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종기

敎當 2015. 12. 11. 15:28

오른쪽 무릎과 복숭아뼈 사이에 커다란 흉터가 있다.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흉터는 30대 초반에 종기가 났다 아물은 자리다.

이 종기가 얼마냐 큰지 겉으로 보이는 흉터는 크기가 500원짜리 동전만한 것이지만

내 기억으로는 거즈 2개 정도가 다 들어갈 정도로 뼈 깊숙히 파고들면서 깊이 종기가 났었다.

종아리 뼈 사이에 자리 잡은 종기는 상처에 비해 아프지도 않았고

방치(?)를 한 덕분에 결국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나중에는 파란색 인이 빠지면서

종기는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만다....ㅎㅎㅎ

 

이 십 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새삼스레 종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이 종기가 큰 병이 온다는 전조증상이었다는 것이다.

뭐 이미 밝힌 대로 신체를 좌우로 이등분하여 정확하게 오른쪽 반이 마비가 올 뻔 했는데

그 이유는 기운이 막혀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기운이 돌지 않으니 신경이 죽어(정확히는 신경전달이 안 되어서) 몸에 마비가 오는 것이다.

풍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냉기로 인해서 기운이 돌지 못해 막히게 되면서

결국 막힌 부분이 신경이 마비되고 몸이 굳어버리는 결과를 초래 한다는 사실이다.

 

이 오른쪽 무릎 아래 다리 바깥쪽으로 족삼리라는 곳이 있다.

책에는 위를 관장하는 곳이라고 명기되어 있는데 이 족삼리 아래로부터 복숭아뼈 있는 곳까지

기운이 꽉 막혀 있어서마치 철심을 박아놓은 것처럼 느끼고 살고 있었다.

남의 살처럼 감각도 무디고 차가운 냉기로 인해 기운을 돌려 뜨거운 기운이라도 갈라치면

얼음물이 흘러내리듯이 냉기가 흘러내린다.

그 중심이 종기가 난 자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혈자리는 심장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 듯이 느껴진다.

다리 기운이 풀리면 등쪽의 막힌 기운도 뚫리면서 등이 엄청 편해진다. 

 

심장 바로 뒤편 등짝이 감각도 무디고 마치 남의 살을 박아 놓은 듯하다.

나무의 옹이처럼 내 살인데 내 살이 아닌 듯하다.

이 종기가 났던 자리로 언제부터인지 뜨거운 기운이 돌기 시작을 했다.

마치 냉골 바닥에 보일러를 틀어 놓으니 따뜻한 기운이 돌아 기분이 좋아지듯이

이곳으로 뜨거운 기운이 흘러 들어가면서 황홀감에 빠찐다...ㅎㅎㅎ

눈만 뜨면 시작되는 기 수련은 밤에 잠이 드는 순간까지 의식적으로 수련을 하고

아마 자는 그 순간에도 숨을 쉬기 때문에 저절로 기수련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사실 곧 죽을 정도로 꽉 막힌 기운으로 몸에 막힌 기운을 이 정도 풀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대견하고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젊은 시절 몸이 건강했을 때 기 수련을 시작을 했다면

벌써 몸에 막힌 기운을 다 소통 시키고도 시간이 남았을지도 모른다.

다 막혀서 졸졸졸 흐르는 기운으로 히말라야 산의 만년설 같은 것을

녹여낸다고 생각을 하면 아마 적절한 비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 한다.

이제 오른쪽 막힌 기운도 엉덩이 등 일부분만 조금 막혀있는 상태다.

 

사람이 살면서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찢어지거나 종기가 나거나 하는 것들이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기운의 소통이 되지 못해서 죽지 않으려고

일시에 기운을 소통시키기 위한 몸의 자구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몸이 다치거나 하는 것들을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죽을 것을 그만한 것으로 대체했으니 오히려 고맙게 생각을 해야 한다.

종기!

그래서 나쁜 기억이기 보다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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