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오른쪽 통증(痛症)

敎當 2015. 10. 23. 14:18

<나의 수행일지>에 글을 마지막으로 쓴 것이 7월 말이었으니 벌써 3달이 지났다.

부동산 회사를 다닌다고 게으름을 피운 것도 아니고 열심히 했는데

이 수행이라는 것이 사실 큰 변화가 막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서 글 쓸 일이 적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했는지 이제는 나 자신과의 큰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미 난 오른쪽이 기운이 막혀서 신체의 왼쪽을 못 쓸 뻔 했다고 서술하였다.

말이 왼쪽 마비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죽었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왜냐하면 나 정도의 기운이 막힌 사람이 이미 두 명이나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의 삶은 덤이요 또 건강하게 사지 멀쩡해 걸어 다닐 수 있으니

이런 정도에서 병을 미리 발견해서 조치를 취할 수 있었고

수행을 통해서 건강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으로 산다.

 

오른쪽이 막혀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느끼게 된 것은 벌써 3~4년 전의 일이다.

그냥 막혀 있다는 소리를 철음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나로서는 확인을 할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오히려 오해를 해야 정상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걸어 다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고 술도 마시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른쪽 기운이 막혀서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그 말에 수긍을 못 했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은 없을 것이다.

 

오래전 중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이성개와 관련된 일화를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개가 연회에서 무학대사에게

오늘은 군신관계를 떠나 자유롭게 대화를 하자며 먼저 농을 건넸다.

무학대사님은 꼭 돼지같이 생겼다면서 놀리자

무학대사는 전하는 부처님 같이 생겼다면서 말을 받았다.

이에 이성개는 군신관계를 떠나 자유롭게 말을 하자는데 무학대사가 자신을 어려워해서

농을 하지 못하고 부처님 같다고 극찬을 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짐짓 여유를 부리며 농을 하자는데 왜 아부를 하느냐고 하문하자 무학대사는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로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로만 보인다고 하였다....ㅎㅎㅎ

 

예전의 나는 돼지로만 보이던 시절에 살고 있었다.

그래도 죽을 돼지는 아니었는지 오른쪽 기운이 막혀 있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소리에도

아무 의심 없이 치료를 받고 수련을 하고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스스로 이제는

오른쪽의 기운이 막혀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그때 스님의 말이 단순히 겁을 주거나

복종시키기 위한 허언(虛言)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 와서 느끼게 된 것이다.

하긴 이제라도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오른쪽 기운이 막혀 있다 보니 신경전달 물질이 순환이 안 되어서 감각이 둔했다.

감각이 둔해지니 멍이 들 정도로 부딪혀도 모르고 다쳐서 피가 나는데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기운이 소통이 되면서 서서히 감각이 느껴지고 통증도 느껴지게 되었다.

오른쪽은 몸속에 얼음이 얼어 있는 것처럼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덩어리져 있었다.

얼음이라 표현을 하는 이유는 뜨거운 기운이 집중적으로 소통시키려 몰려 있으면

얼음이 녹듯이 녹아내리면서 차가운 물이 흘러간다는 느낌으로 왔다.

이건 외부 날씨와 상관없이 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한 여름에도 한기를 느낀다.

 

현재 오른쪽 어깨관절과 오른쪽 팔관절(팔꿈치) 엉덩이, 오른쪽 발목, 오른쪽 손목, 오른쪽 무릎 등

주로 오른쪽 꺾이는 부분에 기운이 정체가 많이 되어 통증이 오는데 이처럼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표현하자면

우리가 얼음물에 손을 담그면 감각이 둔해지듯이 막혔다고 생각되어지는 부분에

얼음이 막고 있어서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제는 왼쪽의 많은 부분이 소통이 되어 오른쪽 신체의 일부분씩만 막혀 있다.

부분, 부분, 덩어리, 덩어리....ㅎㅎㅎ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오른쪽 무릎통증이나 발목과 발의 통증 그리고 오른쪽 등 갈비뼈 아래 등이

현재 내가 느끼는 대표적인 통증이 되었다.

오른쪽은 거의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오른쪽이 집중적으로 소통되면서

냉기가 흐르기도 하고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공부가 진전이 많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 통증이라는 것이 원래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처럼 때로는 공부가 잘 된다는 증거라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불생불멸(不生不滅)-생기는 것도 없고 없어지는 것도 없다

불구부정(不垢不淨)-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다

부증불감(不增不減)-늘어나는 것도 없고 줄어드는 것도 없다.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나오는 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공부를 하다 보니 진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생각이 절묘한 말이다.

통증이 나쁘냐?

아프다는 것은 나쁘다고 할 수 있지만 공부가 된다는 면에서는 좋은 것이다

그러니 결국은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통증이 와도 전혀 나쁘거나 좋은 것이 없이 자유롭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그날을 기대하면서 오늘도 통증을 즐기려 합니다...()()()

'경전 > 나의 수행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기  (0) 2015.12.11
잠 못 이루는 밤  (0) 2015.11.05
수행정진  (0) 2015.07.30
현장답사(踏査)  (0) 2015.05.19
통증  (0) 201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