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여행스케치

영암(靈岩) 월출(月出)산 산행

敎當 2016. 8. 28. 19:19

영암은 예전 젊은시절에 건축설계사무소에 근무를 할 당시에 영암 농협에 근무하다
성남에 오셔서 설계사무소 근처에서 식당을 하시던 그 분의 고향이기도 해서
부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버스로 상갓집에 다녀 온 인연 밖에는 없는 곳이다.
그 당시 기억으로는 먼 곳이라는 것 이외에 달리 뚜렷한 기억이 없었지만
영암아리랑으로 알려진 영암의 월출산이라는 곳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번 산행 장소로 월출산을 결정 하는데는 이런 잠재의식과 함께
댓글로 월출산을 추천 해 주신 분의 영향으로 어렵게 결정이 되었다.
어렵게....라고 적은 이유는 사실 처음에는 함양의 문수사를 갈 예정이었다.


처음 절과 인연을 맺은 곳은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원각사였는데 그 먼 거리를 매 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3~4년을 다녔는데 인연이 끊어진 뒤로는 마땅한 절이 없어서
과연 내가 불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절과 인연을 끊고 살았었다.
아예 최근 3~4년은 절이라는 곳을 관광 이외에는 가 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성남에 있는 절을 마음을 다 잡고 다녀보려고 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포기했다.
또 집에서도 기도나 염불 정근 그리고 경을 읽는 것 까지 잘 되니 굳이 절에 갈 이유도 없었는데
올 여름에는 조금 유별나게 템플스테이를 한번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인터넷카페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함양의 문수사가 떠올랐고 주지스님인 원덕스님의
<도솔암 수행일지>를 읽고 한번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기 때문이다.
마침 지리산 천왕봉(1,915.4m)도 근처에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이었다....ㅎㅎㅎ


사람이 욕심이 앞서면 근심만 생기는 법이다.
절 생활이라는 것이 하루 일과가 무언가 하기로 마음 먹으면 바쁘지만
또 한없이 할 일이 없는 것도 절 생활이다.....(낯가림이 있는 편이라)
과연 연고도 없는 문수사에 가서 몇 일 있는다는 것이.....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면서
처음 발심한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자꾸 월출산 산행이 마음에 남아 근심(?)이 되었다.
성남에서 영암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는데 3시 40분에 출발하면 4시간 30분이 걸리니
도착하면 저녁 8시가 넘으니 초행길인 나는 주변 파악이 안 되어 고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른 방도를 찾아보니 전라도 광주에서는 영암 가는 버스가 자주 있었다.
그래서 월출산 산행을 하고 함양 문수사를 갔다가 지리산 천왕봉에 가기로 하고 출발지를 일단 월출산으로 정했다.


올 초에 지방산행을 할 때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한여름이라 화분이 문제가 되었다.
4개였던 화분이 11개로 늘면서 요즘 같은 날씨에는 매일 물을 주지 않으면 고사(枯死)할 것이다.
즐거움을 주던 화초가 갑자기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ㅎㅎㅎ
화초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이 변하니 지방산행 결정을 기점으로
즐거움을 주던 것에서 걱정꺼리로 변했다는 사실에 마음의 작용에 대해 다시 한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임을 깨닫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화분을 깨끗이 닦아 전부 실내로 들여 놓았다.
물증발이 더딜 것이라서 한 3~4일은 무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은 맞아 떨어졌다...^^



저녁 6시쯤 터미널에 도착하니 한쪽 벽면에 월출산에 관한 지도가 걸려있었다.
인터넷으로 조회를 하니 등산을 시작하는 곳이 <천황탐방지원센터>라고 나와 있었기 때문에
일단 이쪽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는데 터미널 직원에게 문의하니 버스도 없고
묻지도 않았는데 영암에는 찜질방도 없다(찜질방에서 자게 생겼었나 보다...ㅎㅎㅎ)면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다.
그래서 일단 터미널 밖에 줄지어 서 있는 일단의 택시가 있기에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 월출산을 보니 입이 떡~~~벌어졌다.
사진처럼 온통 바위산인데 도대체 저기를 어찌 올라갈지 걱정이 앞선다.
터미널에서 마주한 월출산은 전깃줄로 인해 좋은 모습을 담을 수 없어 이 사진을 올렸다...^^
난 일단 터미널에 걸려있던 사진을 기초로 <천황탐방지원센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무작정 걸었는데 가다 아니다 싶으면 그냥 돌아 올 생각이었다.



