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여행스케치

완도여행-명사십리와 다슬기체험장계곡

敎當 2016. 9. 6. 13:43

월출산 산행을 마치고 땀과 비에 젖은 몸을 사우나에 가서 씻고 영암터미날로 왔다.
그래도 목욕을 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졌는데 오는 도중에 마트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무려 두 개나 연거푸 먹으며 걸어서 도착하였다.
영암에서 완도까지 가는 버스는 4시 5분에 있었는데 시간을 보니 아직 30여분이 남아있었다.
요금은 9800원으로 시간은 약 1시간 조금 더 걸린다고 한다.
주변을 배회하다 15분 전부터 기다렸는데 4시 5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왜 안 오는지 확인하러 갔을 텐데 이젠 마음이 여유가 있다.....ㅎ 
일이 있으니 아직 도착을 안 하는 것이겠지....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니 10분이 지나 도착을 한다
이곳저곳을 들러서 오는 버스라 연착이 된 모양이다.
월출산 산행을 마쳤을 때만 하더라도 기진맥진했는데 버스를 타니 정신은 너무 또렸해서
잠도 안 오고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느라 분주한 마음을 보냈다.


완도에 도착을 해서 일단은 숙소를 잡는 것이 급했다.
오늘은 그냥 푹 쉬고 내일부터 여행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터미널 가까운 곳에 꽤 큰 숙박업소인 모텔이 눈에 들어왔다.
방 값을 물어 보니 여러 소리를 늘어 넣으며 싸게 해 주는 것처럼 4만원이라고 한다.
난 2만 5천 원 정도 예상하고 왔다면서 피서철도 지났는데...하고 나갈 듯이 행동을 취했다.
혼자 들어 온 것을 뻔히 알면서 혼자 묶을 거냐고 되묻더니 3만원을 내라고 한다.
몸도 피곤하고 해서 그냥 3만원에 방을 잡아 올라갔는데 시설은 괜찮았다.
일단 들어가자마자 빨래부터 했는데 배낭에서 땀 냄새가 많이 나서 불쾌감을 줄까봐
정성을 들여 배낭까지 빨으니 기분이 한결 개운하였다.


정리를 다 마치니 어느새 6시쯤 되었는데 인터넷으로 이미 검색을 하고 왔기 때문에
근처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수산시장이 있으면 회에 소주한잔 하고
일찍 숙소에 들어와서 내일을 위해 잠을 청 할 생각이었다.
터미널 주변은 관광객이 많아 유동인구 탓인지 먹을거리 마실거리를 파는 집이 많았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것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계속 한곳으로 나아가니
드디어 해변이 나왔는데 남해안은 거의 오지 못했고 주로 서해안이나 동해안을 다녀봤기에
탁~~~트인 바다만 봤는데 완도의 바다는 강에 가까운 아기자기한 바다의 모습이었다.



다도해라는 명성답게 섬으로 둘러쌓인 완도는 그냥 내륙의 충주호 정도 되어 보였다...ㅎ
리아시스식 해안이라 해안의 길이가 무척 길면서 굴곡졌는데 잘 꾸며진 해안공원과
해안가에 자리 잡은 고층 아파트는 완도가 가난한 섬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완도 전복이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근처에 수산시장이 없었다.
물론 도로를 따라 횟집은 있었는데 속초에서 보던 고무 다라이에 살아있는 생선을 담아
원하는 만큼 파는 그런 수산시장을 원했는데 공교롭게도 주변에는 이런 곳이 없었고
짐작으로 저 앞에 보이는 아파트 근처까지 가야 이런 시장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평상시와는 달리 오늘은 그곳까지 가서 살펴 볼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ㅎ
그래서 근처 횟집을 기웃거렸는데 이날은 혼자 들어가서 먹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도로를 따라 몇 번을 걸어 다니다 숙소 근처로 오고 말았는데
숙소 근처에서 막다른 길에 들어선 것처럼 급히 선택한 메뉴가 삼겹살이었다...ㅠ


