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울릉도 성인봉(聖仁峰) 산행

敎當 2016. 4. 21. 17:32

무상(無常)이라더니 포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울진으로 가려던 내 행선지는
30년 전쯤에 갔던 울릉도의 성인봉을 떠 올리고는 울릉도로 가기로 마음이 바뀌었다.
포항에서 울릉도를 가는 배편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단 저녁 늦은 시간에 포항에 도착을 했고 여객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가는 버스를
물어 물어서 타고 갔는데 터미널에서 좌회전해서 롯데백화점 길 건너면
북부세관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그 근처에 여객터미널이 있었다.


뭐, 내일 아침에 을릉도 가는 배편이 없으면 그냥 울진으로 가면 그만인 것이라
마음이 초조하거나 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숙소를 정하고 인터넷을 검색 해 보니 아침 8시와 8시 30분 그리고 9시 30분에
울릉도로 출발하는 배가 있었는데 아침 첫 배가 뜨기 전에 도착해서 시간을 알아볼 생각으로

일찍 잠을 청했는데 그래도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 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그런데 바닷바람이 심상치 않게 엄청 불었고 날씨도 쌀쌀 했다.
이런 날씨에 배가 뜨려나 싶을 정도였는데 다행히 배는 8시에 출발을 한다고 했다.



내가 타고 간 배는 우리누리1호였는데 금일 출항예정에 8시에 출발 한다고 나와 있었다.


일단 배를 타는 문제는 섬 여행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울릉도를 가는 배는 포항과 후포 그리고 묵호와 강릉으로 가는 배편이 있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포힝에서 출발하는 것은 저동항으로 도착하고 예약을 한다.
묵호로 가는 배는 사동항에서 타고 강릉으로 가는 배는 도동항에서 배를 탄다고 보면 된다.
포항에서 가는 뱃길이 가장 멀어서 3시간 20분이 소요되었고 강릉이나 묵호는 3시간이면 간다.


문제는 이 <우리누리1호>는 배가 작고 배 중심이 위에 있어서 엄청 요동이 심했다.
이날은 파도가 2m를 넘었는데 바람도 심해서 이 <우리누리1호>는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트를 타고 가듯이 요동치며 3시간이 넘게 바다 위를 달린다고 보면 된다.
이날은 원래 출항을 못 할 뻔 했는데 울릉도에서 나와야 될 사람이 많아서
부득이하게 출항을 했다는 사실을 저동항에 도착 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원래 배멀미를 안 하는 나는 별다른 준비 없이 배를 탔고 요동이 비교적 심한 앞자리에 앉았다.


문제는 배를 타고 보니 파도와 바람으로 인해서 배가 공중으로 떳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져 왔고 좌우로 혹은 앞뒤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한 30분은 별 무리 없이 갔다.
앞에 있던 분이 배가 출발하면서 누워서 갔는데 이 분이 멀미를 하면서
그 기운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이 되어져 왔고 이때부터 나도 속이 울렁거렸다.
이 분은 결국 뒤로 갔고 나도 더 버티지 못하고 배 뒷좌석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배 뒷좌석 맨 앞에 앉았는데 의자 6개가 연결 되고 양쪽 가장자리에는 기둥이 있었다.
이 자리로 이동하는데도 몸이 휘청거려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뒷자리로 옮기니 그래도 한결 나았는데 여기저기에서 신음소리와 토하는 소리가 뒤엉켰다.
멀미가 심한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돗자리를 깔고 바닥에 누워 가는 사람도 많았다.
어떤 아줌마는 토하고 휘청거리면서도 어떤 이유인지 자주 이동을 했는데
문제는 이 아주머니가 이동 중에 배가 흔들리자 내 앞에 있는 기둥을 붙잡고 서 있으면서
속이 뒤집히는 그 기운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이 되면서 나도 급격히 속이 울렁거렸다.
결국은 이 아주머니로 인해 나도 배멀미를 할 수 밖에 없었다....ㅠㅠㅠ


시간을 보니 이제 겨우 1시간을 지나고 있었고...그럼 아직도 2시간 반 정도를 이렇게...헉!

