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초파일 가피(加被)

敎當 2016. 5. 18. 15:12

올 해 2016년 초파일은 양력으로 514일이었다.

과거 평창 절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다니던 신심은 어디 두고

이제는 초파일이라고 따로 마음에 두지 않은지 벌서 여러 해가 지났다.

평창 절과의 인연이 다한 뒤에 어디 근처에 마땅한 절이 없을까 찾아다닌 적도 있었고

토굴에서 도를 닦았다는 스님 이 운영하는 절에 잠시 다닌 적도 있었지만

절마다 운영하는 사람의 방식이 있으니 절에 오는 곳은 상관없지만 절에 와서

입도 벙긋하지 말라는 스님의 말에 실망해서 발길을 끊은지 오래되었다.

그것이 벌써 4~5년 전의 일이 되었다니 뒤 돌아보니 시간이 빨리 흘러감에 놀랐다.

 

불교에서는 내가 있는 곳이 법당이라고 한다.

이것을 글로만 이해를 하면 안 되고 마음으로 체득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절의 법당에 가 있다고 한들 진짜 법당은 아닐 것이다.

마음으로 체득하니 사실 집에서 염불을 하고 참선을 하고 기수련을 하는데도 너무 잘 된다.

그러니 따로 절을 찾을 일이 없지만 때론 도반이 있었으면 하는 외로움도 있어서

가능하면 한 달에 한번 혹은 일 년에 서너 번을 가더라도 적을 두고 있는 절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이 들 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서 이런 때면 평창의 절을 생각하곤 한다.

연못도 만들고 나무도 하고 취나물도 뜯고 산삼캔다고 산으로 쏘다니고 더덕과 다래도 따고...ㅎㅎㅎ

 

작년에는 한 번도 쉬지 못하고 직장생활을 했는데 올 해에는 두 달의 황금 같은 휴가를 냈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 들로 산으로 바다로 쏘다니면서 자연을 벗 삼아 수련을 했더니

기 수련은 일취월장이 되면서 막힌 기운이 엄청 많이 뚫리게 되었다.

막힌 기운이 녹아 흘러내리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하지만 느낄 수는 있다.

마치 페인트처럼 끈적한 것이 흘러내리는 느낌인데 이것이 흘러간 자리에 뜨거운 기운이 돌아

마치 어릴적 겨울에 아궁이에 앉아서 불을 지피면서 느끼는 따사로움을 넘어 뜨거움이 전신의 경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글을 이렇게 쓸 수 밖에 없어서 그렇지 훨씬 황홀한 경험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가슴의 횡경막을 따라 막힌 기운이 원형의 띠처럼 형성되어 있었는데

이것이 단전 아래로 내려갔고 어깨관절로부터 흘러내린 기운은 팔굼치를 지나 일부 손목에 머물러 있고

손바닥은 막힌 기운이 뚫고 나오면서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손바닥이 분리될 정도로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온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기운을 방사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엄지와 검지는 분리되는 느낌과 더불어 저려오고 허리에 뭉쳐있던 기운도 녹아내려 엉덩이에 걸려있었는데

이마저도 허벅지를 지나거나 종아리와 발목 일부에 걸려 있으면서 녹아내리고 있는 중이다.

 

오른쪽 기운이 막혀있어서 감각이 둔해지면서 생활에 불편은 없었지만 오른쪽 머리와 뺨

팔과 다리 그리고 몸도 반쪽자리 감각으로 막혀있었는데 지금은 막힌 기운이 뚫리면서 감각이 막 살아나고 있다.

이러면서 예전과 달라진 것은 오래 앉아 있어도 금방 일어나서 걸었는데

지금은 안 좋은 기운이 종아리에 몰려 과거처럼 금방 일어나서 활동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장시간 걸리는 것은 아니고 몇 초 동안 뜸을 들여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면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감각이 살아 돌아오고 난 이후에 벌어진 일들이다.

 

이번 초파일에 절에 안 가고 산행을 했다.

대략 5시간이 넘게 산행을 하다 보니 아마 절을 직접 보고 지나간 곳만 해도

5군데 이상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남한산성에는 절이 많았다.

매번 코로 숨을 쉬면서 산행을 하지만 이번에는 손을 조금 다르게 하고 산행을 했는데

심장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 저린 기운이 엄청 많이 빠지는 것을 경험 했다.

이런 자세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열심히 수련을 해서 이제 이정도 경지가 되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요즈음 수련은 진짜 이런 변화 들을 너무 확연하게 느끼게 해 준다.