식당에 들어서니 혼자냐고 묻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속에서 원망과 실망이 묻어 나왔다.
혼자서 왔지만 1인분은 안 된다는 결연한 의지가 질문 속에 담겨 있었다.
바로 위가 숙소고 시간도 이르니 먹다 남으면 싸갈 요령으로 호기롭게 2인분을 주문하였다.
도시에서는 혼자 식당에 가도 별로 눈치 볼 일이 없는데 완도까지 와서 눈치를 보다니...ㅋ
삼겹살은 맛이 있었는데 꼭 배고파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진짜로 맛은 있었다.
맛있게 다 먹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고기 한 점은 남겨 놓게 되었다....ㅎㅎㅎ
숙소로 돌아가니 옷과 배낭을 빨리 말리려고 틀어 놓은 선풍기가 혼자서도 잘 돌고 있다.
이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워서 항상 12시쯤 자다보니 무더위 탓도 있지만 쉽게 잠이오지 않았다
그래서 앉아 거의 12시까지 수련을 하다가 잠이 들었다.


숙소키를 반납하고 아침을 먹으려고 이 식당 저 식당 눈팅을 하면서 나름 평가를 하다가
터미널 바로 뒤에 있는 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 들어갔다.
이름이 <골목대장>이라고 하니 나름 이 골목에서 맛으로는 대장이라고 자부를 하나보다...ㅎ
하나님의 말씀을 액자로 만들어 잘 걸어 놓은 식당에서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가격이 6000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식성 좋은 나는 한끼 때운다는 심정으로 주문을 했다.



정갈한 식단이 기대 이상이라 사진을 찍어 왔다...^^
여기에 메추리알 조림은 나중에 나와서 사진에서 빠져 있는데 국 하나에 반찬이 10가지다.
미역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날 미역국은 완도 청정 미역이라 그런지 맛이 좋아서
국그릇을 들어 국물도 남김없이 다 마시고 왔다.


이날 일정은 버스를 타고 완도 명사십리를 돌아볼 예정이었다.
사실 철지난 바닷가를 가 봐야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고
해수욕장이 사람구경(?)하러 가는 것인데 사람이 없으니 특별히 구경 할 만한 것도 없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시간도 많이 남을 것 같아 다른 구경거리가 있나 식사를 마치고 물어 보았다.
식당주인(처음에는 이 분이 식당주인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에게 추천지를 물으니
완도 수목원을 추천하면서 얘기 중이던 다른 한 분을 가르키면서 수목원쪽으로 가니
같이 그 분의 차를 타고 가라고 했지만 난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수목원 위치를 모르니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 없는 자의 특권이 가는 것이 계획인지라 난 염치불구하고 아침 밥 먹은 인연으로
그 분의 차를 얻어 타고 수목원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다보니 그 식당(골목대장)은 이분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문어발식(?)으로 여러 곳을 운영하는 사업가였는데 <다슬기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곳은 완도군에서 만들어서 개인에게 운영권을 주어 장사하는 곳인데
한참 얘기를 하다 보니 나와 동갑이었고 말도 잘 통해서 잠시 있다가 수목원에 가려 했던게
이 곳에서 두 시간여를 지체하고 말았다....나도 점점 아줌마가 되어 가나보다...ㅎㅎㅎ




차를 태워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가서 커피한잔 하고 가라고 했지만
난 커피와 다른 음료도 주문해서 먹고 커피 값까지 계산하려고 했는데 한사코 거절하셨다.
커피는 대접한다고 했느니.....이러면서 결국 커피 값은 제하고 거스름돈을 준다.
매점이라고 쓴 붉은 글씨 아래 숯불에 구워먹을 수 있도록 감자를 무료로 준다고 써있었는데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한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집 주변에 이처럼 토끼를 방사해서 기르고 있었는데 함께 붙어 다니는 모습이 앙증맞다.


푸른 숲과 어우러진 계곡물이 무더위를 식혀 준다.
물속에 고기들도 꽤 많아 보였는데 제법 큰 물고기가 사람이 가까이 갔는데도 겁을내지 않는다.


계곡의 물을 막아서 물놀이 시설을 만들었다.
저 기슭에는 테라스 등 쉴 공간을 더 확보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보위에서 바라본 계곡의 전경인데 저 위쪽이 수목원 가는 곳이다.