TV에서는 1박2일을 하고 있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아무 소리도 들어오지 않았다.
언제 시간이 지나가나...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조금 토하고 나니 속은 견딜만 했지만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멀미를 했다.
아! 지옥이 따로 없었다.
멀미를 안 하던 사람이 해 보니 멀미하는 사람 심정을 이해 할 만 하였다...ㅎㅎㅎ
TV는 어느새 1박2일이 끝나고 연예인들이 운동하는 프로로 바뀌어있었다.
내 생각에 이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에 아마 배는 울릉도에 도착 할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조금 있으니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현재 파도가 높아 배가 롤링이 심해 전속력으로 운행 할 수 없어서
속도를 줄여 운행 중이고 따라서 울릉도에 도착예정 시간도 11시 20분이 아니라
12시 10분으로 변경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까지 곧 울릉도에 조금 있으면 도착 하겠거니 하는 기대감이 일시에 무너지면서
50분의 추가시간이 지옥 같은 시간으로 다가오면서 난 고개를 더 떨구고 있었다...ㅎㅎㅎ
시간이 약이라더니 그래도 시간은 흘러 울릉도에 도착을 하였다.



이곳이 저동항인데 저기 정박 해 있는 배가 내가 타고 온 배다.
멀미가 얼마나 심했는지 울릉도 전체가 마치 배처럼 느껴졌다.



멀미는 했어도 내일의 관광일정을 위해 이 사진을 찍었다...ㅋ
저동 여객터미널에서 울릉도 관광 안내 책자도 한권 챙겨 넣고 숙소를 구하러 나섰다.



요기가 내가 이틀 묵었던 <그린모텔>인데 바로 앞이 버스 정류장이고 편의점도 있고
식당과 여객터미널도 가깝고 바로 앞에 농협도 있어서 숙소로 정했다.


방 값은 하루 4만원인데 시설은 그런대로 깨끗하니 괜찮았다.
바로 아래는 모텔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 있는데 이름이 <정다운 식당>이다...^^
나는 숙소를 정하자마자 짐을 풀고 잠이 들었다.
어제 신불산 산행으로 힘이 들었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배멀미까지 했으니
기력이 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참 자고 일어나니 시간이 3시가 넘었다.

나는 부스스 털고 일어나 숙소 밖으로 나와 식당을 찾았다.
정신이 드니 시장기도 같이 들었기 때문인데 30년 전의 울릉도와는
식당의 주 메뉴가 많이 바뀌어져 있었는데 홍합밥과 따개비칼국수가 주된 메뉴였다.
한창 인기를 끌었던 약소불고기는 가끔 눈에 띄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날 처음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바닷가를 산책하다 횟집에 들어갔다.



홍어가 아까 엄청 큰 것이 있었는지 들어 와 보니 없어졌다.
문어도 보이고...사실 여기에서 파는 문어는 대부분이 냉동이라고 하니 참고하시길...^^



항상 먹을 수 있는 생선회 보다 난 홍삼(붉은 해삼)과 소라회를 시켰다.
주인아줌마와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한 접시에 3만원 주었다.
그런데 우측으로 보이는 초장이 3천원 뒤에 상추도 3천원을 따로 받았다.
도동항에서는 각 4천원씩 받는다고 하니 그나마 여기가 2천원 싼 셈이다.



상추와 함께 나온 나물이 부지갱이(사진)라는 것인데 향이 상당히 좋았다.
명이나물과 더불어 울릉도에서 나는 특산물이라고 한다.


울릉도에 도착한 날은 이후 그대로 숙소로 직행해서 휴식을 취했다.

울릉도 여행의 목적은 성인봉 등산에 두었기 때문에 난 걸어서 관광하기로 했다.
숙소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길래 물어보니 택시대절 울릉도 관광이었다.
한 번에 보통 6시간 걸리는데 요금은 15만원이라고 한다.
랜터카는 하루에 6만 5천원이라고 하니 참고 하시고
도동항에 가면 버스로 투어 하는 것도 있는데 정확한 요금은 모르겠지만 1인당 2만 5천원 정도 한다고 들었다.



울릉도를 양분해서 북면을 위주로 걸어서 관광을 하기로 했다.
성인봉에 오르는 길은 대원사코스와 KBS코스 안평진코스 이렇게 세곳이 있다.