길을 걷다보니 소나무 숲 사이로 그림 같은 전원주택이 눈길을 끌었다.
소나무도 좋았지만 정원석과 잘 손질된 잔디가 집주인의 상격을 나타내고 있는 듯이 보였다.



길 한 켠에 자리잡은 정자는 여유로움을 주고 여기에 소나무는 기품 있는 멋스러움을 더 한다.
월출산뿐만 아니라 길 위에 있는 나무와 풀 한포기까지 신령스런 기운을 품고 있었다.



터미널에서 천황탐방지원센터까지는 약 30분이 소요되었다.
택시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숙소를 찾다보니
이 건물에서 나온 한 아주머니(한눈에 봐도 장사를 잘 하게 생겼다...ㅎ)가 날 불러 세운다.
민박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방값을 물어보니 위 아래로 훓어 보다가 5만원을 부른다.


올 해 지방을 다녀보니 모텔 숙박가격은 거의 2만 5천 원 정도 하였다.
임실에서만 4만원을 부르길래 전주에 가서 숙박을 하고 임실로 다시 왔었다.
임실은 근처에 큰 부대가 있는지 군인이 많이 보였고 가격이 비싼 이유는 아마 그런 영향인 듯...
난 2만 오천 원에 방을 달라고 하면서 아니면 영암시내로 다시 갈 듯이 말했다.
눈치 빠른 주인은 날이 더워 에어컨이 어쩌고....하면서도 승낙을 한다.
사실 평일 비수기라 이정도 가격이면 나와 주인 모두 만족할만한 협상이었다.
일층에는 식당이 있었고 이 주변으로도 식당이 많았지만 이미 문을 다 닫았다.
비수기라 손님이 없으니 식당이 일찍 문을 닫고 아침에는 무척 늦게 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식사가 문제가 되었다.
이날 저녁은 여기에서 산쪽으로 한 20분을 걸어서 겨우 순두부 한 그릇을 먹고 올 수 있었다.
도시에서 생활하던 습관이 남아 스마트폰도 안 가지고 그냥 길을 나섰는데
밥을 먹고 나니 주변은 이미 어두워져서 잘못하면 큰 낭패를 볼 뻔 했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월출산 산행을 계획한다면 잠은 영암 시내에서 자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야 늦게까지 주변 식당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시내를 벗어나 생고생을 했다.



하지만 이런 고생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창밖으로 운무낀 월출산이 보인다.
이날 12시쯤 잠이 들었는데 새벽 2시 30분 눈이 떠진 이후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기수련을 하면서 앉아 있었는데 5시가 넘자 졸음이 왔다.
다시 잠을 잤는데 눈을 떠 보니 아침 6시 30분쯤 되어있었다.
수맥이 흐르는 곳도 기가 쎈 곳이지만 좋은 기가 흐르는 곳과는 확실히 다르다.
수맥이 흐르는 곳에서 자면 몸이 붕 뜬 것 같아서 잠이 안 오고 자다깨다를 반복해서 얼마 못자게되니 일어나면 피곤하다.
하지만 기운이 좋은 곳은 잠을 조금만 자더라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씻고 밖으로 나와 식당을 찾아보니 작은 구멍가게만 문을 열고 있었는데
생수 2리터짜리 하나와 혹시 몰라서 과자 한 봉지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혹시 아침에 식당을 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전화를 했다.
전날 안내를 했던 아주머니는 안 나오고 아저씨가 마침 아래층 가게를 열고 있었다. 
내려가서 보니 여기는 편의점이라 정식으로 식사는 안 되고 연잎밥을 권했다.



아주머니가 만들었다는 연잎밥은 처음 했을 때는 맛이 있을 것 같았지만
이 밥은 냉동되어 있던 것을 해동시켜 내온 것이라서 조금 말라있었다...ㅠ
하지만 밥을 먹은 식당이 없었던지라 이 밥이라도 맛있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밥을 먹다가 아저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월출산이 기운이 좋은 산이라
자연스레 기(氣)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었고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은 아저씨는
자신이 어디가 안 좋은지 슬쩍 묻기에 위에 문제가 많다고 일러주자
전에 위에 구멍이 뚫려 큰일이 날 뻔 했다면서 자신의 병력을 털어 놓는다...ㅎ
그래서 어떻게 해야 위가 좋아지는지 설명을 해 주고 일어서자 얼린 생수 한 병을 준다.
무더위에 이 얼린 생수가 작지만 얼마나 요긴하게 쓰였는지.....^^



월출산 표지석 뒤로 월출산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ㅎ
여기서 보면 도저히 길이 없을 것 같은데 길이 있으니 등산을 할 것이다.



