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첫인상

敎當 2015. 2. 24. 11:34

선거에서 신념과 정책 못지 않게 표를 좌우하는 게 정치인의 인상이다.

대선 후보 곁에는 늘 이미지 메이커가 붙어 다닌다.

이미지 메이커에게 대부같은 존재가 있다.

폴란드 태생의 미국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아쉬이다.

그는 어떤 인상이 호감을 주는지 실험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험은 이랬다.

두 집단의 대학생들에게 어떤 사람의 특성들을 설명하고 인상을 마음 속에 그려 점수를 매기게 했다.

먼저 한 집단에게는 지적인’ ‘솜씨 있는’ ‘부지런한’ ‘단호한’ ‘현실적인’ ‘신중한’ ‘따듯한을 보여주었고,

또 다른 집단에게는 이 중 따듯한차가운으로 바꿔 제시했다.

그 결과 따듯한이란 단어를 들은 대학생들은

관대함, 현명함, 정직함 등 대부분의 평가항목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반면 차가운으로 기술된 사람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나쁜 점수를 주었다.

차가운 인상은 대인관계에서 결정적 손해라는 게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이처럼 차가우냐 따듯하냐는 주변적 특성과 달리 인상을 결정적으로 좌우해 중심 특성이라고 한다.

원래 인상이 그런지, 이미지 메이커의 작품인지 모르나

선거로 당선된 이승만,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인상이 부드럽다.

반면 총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차갑고 딱딱했다.

차가운 인상으로 손해를 봤던 대표적 인물이 대쪽이회창 총재다.

그래서 테 있는 안경을 써야 부드럽게 보인다는 권유에 수십 년 써온 무테를 얇은 금속테로 바꾸었다.

또 참모진이 시사만화가들에게 뾰족한 턱을 부드럽게 그려달라고 부탁도 한다.

하지만 일단 형성된 인상을 바꾸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이처럼 첫인상이 나중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초두 효과라고 한다.

솔로몬 아쉬는 이 효과도 이론화했다.

사람은 일단 첫인상이 형성되면 후에 들어오는 정보에 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대개 첫인상은 나중에 들어오는 정보를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

수백만 년동안 인간의 뇌는 낯선 장소가 안전한지, 상대가 사기꾼은 아닌지 재빨리 판단해

움직이는 생존 기계로 진화해온 결과다.

 

흔히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고 한다.

물론 자꾸 볼수록 인상이 달리지는 경우도 있어 이를 빈발효과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초두효과에 비해 약하다.

실제로 나쁜 첫인상을 줘 두고두고 고생하는 사람이 주변에는 많다.

첫 대면, 면접, 첫선에서 따스한 첫인상을 주느라 노력하는 편이

나쁘게 각인된 첫인상을 지우느라 애먹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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