난 <저동항>에서 출발해서 <도동항>으로 간 다음 <대원사코스>로 <성인봉>에 오르고 
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알봉 울릉국화 섬백리향 군락지>를 지나 <나래분지>
그리고 <너와집>을 보고 <천부항>으로 갈 예정이다.
거기에서 <석포>로 간 다음 <내수전> 둘레길로 해서 저동으로 돌아 올 계획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식당을 찾았다.

오징어 내장으로 끓인 국은 정말 시원하였다.



반찬도 맛깔스러운 것이 식비 9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여객터미널에 들러 강릉으로 가는 배를 예약을 했다.
이런 저런 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하려니 시간은 어느새 9시 50분이었다.
드디어 도동항으로 걸어서 힘차게 출발을 하였다...^^



겨울에 눈이 쌓이는 것에 대한 대비로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이 모래주머니일 것이다.
그러나 울릉도에서는 폭설에 대비 해 이렇게 해수를 담아둔 통이 가는 곳곳에 보였다.



개발의 유혹은 어디 던지 피해 갈 수 없는가 보다.
아마 아파트를 짓는 현장 같은데 울릉도의 자연이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파 헤쳐지고 있었다.



울릉도의 산은 이처럼 나무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산을 오르다 보니 이처럼 당귀가 길에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성인봉 등산에서 처음 만난 대원사라는 절이다.
올 해가 불기 2560년이고 부처님 방광이 있었던 해가 불기 2531년이면 29년 전이다.
계산을 해 보니 부처님 방광은 1987년에 일어난 일인가 보다.



대원사 입구에 세워진 신당(神堂)의 모습이다.
제주 토속신앙과 불교가 어우러져 이런 신당이 절 전면에 세워진 듯하다.



대원사 대웅전의 모습인데 어디선가 염불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있었다.



대웅전 뒤편으로 산신각이 있다.


절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잘 정돈 된 것이 주지스님의 성품을 말 해 주는 듯이 느껴졌다.

사실 울릉도에 오니 교회가 너무 많았고 절은 너무 없었다.
이 대원사까지 오면서 교회를 5~6곳은 본 듯 했고 울릉도를 걸어서 일주하면서는 한 10곳이 넘어 보였다.
하지만 절은 이 대원사와 내수전전망대에서 가보진 못했지만 도솔암이라는 암자가 전부였다.
항구가 있는 작은 마을인데도 교회는 2곳이 넘는 곳도 있었다.

종교라는 것이 사람이 사는 곳이면 많던지 적던지 구석구석 필요한 것인가 보다...ㅎㅎㅎ



아직까지 동백꽃이 다지지 않고 날 기다려 준 듯 하다...ㅎㅎㅎ
동백꽃 나무 긁기가 울릉도의 눈과 비바람을 지켜낸 연륜을 일깨워 준다.



나무 이름은 모르겠지만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에 이런 나무들이 쭉쭉 뻗어 있었다.



울창한 숲 사이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어디가 파란 하늘이고 어디가 파란 바다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ㅎ



산에 오르면서 이런 아름다운 꽃을 본다는 것은 덤이다.



이름 모를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어느 것 하나 제자리를 벗어난 것이 없다.
있어야 할 곳에 있고 그 곳에서 자연이란 이름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구름다리인데 이곳에 도달하기 얼마 전에 대원사코스와 KBS코스가 합류되었다.
말이 구름다리지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았고 끝부분 일부만 조금 흔들리는 다리였다.



산에 오르다 보니 고비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예전에 조리를 만들어 써서 조릿대라고도 하고 산죽(山竹)이라고도 한다.
고산지대에서도 잘 자라는지 성수산에서도 많이 보았고 덕유산에도 많았던 기억이 난다.
잎을 끓여 차로도 마시는데 위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인봉 정상에 세워진 비석인데 높이가 986m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관광객이 많다보니 성인봉에 등산을 오는 사람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혼자 시작한 산행이지만 가끔 사람도 만나다 보니 외롭지 않은 산행이었다.
성수산에서는 진짜 아무도 만나지 못했는데...ㅎㅎㅎ



4월의 산행에서 이처럼 많은 눈이 쌓인 산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원사 길로 올라오면서 반대편 골짜기가 하얗길래 돌무더기가 쌓인 것 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이내 눈이 쌓여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드문드문 쌓여있었지
이처럼 많은 눈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나리분지로 내려가는 방향은
그늘져서 그런지 이처럼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쌓여 있었다.
4월의 눈 쌓인 산행은 또 다른 멋을 보여주고 있었다.



