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언제 하늘을 쳐다봤는지....

敎當 2016. 7. 15. 13:11

남한산성 산행을 하면서 마음만 급하지 여유가 없어서 땅만 보고 다녔나보다.
언제 하늘을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동안 쉬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산에 갈 수 없었는데 오늘은 큰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날씨도 덥고 마침 집을 나선 시각도 정오에 가까워서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때라
오늘은 쉬엄쉬엄 산행을 하려고 은박지 돗자리도 배낭에 챙겨 넣었다.
평일인데도 산바람과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려는지 삼삼오오 모여서 산행을 하고 있었다.
서문 근처에 가면 소나무 숲이 넓게 자리하면서 그늘과 솔향기로 땀을 식혀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막걸리도 한잔 하거나 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술에 취해서, 자연에 취해서, 정에 취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별것 아닌 이야기인데도 박수를 쳐가며 웃어주는 얼굴에서는 평온함이 묻어난다.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나는 이들 반대편 숲에 자리를 잡았다.
이 바위를 베게삼아 누울 요량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미 이름 모를 잡초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위에는 이미 두 팀이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은밀한 정담을 나누고 있다.
난 이들을 등지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보온병에 담아온 냉커피 한잔을 따른다.
솔향기도 좋지만 이 커피향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것이라서 쉽게 포기 못하고
물을 끓여서 진하게 커피를 타고 식혀 보온병에 넣고 냉수와 얼음으로 마무리를 했다.
잘 타지는 못하지만 워낙 날이 더워서 냉커피가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미리 껍질을 벗겨온 참외 하나 한웅큼 베어물고 커피한잔 마시면서 스마트폰으로 방송도 보는데
거기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ㅎㅎㅎ



안 하던 짓을 하니 세상이 달리 보인다.
누워서 문득 하늘을 보니 키 큰 나무 빽빽하건만 하늘을 다 가리지는 못한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쳐져 좌우 볼 수 없을 정도로 빼곡하지만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은 그 사이를 휘저어 한 걸음에 달려온다



이곳이 전부인 것 같아도 저 너머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푸르게 녹음 짙은 산이 평온 해 보인다.
내 마음 속에도 저런 청춘이 자리하고 있었던 젊었던 시절이 있었는데...ㅎ



굵은 소나무는 굵어서 좋고 가는 가지의 소나무는 가늘어서 좋다.
굵고 가는 것에 무슨 허물이 있으랴...본래 소나무인 것을...^^



소나무 껍질이 하나가 아닌듯 켜켜히 층을 이루고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듯 이끼도 소나무와 함께하고
깊게 패인 골에는 송진이 흘러 아픔을 치유하는 듯하다.



허공을 향해 나뭇잎을 모아 십자수를 놓으니 자연의 정성이 가득하다.
허공이 비었다고 말하지만 자연은 한치의 빈틈이 없네.
사람도 오가는 길마다 인연의 끈으로 보이지 않는 수를 놓는다.
오가는 인연 또한 빈틈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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