오늘은 천황사를 거쳐 천황봉에 올랐다가 도갑사로 하산할 예정이다.
소요시간이 6시간 걸린다고 나와 있으니 500cc 물 2통을 준비하고 힘찬 출발을 하였다.



도로 옆으로 빼곡히 들어선 나무숲이 인상적이었다.
컴컴한 것이 월출산의 이빨을 드러낸 입(?) 속으로 들어가는 동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ㅎ



조금 올라가다 보니 탐방로 입구라고 쓴 간판이 보였다.
이 탐방로입구 가기 전에 야영장이 있었는데 아빠와 같이 온 아이들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등산객이 있으면 초행길이 외롭지 않게 등산하련만 평일이라 등산객은 없고
그나마 단란하게 아침을 먹는 아이들을 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월출산이 기(氣)가 쎈 곳이라는 것을 입증하듯이 등산로변에 기를 느껴보라는 입간판이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기를 느껴보라는 장소가 어디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느낀 월출산의 기운은 몸의 탁기(濁氣)를 배출하는 기운이 쎈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몸에 막혀있던 기운이 순환되면서 감각이 살아나 이곳저곳 아픈 곳이 속출했다
특히 어깨가 아파서 힘들었는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통증이다.
이처럼 감각이 살아나면서 통증을 느끼고 갈증도 엄청 느끼게 되었는데
등산을 시작한 이래 이처럼 심한 갈증으로 고생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500cc 물병 2개로 어찌어찌 해서 도갑사까지 종단을 했지만 거의 탈진 직전까지 갔었다.
이번 월출산 산행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이었다.



올라가다 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좌측으로 가면 구름다리를 우측으로 가면 바람폭포를 만날 수 있다.
사실 구름다리는 울릉도에서도 만났기 때문에 폭염에 하는 산행이라서 난 폭포를 택하기로 했다
그래서 천황사에 들렀다가 다시 되돌아와 바람폭포 쪽으로 가기로 방향을 잡았다.



대나무에 걸린 등만이 천황사로 가는 길임을 밝혀주고 있다.



돌이 많은 산답게 높다란 돌계단 위에 자리 잡은 대웅전을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있었다.
대웅전을 들여다보니 부처님도 석불(石佛)이어서 월출산과 묘한 일체감을 이루고 있었다.



신라시대에 창건했다고 하니 인생 백년도 안 되는데 천황사는 천년도 더 지키고 있었다.



대웅전 저편으로 난 숲길이 구름다리로 가는 길인 듯 보였다.



천황사는 한창 불사 중이었는데 중장비를 운전하시는 분이 스님인 듯 보였다.
불현 듯 평창스님이 떠올랐는데 평창 큰스님도 중장비 운전부터 못하는 것이 없는 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스님은 만능(萬能)이라는 생각에 신분을 감춘 슈퍼맨일지도 모른다는.....ㅎㅎㅎ



돌산과 어우러진 파란 하늘이 대조적이다.
사진만 보면 가을 같지만 기온이 36도쯤 되는 찜통 같은 여름 날씨다...ㅠ



조금만 올라가면 바람폭포가 시원스레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힘든지 모르고 올랐다.
구름다리의 짜릿한 전율도 마다하고 선택한 바람폭포, 드디어 바람폭포에 도착을 했다.



“으~~~~~잉?”
이것이 바람폭포의 실체다.....ㅠ
수직으로 선 젖은 바위가 폭포임을 증명하고 있지만 물보라를 기대했던 나는
물이 없는 바람폭포 만큼이나 갈증으로 다가왔다.
오늘 내 인연이 여기까지인 것을 누굴 원망하랴.....^^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내 눈에는 앞에는 임신한 여인이 서 있고 뒤에는
좋아서 덩실덩실 춤추며 웃고 있는 남편의 모습이 보인다....한번 찾아보시길.....()
이건 폭포에 물이 없어서 볼 수 있는 행운이라고 생각을 하니

세상일이라는 것이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쉬움에 눈을 돌리니 저~기 구름다리가 보인다.