성인봉에서 조금 내려오면 만나는 약수가 <성인수>다.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약수가 흔치않은 묘한 맛이 있었다. 
이런 약수를 받기 위해서 올라 올 때 물을 반쯤 받아와서 이미 고갈이 되어 있었다.
난 여기에서 1리터짜리 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하산을 했다.



내려오다 보니 이처럼 신기한 나무가 여기 저기 있었다.
두루마리를 펼쳐 놓듯이 나무가 펼쳐져 있었다.



성인봉에서 하산하면서 본 나리분지의 모습이다.



나리분지로 내려오면서 만나는 약수인데 이름이 <신령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물 맛이나 기운은 성인수보다 여기가 더 좋았다.



나리분지를 둘러싸고 있는 봉우리들인데 초행인 나로서는 이름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진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는 송곳산이 아닐까 추측이 된다...ㅎㅎㅎ



영화나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원시림이라는 어감이 주는 느낌이 강해 브라질 아마존 원시림 정도는 아니래도
어느 정도 기대는 했는데 원시림이라고 하기에는 좀 평범해 보였다.
숲으로 깊숙이 들어갔어야 했나?



향이 강해서 백리향이라고 하니 여름바다와 잘 어울리는 꽃일 것이다.
여름에 비박으로 다시 가고 싶다~~~*



나래분지 마을에서 만난 명이(산마늘)나물이다.




실제 너와집의 모습이다.
지붕위에는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돌을 얹어 놓았다.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새 저 멀리 천부항의 바다가 보인다.



일단 천부는 울릉도를 성인봉을 중심으로 가로질러 도착을 한 곳이다.


이제 이곳에서 우측으로 도로를 따라 갈 예정이다.

아침 9시 50분에 시작된 산행은 성인봉 정상에 오르니 12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천부에 도착을 하니 3시 30분쯤 되었던 것 같다.
문제는 여기에서 걸어서 저동까지 해지기 전에 도착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천부에서 석포로 가는 버스는 4시 30분쯤 있었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편인
도동항으로 가는 버스는 저녁 7시까지 있었다.
시간이 애매해서 조금 망설이다 이내 석포로 향했다.
만약 가다가 여의치 않으면 다시 천부항으로 돌아올 심산이었다.



천부항의 바다는 심란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길 따라 걷다보니 섬 안에 또 다른 섬이 보인다.
오른쪽 돌산을 끼고 돌아야 석포에 다다르게 된다.


석포에 가기 전에 시간을 보니 4시 30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석포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계속 걸어야 하느냐 아니면
기다렸다 일단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느냐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지 않으면 피로도 문제지만 저동까지 걸아서 해 지기 전에 도착도 문제였는데
몽돌길 버스정류장을 지나 걸어가다 뒤를 돌아보니 저기 버스가 오는 것이 보엿다.
순간 난 뒤돌아서서 정류장으로 무작정 뛰었다.
나중에 이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옳았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 찍은 관음도의 모습이다.

섬이지만 다리로 연결되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다.


이 버스는 잠시 후 오른쪽 산을 돌아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능숙한 솜씨로 올라가는데 핸들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차는 어느새 일단의 정상까지 올라왔고 길옆에서는 약초를 캐는 사람이 있었다.
시골 버스라는 것이 다 아는 사람들인 관계로 길을 가다가 멈춰 서서 
약초를 캐는 아주머니와 뭐라고 얘기를 하다 잘 안 들리자 아예 차를 정차시키고
나가서 말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버스를 출발 시켰다...ㅎㅎㅎ
어찌되었건 버스의 힘으로 난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번 셈이다.

