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행운

敎當 2018. 5. 22. 17:43

단골로 가는 할인마트가 있는데 주인이 여러번 바뀌었다.

처음에 회원가입도 하고 물건을 사고 적립을 위해 전번도 열심히 불러주었는데

이 적립포인트라는 것이 쌓이는 속도가 신통치 않아서 한참이 지나도 몇천원 모이기가 힘이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모아 한 삼천원쯤 모였을때 할인마트 주인이 바뀌면서 상호도 바뀌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존 적림금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거 열심히 모았는데 또 주인이 바뀌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일단 삼천원을 쓰기로 큰 맘(?)을 먹었는데

아뿔사!.............5천원이 넘어야 사용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진짜 또 다른 주인으로 마트가 바뀌면서 기존 적립금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우려가 현실로...ㅠ

그래서 지금은 회원가입도 안 하고 적립금을 모으지도 않는다.


두 달 전부터 물건을 사면 응모권을 주었다.

만원에 한장 주는 이 응모권에 관심이 없던 나는 그냥 그자리에서 버리고 왔다.

언제 추첨을 하는지 얼마를 주는 것인지 조차 관심도 없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버린 응모권이 족히 20장은 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 어느날 이 응모권의 비밀을 알아버린 날이 왔다.

계산대 옆을 보니 5월 20일 추첨을 하는데 대상이 자그만치 200만원이다.

아!....이걸 보지 말았어야 하는데 이미 보고나니 마음이 요동을 치기 시작을 했다.

응모권에 이름과 전번만 적어넣는 수고로움(?)만 하면 200만원에 당첨 될 수 있는 행운이 올 수도 있는데.....!

이때부터 나는 이전과는 달리 꼬박꼬박 응모권에 신상을 기입하고 추첨함에 넣었다.

등산가는 길에 기입해서 넣고 가기도 하고 여러장일 경우에는 한테 뭉치지 않도록 흩뿌려 넣기도 했다....ㅎㅎㅎ


이렇게 두달을 기다렸다.

19일에는 물건을 3만원 어치 사는 바람에 3장이나 받아서 집에와서 작성을 하고 다음날 넣으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일을 하다보니 벌써 12시가 다가오고 있었고 추첨시간인 3시 전에 넣기 위해서

일부러 집을 나서는 수고로움까지 당연한 듯이 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ㅋ

생각이 행동을 하게 만든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무심에서 벗어나니 적극적인 행동이 뒤따랐다.

12시쯤 응모권을 함에 넣고 집에와서 뭘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3시 5분 전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불이라도 난것처럼 총총 걸음으로 할인마트로 향했다.

할인마트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운집해 있었다.



사실 지금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운집해 있었다.

활인마트 안에도 많은 사람이 있고 이 사진 좌우로도 많은 분들이 나와

혹시나 하는 행운에 무심한척 하면서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불교에서는 욕심을 버리라고 한다.

그런데 불자(佛子)라는 내가 이런 경품에 욕심을 부려도 되나 싶은 마음에 사실 가는길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할인마트를 이용한 댓가로 받은 내 권리인데 참여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욕심과 권리 사이에서 방황하던 나는 결국 어떻게 진행을 하는지나 알아보자(?)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그래서 슬리퍼를 신고 갈등 만큼이나 멀직이 서서 구경을 했다.


사람의 마음작용이라는 것이 희유하게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롤화장지를 주는 10명의 참가상부터 10만원 상당의 경품 10명과 30만원 5명 

그리고 50만원 2명 100만원 1명 대망의 200만원 1명까지 나름 당첨 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었는데  

이처럼 멀리 떨어져 구경하던 내 주위 사람들중에는 당첨된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이 앞쪽에 있던 다소 적극적인 사람들이 당첨이 되었다.

본인이 와야지만 확인하고 경품을 주는데 안 오신 분들도 어찌나 많은지

실재로 당첨된 분들의 2배수 가까이는 이름을 호명 했을 것이다.

낮은 경품부터 차레로 호명이 되면서 기회가 점점 줄어들어도 내가 저것 타려고 온게 아닌데....ㅎ

이러면서 자신을 위로하며 마지막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낙첨(소위 꽝!)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 경품 200만원의 주인공이 6830 이었는데 제 번호 6858과 처음 부를때 같아서 살짝 긴장했다는...ㅎㅎㅎ


가랑비에 옷 젖듯이 무심(無心)에서 슬슬 욕심으로 물들어 가는 나 자신을 보면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반성(?) 해 봅니다.

불교가 욕심을 버리라는 말에 현실도피성 성향이 많다고 지적하는데

물질에 소극적이고 뻔뻔하지 못한 내 성격을 권리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도전 해 본 하루였습니다.

당첨 안 되었어도 당첨이 된 사람만큼 좋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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