돌산 위에 위태롭게 올려져 있는 것이 <책바위>라고 한다.
식빵바위 등 다양한 이름을 붙여 보라고 하는데 내 눈에는 궤짝이나 목침으로 보인다.
책바위라고 본 사람은 학식이 뛰어난 사람이고 식빵바위라고 생각한 사람은 배고픈 사람이고
궤짝(다른 이름으로는 보석함...^^)이라고 본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닐까.....ㅎㅎㅎ



바위에 붙어있는 <부처손>이 보이다니 난 욕심이 많은 사람이 맞나 보다...흑흑흑
땀 한 바가지 흘리면 마음도 한 바가지 비워지려나...^^



이쪽 방향에서 책바위를 보니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형상이다.



번지점프나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절벽 아래를 보니 정신이 아득하다....아! 지금 보니 내가 새가슴인가 보다...ㅎㅎㅎ



여기가 장군봉 능선이라고 하네요.
이 바위들은 <육형제바위> 혹은 <장군바위>라고 한답니다.
사진을 찍은 위치에 전망대처럼 설치를 해 놓았는데 좀 허술(?)해보여 살짝 겁이 났다는...ㅎ



정상은 아직 한참 더 가야하는데 주변에 보이는 것은 온통 바위산뿐이었다.
이런 경치를 보면서 사실 말이나 설명이 오히려 경관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설명 없이 사진 몇 장을 올리기로 했다.







돌고래가 심연으로 하강하는듯 보였다....^^




처음 월출산을 봤을 때는 어찌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처럼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비록 꼬불꼬불 돌고 돌아가는 길이지만 계단이던지 돌이던지 길이 이어져 있었다.
여담이지만 천황봉에서 구정봉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관리직원 들이 길을 정비하면서
이 36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이런 분들의 수고로움으로 인해서 많은 분들이 편하게 월출산을 오르는 것이다.
그러니 세상에 귀한일 천한일은 없는 것이다.....()()()



월출산의 정상인 천황봉을 가는 길목에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通天門)이 있다.
다행히 좁은 굴을 걸림 없이 통과할 수 있어서 천황봉에 오를 수 있었다...ㅎ



바위에 새겨진 지도를 통해서 현 위치가 천황봉 정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월출산은 해발 809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강한 기운으로 인해 무척 힘든 산행이었다.
올 초 충북 천태산을 시작으로 다음날 진안 마이산에 올랐고 다음날 임실 성수산을 오르는
3일 동안 지방의 산 3개를 등산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힘이 남아돌았었다.
월출산이 바위산이지만 천태산이나 마이산도 바위산이며 쉽지 않은 산행이었는데
이번 월출산 산행이 힘이 들었던 이유는 날씨와 기운 때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정상에서 바라보니 온통 바위산이다.
멀리 정면으로 영암 시내가 보이고 우측으로 푸르른 논이 싱그럽다.



영암시내 반대편으로 내 달리는 산세의 모습니다.



하산길인 도갑사쪽으로 향하는 산세로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구정봉인 듯 하다.



드디어 천황봉에서 도갑사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


저 앞에 보이는 높은 봉우리가 구정봉이다.
계단으로 혹은 오솔길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가다보면 자연이 빚은
다양한 형태의 바위와 만날 수 있었는데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백인백색으로 보일 것이다.



글러브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손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측 뒤로 장군바위가 보인다.


마치 절을 하고 있는 군상(群像)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투구의 모습을 하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ㅎ



이 바위는 구정봉의 <장군바위> 혹은 <큰바위 얼굴>이라고 한다는데

내가 보기에는 위엄과 기상이 있는 모습이 장군의 얼굴과 가까운듯 하다.


이 근처에 <돼지바위>가 있다고 하는데 찾지 못했지만 이 바위가 아닐까 추측을 해 본다.

3단으로 되어 있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하산하느라 이리저리 둘러 볼 여유가 없았다...ㅠ



<남근바위>라고 하며 바위정상에 있는 식물은 산철쭉인데 고사되었던 것을 복원시켜 놓았다고 한다.

