 손님과는 등지고 있어서 음식이 나왔는지 잘 몰랐고

식당에 가면 의례히 메인이 나오기 전에 밥과 반찬먼저 나오는 것이라서 별 생각 없이 먹었는데

일부러 먹었다고 생각했는지 먹던 국을 걷어가 버린 것이다.

뚝배기에 나온 매운탕은 큰 참게도 한 마리 들어가 있고 잡고기도 들어가 있어서 맛있었다.

황망한 일을 겪다 보니 경황이 없어서 매운탕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뒤에서 식사를 하신 분들과 함께 합승을 해서 화엄사까지 택시로 이동을 했다.

택시 요금으로 2만원을 받았는데 각자 5천 원씩을 내고 온 셈이다.

화엄사 입구라고 하는데 규모가 엄청 클 거라고 예상되지만 어두워 안 보였다.

 

화엄사 입구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가서 올라가면 된다고 했다.

아이젠을 장착을 하고 방한 목도리를 하고 나름 중무장을 한 채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저 다리를 건너 좌회전을 했건만 이정표가 헷갈리게 표시되어 있었다.

노고단 정상으로 가야하는데 노고단은 표시가 없고 직진하면 연기암이고 우측으로는 계단이 있었다.

산을 올라가야 하는 만큼 우리는 우측 계단으로 향했다.

사방은 컴컴하고 어두워 이정표를 보고 가는데 계속해서 넓은 도로만 나오고 노고단 표지는 없다

마냥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계속해서 암자를 가는 표지판만 나온다.

같이 가는 도반도 어디가 어디인지 잘 분간이 안가는 눈치인데 눈까지 날린다.

이럴 때는 침묵이 금이다...ㅎㅎㅎ...멋 적어 휘파람도 불어보고...

노고단 표지는 없고 곰을 만나면 이렇게 하라는 행동강령만 적힌 표지판이 나온다.

 

캄캄한 밤에 달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처음 산행을 시작 할 때 연기암이라고 표시된 곳을 따라 산행을 했어야 한다.

그러면 산길을 따라 산행을 하는 것이고 우측 계단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은

도로를 따라 산행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어찌되었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ㅎㅎㅎ

산행을 하다 보니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노고단 고개는 노고단 바로 전에 있는 곳이다....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눈으로 주위 풍경을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밝아왔다.

 

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이미 날이 밝았는데 눈으로 덮인 겨울 산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 온다

 

눈만 조금 남기고 중무장(?)을 했는데 남한산성에 오를 때와는 달리 땀은 많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고지대라서 그런가 보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겨울산을 찾는가 보다.

 

아침 일찍 산행을 나선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산행을 한다.

선인(先人)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니 앞서간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가파른 코스의 정상까지 도착을 했다.

여기는 해발 1300m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동이 트면서

종석대(확실치는 않음...^^) 산 정상이 황금빛으로 물들어있어 새하얀 눈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여름 산행이 만발한 꽃과 푸르른 잎으로 장관을 이루지만 겨울산행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잎이 져서 앙상한 가지마다 풍성한 눈꽃이 피고 그 뒤로 황금빛 햇살을 머금은 산이...^^

 

여기서부터 노고단 고개까지는 1.1km가 남았다.

사실 여기에서 화엄사가지는 거리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아이젠을 착용하는 걷는 산행은

여름 산행과는 다르게 확연히 체력소모가 많은 편이었다.

 

가파른 산행도 끝이 났고 여기서부터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주변 경관도 감상을 하면서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을 했다.

관계자분들이 쌓인 눈을 치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대피소 옆으로 이 건물이 따로 있었는데 <밥 짓고 나누어 먹는 곳>이란 현판이 눈길을 끌었다.

오른쪽으로 계단을 올라 아치형 문처럼 보이는 곳이 노고단 고개로 바로 올라가는 길이다.

 

이정표는 이 건물 앞을 가로질러 우측(사진에 보이는 길)으로 가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처음에는 사람 발자국이 있어서 별 의심 없이 갔는데 나중에 보니 이 길은 한참 돌아가는 길이었다.

한참 돌아가는 길이니 길을 아는 사람들은 계단을 올라 직선주로로 난 길을 선택을 했고

우린 잘 몰라서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동물 발자국만 있는...^^)을 푹푹 빠지면서 걸어갔다...ㅎㅎㅎ

 

이번 산행을 주도한 길 떠나는 한거사님~*

 

고단 고개 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었는데 구례시내가 한눈에 다 보였다.

밤에 올라오다가 보니 불빛이 장관이었는데 화엄사인줄 알았다...ㅎㅎㅎ

 

섬진강도 보이고 구례 시내의 모습이 보인다.

 

멀리는 무등산도 보인다고 하는데 어떤 산인지 잘 모르겠다.

 

이정표가 없어서 정확한 명칭은 알 수 없었지만 산 이름이 종석대가 아닐까 추측 해 봅니다.

 

눈 덮인 지리산 산하는 장엄하기도 하고 절경(絶景)이네요...^^

 

파란하늘과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은 흰 눈꽃...시리도록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같아서 말이 필요 없을 듯 합니다.

사족(蛇足)이라고 하죠....오히려 말이나 글이 훼방을 놓을 듯.....^^

 

목적지인 노고단 고개까지 도착을 했습니다.

 

노고단 고개에서 이 건물 우측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 천왕봉으로 가는 길입니다.

여기에서 부터 천왕봉까지는 25.5km 거리에 있다고 합니다.

저번 산행에서는 천왕봉에 올랐는데 백무동에서 올라갔었죠.

언젠가는 지리산 종주도 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ㅎㅎㅎ

 

노고단이란 말은 많이 들었는데 지명에 얽힌 사연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노고단 정상을 눈앞에 두고 통제시간에 걸려 못 올라갔습니다.

뒤로 봉긋하게 삼각뿔 모양으로 솟은 곳이 노고단 정상이라고 합니다.

 

 

 

 

 

노고단 고개에서 바라본 주변 산입니다.

산과 눈과 운해와 나무 파란하늘 그리고 사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바람까지 조화를 이룹니다.

 

지리산 전체지도인데 글이 작아 사진으로 확인이 힘드네요.

 

확대를 해 보았습니다.

올라 갈 때는 화엄사로 해서 노고단 고개가지 갔다가 하산 할 때는 시암재휴게소를 거쳐 천은사 길로 하산을 했습니다.

도로를 따라 하산을 하는데 길이 미끄러워 차가 헛돌기도 하고 운행을 포기하고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가는 모습도 꽤 많이 눈에 띄였습니다.

2~3시간이면 하산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완전 착각이었습니다.

결국 도반이 발이 아프다고 하여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하산을 했습니다.

 

추위에 지쳤다가 따뜻한 택시 안으로 들어가니 어찌나 졸음이 쏟아지던지 연신 졸았습니다.

전날 잠도 5시간 뿐이 못 자고 말 많이 하고 딸랑 한 끼 먹고 야간열차에서 잠시 쪼그려 자고....등

그렇게 시작된 산행은 눈이 많이 쌓여서 아이젠까지 착용을 하니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죠.

그래도 별 무리 없이 겨울산행을 잘 마쳤습니다....ㅎㅎㅎ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지 모른다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같이 간 한거사님이 문자가 왔네요.

답장 말미에 설 연휴 잘 보내고...올 해 또 다른 산행을 기대 한다고 보냈습니다...^^

 

산을 타면서 입으로 하지 말고 코로 숨을 들여 마시고 코로 뱉는 호흡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 수련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설 연휴 잘 보내시고 항상 건강한 삶 이루시기를 발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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