졸졸졸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느끼기에는 강물이 흐르고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하긴 이런 기운을 느끼고 알기 때문에 집에서도 수련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초파일을 계기로 급변하는 몸 상태를 느낄 수 있다.

예전에 한 두 시간은 족히 걸리던 변화가 지금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뜨거운 기운이 흘러내리면 황홀경에 빠지듯이 너무 기분이 좋아지고 머리는 맑아지고...ㅎㅎㅎ

우리의 기운은 크게 머리와 몸통 그리고 팔과 다리 이렇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또 좌우로 나누고 앞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기운은 이렇게 돌면서 상호 연관이 되어 작용을 하는 듯이 느껴진다.

좌우앞뒤는 제쳐두고 우선 몸의 기운은 머리와 몸통 그리고 다리(팔 포함)로 연계되어 있어

가령 몸의 등쪽이 막혀 있으면 그 기운에 해당하는 머리의 한 부분도 막혀있고 다리(팔 포함)도 막혀있다.

즉 한 곳만 통증을 느낀다고 해도 결국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3곳이 막혀있는 것이다.

그러면 수련으로 이 기운을 뜷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방법은 나중에 또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무조건 기운을 밀어 붙인다고 뚫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수련을 하다가 몸에 변화가 오고 왜 오는지 잘 모르면 마장을 걱정을 한다.

마장이라는 것은 이름이 마장일뿐 진짜 마장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요즘 광고를 보면 하기 때문에 뭔가 일어나는 것이지 하지 않으면 일어나지도 않는다는 광고가 있는데

수련을 하다 보니 수련을 하는 과정에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는 것일 뿐

오르막은 수련이 잘 되는 것이고 내리막은 수련이 방해를 받는 마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 수련의 한 과정이고 잘 되어가는 현상일 뿐인데 이런 것을 잘 알아차리지 않으면

무리를 하게 되고 잘 못 되는 경우도 당연히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절대 무리를 하면 안 된다.

사실 수련이라는 과정이 극심한 부침을 겪을 때도 있고

실제로 내 경우에는 풍으로 인해 막힌 기운이 강해서 변화되는 그 느낌도 더 강렬 할 수 밖에 없다.

많이 심하게 아픈 사람 일수록 회복되는 속도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런 극렬한 과정을 겪고 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보면 어떻게 써야할지

또 느껴지는 변화를 어떤 수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단계별로 설명하기도 힘들다.

그러니 그저 잘 되고 있다는 말로 통칭 될 뿐이라서 글도 매끄럽지 못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지금도 매일 7시간 정도를 정좌를 하고 수련을 하는데 한동안 폐의 막힌 기운이 뚫리면서

잘 되는 날은 콧구멍으로 한기와 함께 흘러내린 콧물로 인해서 휴지를 한 20~30장을 써야 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콧물은 별로 나오지 않는데 코를 풀면 콧구멍이 아닌 더 깊은 곳에서

마르거나 덩어리진 코가 나오기도 하고(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어도 양해를...^^) 코피가 나기도 한다.

현재는 콧속이 뚜렷한 이유 없이 헐은 것을 보면 폐 깊숙한 곳의 독기가 녹아 나오면서

그것으로 인해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헐었고 코피도 난다.

아마 이 글을 처음 접하는 분은 무슨 코피가 나!...수련을 잘 못해서 그런 것 아닌가?

이렇게 의문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거의 죽음 일보직전까지 갈 정도로

과거 내 몸 상태가 나빳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내 몸 안에 얼마나 나쁜 기운이 막혀있을 것이고

그 기운이 녹아나오면서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면 난 이런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 된다.

즉 수련이 질 못 되었다기 보다는 상태가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명현현상쯤으로 생각한다.

 

몸의 기운을 다 뚫어 도를 통하려면 뼈가 깍이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이 따를 수 있다고

언젠가 스님이 한 말을 상기시켜보면 지금의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닌 듯이 생각된다.

그런 고통이 따를지 아니면 수월하게 넘어갈지 아직 모르지만 별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저 내 갈 길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도 왜 시작을 했는지 후회를 해 본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초피일 산행과 집에서의 수련으로 가피 아닌 가피를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다.

사실 가장 큰 가피는 이런 몸의 변화보다도 두려워하거나 후회하지 않고

수련을 지속할 수 있는 마음(정진 할 수 있는 마음)을 받았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러분은 초파일에 어떤 가피를 받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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