내 생각으로는 양기가 분출하는 형상을 이미지하기 위한 조치인듯 보였다.



아쉽게 가보지는 못하고 사진으로 대체하였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올려 놓은 것처럼 바위산 정상에 또 다른 바위가 서있다.


보는이의 마음에 따라 너무 다양한 모습이 있다.

만물상(萬物像)이라는 것이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월출산 기운으로 인해 평상시에는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몸의 변화를 느꼈다.

평상시 5~6시간 여름산행을 해도 어떤 때는 그냥 아무것도 없이 빈 몸으로 등산을 하는 경우도 있을만큼

물을 많이 먹지 않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극심한 갈증으로 도갑사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물은 바닥이 났다.

도갑사 골자기 계곡에는 물이 말라 있었는데 한참을 가다보니 조금 고여있는 물을 만날 수 있었다.

난 바로 달려가서 일단 얼굴을 씼었는데 그 개운함이란.....ㅎㅎㅎ

다리에 힘도 플리고 도갑사에 도착해서는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우선 급한게 갈증해소였다.

저 아래 입구쪽에 물바가지가 있는 것이 아마 우물이 있는듯 한데 왜 그리 먼지~~~*

지하수가 아닌지 물이 너무 미지근했다.


갈증을 해소하니 비로소 절에 눈에 들어왔는데 인연이 아닌지 사진 찍을 기운도 없고 기분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도갑사를 나와보니 매표소가 눈에 들어 온다.

공원에서 받던 입장료가 폐지 되었는데 절에서는 아직도 문화재보호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이런 논리는 물질보다 정신을 강조하는 불교교리와는 너무 동떨어진 것이라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단순하게 절을 통과해서 등산을 하는 사람에게 절 관람료를 받는 다는것 자체가 절이라는 곳이

마음을 수양하는 도량이 아니고 구경거리로 전락된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욕을 비우고 마음을 비우라는 옛 선사의 가르침을 불자는 잘 실천해서 시시때때로 공양을 올리는데

삼보라는 스님은 등산객에게조차 절 구경하는 댓가로 통행료를 요구하고 돈을 받고 있으니.....ㅠ 


도갑사를 나오니 마침 소나기가 시원하게 쏟아져 내려왔다.

마침 자판기가 있어서 시원한 음료라도 뽑아 먹으려니 땀으로 젖은 돈을 거부한다....ㅎ...염장한 돈이라서 그런가?  

눈치빠른 택시기사가 젖은 돈을 말른 돈으로 바꿔줘서 시원한 음료로 갈증을 해소했다.

땀 한바가지 흘리고 먹는 탄산음료의 청량감이란 맛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을 보니 천황사에서 도갑사로 월출산을 종주하는데 4시간 40분쯤 걸린것 같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고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더니 별로 쉬지 않고 등산을 했다.

도갑사에서 20분쯤 걸으면  버스가 다니는 도로가 나온다는데 사실 여기까지 걸어서 버스를 타고 염암시내로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운도 없고 비도 오고 택시기사님의 친절이 겹쳐 결국 택시(11,000원 정도)를 타고 영암시내로 향했다.

일단 사우나로 향해 목욕을 하고 나니 몸은 날아갈듯 가벼웠지만 문수사로 지리산으로 갈 힘은 없었다.

그래서 함양으로 가려던 계획은 변경이 되었는데 문수사는 나중에 시간이 되면 가보기로 하고 

모처럼 멀리 남해까지 왔는데 내일은 완도로 가서 섬구경을 하기로 했다.

영암에서 완도로 가는 버스가 4시 5분에 있다고 해서 표를 끊고 터미널에서 기다렸다.


염암 월출산 산행을 하고 올라오니 기 소통이 엄청 잘 되었다.

꽉 막혀 꼼짝않던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을 하니 흥분이 되기도....ㅎㅎㅎ

올라와서 이틀을 쉬고 남한산성 산행을 5시간 했는데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이 되면 다시 한번 더 월출산을 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내 기억으로는 올 해 충북 천태산, 진안 마이산, 임실 성수산, 대구 팔공산, 언양 신불산, 울릉도 성인봉

이렇게 산을 가 봤지만 다시 가보고 싶다는 곳은 월출산이 처음인데 그만큼 기운이 좋았다.

한번 꼭 가보도록 추천하고 싶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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