아래 물이 떨어지는 곳에는 물고기가 물 반, 고기 반으로 몰려 있었다.
민물고기 좋아하는 사람은 욕심이 날만한 장소였다...ㅎㅎㅎ


길 가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청초하게 피어있었다.
순백의 꽃이 체험장 아주머니의 때묻지 않은 완도의 순수한심성을 대변하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음식솜씨도 좋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아주머니는 어지간한 남자보다 성격이 좋았다.
보길도에서 나서 완도로 시집왔다는 이 분은 바로 근처가 시집이었는데
이 체험장도 아들과 딸 그리고 친척이 도와 운영을 하고 있었다.
퍼 주고 돕는 것을 마다않는 성격이니 음식도 맛이 없을 수 없다.
수목원에 갔다가 버스를 타려고 여기를 다시 왔는데 마침 여행사 사장이 와서 밥을 먹엇다.
완도 여행을 와서 가는 날 단체식사를 할 곳을 찾았는데 소개로 왔다면서
음식 맛을 보고서는 맛있다면서 대략 40인분의 식사를 예약하고 갔다.
<골목대장>에서 난 이미 맛을 봤으니.....^^


처럼 캐러반이 여러대 설치되어 있었는데 궁금해서 난 가격을 물어 보았다.
한 여름 성수기민 아니면 보통 7만 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이 <다슬기 체험장>은 완도에서는 보기 드물게 민물계곡이 있는 곳으로
여기에서 차로 2~3분 나가니 바로 바다가 있어서 바다와 계곡을 체험 할 수 있는 곳이다.
또 수목원이 가까이 있고 644m의 상왕봉 등산로가 있어서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을 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안 하면 몰라도 하면 꼼꼼한 성격인 나는 피곤한 상태에서도 수목원에 가서 3시간을 걸었다.

무더위에 장시간 걸었더니 준비해간 물은 바닥이 나 있었다.

명사십리던지 어느 곳 하나 더 볼려면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버스 정류장이 다슬기체험장 근처다.

그래서 체험장으로 되 돌아와 음료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니 엉덩이가 무거워져서 또 주인아줌마와 수다를 떨었다.

버스시간은 아직 한참 남아있었는데 그 사간을 맞춰서 나가면 오늘 명사십리를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수다(?)를 떨면서도 눈은 자꾸 식계를 보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택시를 타고 나갈가 그냥 버스를 탈까 복잡했다. 

이런 마음을 눈치라도 챘는지 자기도 <골목대장>에 나가봐야 한다면서 버스에 신경쓰지 말고 쉬었다가

자기 차를 타고 나가면 된다고 안심(?)을 시켜주어서 그냥 눌러앉았다.....ㅎㅎㅎ 


단체예약 문제로 왔던 여행사 사장과의 협의가 잘 끝나고 시내로 나가게 되었다.

난 차를 얻어타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나오는 길에 <완도 청해포구촬영장>이 보였고

언제 올지 모르니 잠시라도 구경하다 가시라고 배려를 해 주었다.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차마 미안해서 그렇게 하지 못하자 계속 차는 달려 어느덧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다다랐다.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이라 마음이 동했는데 아무 말없이 해수욕장으로 들어가 차를 세운다.

사실 기독교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종교를 초월해서 마음씨가 너무 사려깊었다.


철이 지났지만 파란 바다와 백사장 그리고 소나무가 잘 어우러진 해변이 명사십리해수욕장이다.


이곳은 명사십리를 끼고 돌아가면 나오는 방파제인데 옥색의 물이 마음을 홀린다.


섬이 치달아 또 다른 방파제를 형성하고 있는듯이 보였다.


명사십리 백사장이 긴 뱀처럼 길게 늘어서 바다에 몸을 맡기고 있다.


사실 해수욕장에 가면 사람구경이 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철지난 해수욕장은 본래의 고요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꼭 가보고 싶었던 남해안의 섬이었는데 모처럼 만난 귀한 인연으로 인해

처음 마음 먹은대로 편하게 명사십리해수욕장까지 구경하게 되었다. 

사실 <완도수목원>은 덤으로 구경을 한 셈이다.

3시간 동안 수목원 구석구석을 걸어서 답사를 했더니 사진도 분량이 많다.

시간을 내서 수목원만 따로 글을 쓸 예정이다.

완도에서 광주로 바로가는 버스를 타고가서 거기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피곤은 어느새 봄눈 녹듯이 사르르 녹아 없어지고 좋은추억 한아름 안고 올 수 있었다.

낯선곳을 여행하고 예정에 없던 곳을 여행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것이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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