만약 버스를 타지 않았더라면 난 천부로 다시 돌아가 버스를 타고 저동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난 천부항에서 몽돌해수욕장쪽으로 걷다 버스로 이동해 현위치라고 표시된 곳까지 갔다.
하지만 아직도 저동항까지는 거리가 많이 남아 있었고 시간은 이미 5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석포 들레길 입구에서 내수전 둘레길 입구까지는 3.4km라고 되어 있었다.


내수전 둘레길 입구에서 내수전까지의 거리도 만만치 않고 또 저동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대충 눈으로 봐도 앞으로 10km 정도는 더 가야 할 것 같고 7시 전에는 도착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또 마냥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급히 출발을 했다.



둘레길에서 만난 이 나무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듯이 느껴졌다...나처럼...ㅎㅎㅎ




정매화골 쉼터에 있는 정자가 원목 그대로의 기둥이라 보기에 투박하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다.



매화골 답게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이런 다리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산행을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주는 듯하다. 



마치 코끼리가 코를 앞세우고 걸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
길이 좁아서 사진을 이렇게 밖에 찍을 수 없었지만 좀 멀리서 보면 확연하게 코끼리를 닮았다.



TV방송 오락프로그램인 <1박2일> 촬영을 했던 죽도라는 섬이다.



내수전전망대에서 바라본 섬인데 앞에 보이는 것은 등대다.
얼핏 보면 등대가 마치 빨간 바지를 입은 거인이 바다를 걷고 있는 듯이 보였다...ㅎㅎㅎ



전망대에서 관음도와 죽도를 배경으로 찍어 보았다.



사진 앞에 보이는 마을이 내수전이고 뒤에 보이는 곳이 저동항이다.
일단 내가 가야할 곳이 눈에 들어오니 안심이 되었다....^^



날은 이미 일몰 직전이라 파도가 마냥 좋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내수전에서 저동항으로 가는 길목에서 찰~~~칵!



마침내 저동항에 도착을 했는데 시간은 이미 6시 30분쯤 되었다.



갈매기 부부(?)가 다정스레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갈매기를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궁금해 하던 것인데 갈매기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쌩뚱 맞은 의문이 들었었는데 꼭 <갈매기살>이란 명칭 때문만은 아니다.
갈매기살 알기 이전부터 들었던 궁금증이다...ㅎㅎㅎ
정말 그냥 궁금한 생각이 들었을 뿐 먹겠다는 의지와는 다르니 이해 바랍니다...^^ 
다정한 갈매기를 보고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야...ㅋ


이날 숙소에 돌아와서 보니 거의 9시간을 안 쉬고 걸을 듯 하다.
아침 9시 50분에 시작된 관광이 저녁 7시가 다 되어 끝이 났기 때문이다.
식당에 들러 저녁으로 복어탕을 먹었는데 시원한게 아주 좋았다.
그나저나 내일 울릉도를 나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걱정이 앞선다.
멀미를 안 하던 내가 어쩌다 이런 상황에 몰리게 되었는지...ㅎㅎㅎ


사실 올 때 배 멀미를 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현지인의말이 그 같은 날씨에는 선원도 멀미를 한다고 하니 안 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을 것이다.
그래도 내일은 강릉으로 가니 3시간이면 도착 한다~~~*


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오늘 강릉 가는 배는 오후 2시에 츨발을 하니 아침을 먹고 천부로 버스를 타고 이동 한 후
버스를 타고 저동항쪽으로 이동하면서 구경을 할 예정이었다.
저동항에서 천부항까지 한시간 정도 걸리니 일정도 여유가 있었다.
일어나 세면을 하고 짐을 꾸리고 키를 반납한 후 아침을 먹을 요량으로 숙소를 나섰다.
이때 문자가 왔다.


문자를 보니 강릉에서 오던 배가 기상악화로 8시 40분에 회항을 해서
오늘 강릉 가는 배는 없다는 것과 묵호로 갈 예정인 배는 항로상의 파고실황을 보고
그때 가서 결정을 할 예정이니 참고하라는 문자였다....헉!

