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딴 세상

敎當 2015. 12. 14. 12:11

~~~~~!

아침에 하는 기 수련이 잘 되면 어김없이 나는 소리다.

몸속의 폐 기운이 얼음처럼 막혀 있다가 녹아내리면서 콧물이 주루룩 흐른다.

마치 코피가 나듯이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콧물에 항상 휴지를 대기(?)시키고 있다.

이 기수련을 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 세상에 살면서 딴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 보름 전에 갑자기 위가 아파서 고생을 했다.

마치 술을 토하도록 마시고 난 직후 음식을 먹는 것처럼 음식이 위로 들어가면

음식이 위로 철~~~렁 떨어지는 느낌이 날 정도였다.

술을 토하도록 마셔본 기억이 언제인가?

젊었을 때 사업을 한다는 핑계로 마셔보고 기 수련을 한 이후로는 한 5년 술을 끊었고

지금은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 한 달에 한번 혹은 두 달에 한번 마실 정도라서

이처럼 위에 음식이 들어가면 철렁 거릴 정도로 아픈 것 자체가 이상하다.

 

그래서 한 동안 밥을 피하고 수프를 먹던지 하면서 자극적인 음식을 피했다.

열심히 기운을 돌려 위에 정체된 냉기를 밀어 내리면 위가 편해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복귀하면서 또 위가 아프더니 계속되는 수련으로

냉기가 확실하게 아래로 밀리면서 더 이상 위는 아프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는 등 쪽이 아프거나 머리의 백회혈이 아프고 혹은 허벅지가 아프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만약 누군가에게 말을 한다면 미친()사람 취급을 받지 않았을까?

그런데 진짜 음식을 먹으면 이곳저곳이 아프니 이런 글을 써 왔고

그 글을 읽은 독자나 이해를 하지 아마도 일반사람이 이해를 한다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

 

백회혈이 아프고 등이 아프고 허벅지가 아프고.....난리를 치더니

어느 순간 이런 통증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예전에 도를 닦는 과정에 뼈를 깎고 살이 찢기는 아픔이나 통증이 있다고 하더니

아마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모양이다.

그러더니 통증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기 수련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단전이 확연히 뜨거워지고 오른쪽 막힌 기운이 봄기운에 개울물 녹듯이

냉기가 빠진 자리로 뜨거운 기운이 흘러가면서 기분이 엄청 좋아진다....ㅎㅎㅎ

 

사실 고생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즐거움도 없을 것이다.

세상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고통이 있어야 행복도 배가 되는 것이다.

고통이 없으면 행복도 없는 것이라서 즐거워하거나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경계에 부딪혀도 마음을 내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말로는 이해가 되는데 행동하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하긴 이런 것들이 쉽고 마음먹은 대로 막 된다면 수행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런 수행을 하면서 과거 평창의 절에 다니면서 스님의 가르침을 받던 시절이 그리운 것은

누군가에게 배울 수 있다는 즐거움과 잘 못 되어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배움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도반과 공유할 수 있고

이런 말을 해도 이해를 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시절의 도반을 만나서 내 경험을 얘기해도 받아 줄 수가 없을 것이다.

내 생각에 그러기에는 혼자 너무 멀리 와 버린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른쪽 엉덩이 부분에 꽉 막고 있던 기운도 옅어지고

족삼리 아래 철심처럼 들어있던 기운도 풀려서 복숭아뼈 아래로 내려가 있다.

오른쪽 발이 동상에 걸렸다 회복되는 것처럼 통증이 오기도 하고 마비가 오기도 한다.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이처럼 다른 세상을 맛 볼 수 있다니 신기하다.

불과 10년 전 병을 고치기 위해 불교에 입문하기 전에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런 일련의 일을 겪고 난 이후 세상을 보는 눈도 많이 달라져 있다.

이제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다고 무조건 아니라고 밀어붙이던 성격에서 벗어나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는 넓은 마음으로 변한 것이 큰 소득이라면 큰 소득이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존재를 한다.

모양만 비슷할 뿐 다 생각하는 것과 경함한 것들이 다르지만 난 특히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내 경험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같은 하늘아래 딴 세상에 살고 있어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내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조만간 나머지 막힌 기운을 떨쳐 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희망사항이고 하나를 풀어내면 또 다른 것을 풀어야 하는 세월을 살았지만

또 다른 세상이 온다고 해도 기꺼이 이 길을 가고 싶고 갈 것이다.

마치 타고난 운명처럼 받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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