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잠 못 이루는 밤

敎當 2015. 11. 5. 15:14

예전에 비해 기수련을 하고 달리진 것이 일단 잠을 잘 잔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잘 자고 불같이 화가 날 일이 있어도 잘 잔다.

너무 변한 모습에 내가 바보(?)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때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실 불같이 화가 날 일이라고 했지만 그건 과거의 나에게 일어난 일일뿐이고

지금은 어떤 상황이 와도 불같이 화가 나서 내 스스로 불지옥을 만들고 사는 일은 없다.

그러니 일단 살아서 지옥에서는 멀리 벗어난 듯이 보이기도 한다.

 

마음의 지옥은 좀 멀어져갔지만 몸의 지옥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몸의 지옥?

기 수련을 하다 보니 내 몸 안에 이처럼 많은 냉기가 막고 있었나 하고 놀랄 정도로

수많은 혈자리를 냉기가 몸 안에 얼음처럼 꼭 막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얼음처럼 막혀있는 냉기를 뜨거운 기운을 보내 녹여 낸다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다.

녹인다는 표현을 쓰고 보니 이것이 업()이란 생각이 든다.

 

업이란 불교에서 산스크리트어로 카르마(Karma)라고 하는데

신구의(身口意-불교에서는 이를 세가지 업으로 규정)로 짓는 선악의 소행으로

전생의 소행에 의해 현세에서 받는 선악의 응보(應報)라고 규정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인과응보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데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 몸 구석구석을 이처럼 냉기로 막히게 된 것은 내가 한 행동의 결과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서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하고

운동은 게을리 하면서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함으로서 건강을 크게 해친 것이다.

 

술을 마시면 폭식하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이처럼 건강을 해치는 식생활을 하면서도

과거 운동을 해서 건강해졌다는 사실만 기억을 하면서 항상 건강하다고 착각을 하고 살았다.

항상 건강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이정도 쯤이야 하면서 생활을 했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건강을 잃은 듯이 생각을 하지만 실은 장기간에 걸쳐 한 행동이

이처럼 건강을 해쳐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비로소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한다.

나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서야

다시 건강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고 기수련을 한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기 수련 후에는 스트레스도 별로 받지 않고 잠도 잘 잤는데 어제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특별히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잠을 못 이룬 것이 아니라 육체의 고통으로 잠을 못 잤다.

잠을 자려고 누워 있으려니 엉덩이 부분에서 냉기가 흘러내리고

정전기가 일 듯이 찌릿하면서 기분 나쁜 저린 기운에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결국은 일어나 수련을 했는데 새벽 4시가 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보통 자다 깨더라도 잠이 안 오면 수련을 하는 데 2시간 정도 하면 졸리기 마련인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한참을 수련 했는데도 도대체 잠이 올 생각을 안 한다.

 

4시가 조금 넘어서면서 잠을 청했는데 한 2시간 자고나니 또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 6시면 본격적인 명상과 수련을 하단 시간인데 다시 잠을 청하기는 그렇고....

고민이 되어 잠을 자기도 그렇다고 수련을 하기에도 너무 애매한 시간이다..ㅎㅎㅎ

그래서 알람시간을 맞춰놓고 1시간 수련하고 1시간 잠을 청하는 방법을 택했는데

말이 잠을 1시간 자려고 한 것일 뿐 비몽사몽간에 1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전철 안에서 서서 반은 자고 반은 수련을 하고 왔다.

서서자다니 진짜 도사가 되었나 보다...

 

온 몸이 통증으로 숨을 쉬면 기운이 막힌 곳을 뚫으면서 아프고 졸립고

글을 쓰는 지금도 오타에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다.

숨을 쉰다는 것이 곧 기수련이 되도록 몸이 반응하면서 숨을 쉰다는 것이 힘들 때도 있다.

숨을 쉬면 호흡을 따라 막힌 기운이 있는 곳에는 상당한 압박(?)을 받는다.

이런 기분은 해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것이라 말로 설명이 어렵다.

단지 확실한 것은 기 수련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불교공부를 하다보면 어떤 것이던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이런 말들이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잠을 못 이뤄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안 좋은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이런 현상들이 공부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공부가 진전이 없다면 이런 현상도 없기에 이런 면에서 보면 또 좋은 일이다.

그러니 이제는 모든 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게 되었고

나쁜 면이 보이면 좋은 면도 함께 볼 수 있는 힘도 생겼다.

잠 못 이루는 밤!

마음이 깨어있는 밤이 되기를 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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