아침을 먹으려고 했다가 난 부랴부랴 저동여객터미널로 향했다.
해운회사 직원이 묵호 가는 배는 상황을 봐서 갈 수 있을지 모르니 묵호로 가겠냐고 물었다.
난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서 묵호도 좋다고 했다.
과거 30년 전에 태풍이 불어 발이 묶였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묵호로 가는 배는 사동항에서 승선을 한다기에 버스를 타고 투어에 나섰다.
저동항에서 버스가 10시에 있었는데 그 버스를 타고 천부로 가기로 했다.

차는 달려 도동항에 도착을 하니 10시 10분쯤 되었다.
사람들이 다 내리기 시작을 하고 운전사도 내리려고 한다.
운전기사 분이 뭐라고 말을 했는데 잘 못 들은 나는 운전기사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버스는 천부를 가기는 하는데 이어서 가는 것이 아니라 10시 50분에 출발을 하니
승객들은 40분 동안 어디 가서 놀다가 오라는 말이었다...헐!


마침 나는 아침도 못 먹어서 도동항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았다.
솔직히 배가 뜰지도 걱정이고 파도가 높다니 멀미도 걱정이 되었다.

식당을 둘러보니 따개비칼국수 전문점이 있었다.
일단 들어가서 음식을 시켰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부자지간에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분들은 강릉 가는 배편이 취소되었다는 소리에 낙심하고 있었는데
내가 묵호행 배가 있다고 하자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곧이어 문자가 도착을 했다..
묵호행 배마저 강풍에 배가 뜰 수 없어서 오늘은 다 결항이고
내일로 자동 연장 예약된다는 그런 내용의 문자였다....운명이라면 할 수 없지!


이내 체념을 하고 <하루 더 있지 뭐!> 하는 심정으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들이 이내 숙소에 전화를 걸어 하루 더 있겠다고 연락하고
렌터카 회사에 전화를 걸어 렌터카를 다시 빌리는 등 부산을 떨고 나갔다.
이내 칼국수가 나와서 난 버스 시간에 늦지 않게 식사를 시작 했다.
이때 아주머니 5~6분과 남자분이 단체로 들어왔는데 이집 칼국수가 진하다며
왁자지껄 떠들면서 들어서는데 바로 부자지간에 식사를 하던 테이블에 앉는다.



도동여객터미널은 고가를 통해 이동을 하는데 저기 고가 끝에 보이는 건물이다.


이 분들 대화를 듣자니 오늘 포항 가는 배편이 있다고 한다.
난 대화에 끼어들어 물어보니 포항 가는 배가 있으니 빨리 예약을 하라고 한다.
그래서 난 칼국수를 먹다 말고 여객터미널로 갔다.
다행히 오후 2시 30분에 포항 가는 배를 예약 할 수 있었다.
예약을 하고 나니 그리 행복 할 수가 없었다.
예약으로 인해 아까 천부항 가는 버스를 놓친 것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다시 천부행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고 중간에 내려 사진을 찍는 여유도 생겼다.



나만 그런가?...마치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다..^^



저 배가 포항으로 가는 썬플라워호다.
짐을 실으려고 대기 중인 트럭의 짐이 어마어마하다.


배를 타니 멀미를 하는 사람들은 이미 돗자리를 깔고 누워있었다.
나도 미리 멀미약을 먹었는데 이 배는 크고 무게중심이 낮아서인지 요동이 별로 없었다.
자리를 깔고 누워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슬슬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다닌다.
이 배 덕분에 아무런 걱정 없이 무사히 포항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배에 오후 2시에 승선했는데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가 다 되어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일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참정권이 있고부터는 투표를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서
투표를 못 한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만약 배가 못 떴으면 그 기록은 깨졌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무사히 3개의 산 등산을 마치고 별탈없이 도착하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즉흥적이고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산행이었지만 마치고 나니
삶에 자신감과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계기가 된 산행이었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언제 던지 어느 곳이나 산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다른 산행을 꿈꾸며 울릉도 성인봉 산행후기를 마칩니다.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이 항상 건강하시길 발원드립니다....()()()




'경전 > 나의 수행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파일 가피(加被)  (0) 2016.05.18
삼일삼등산(三日三登山) 후(後)  (0) 2016.04.23
울산 언양 신불산(神佛山) 산행  (0) 2016.04.20
대구 팔공산 산행  (0) 2016.04.19
새로운 산행계획  (0) 2016.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