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눈물

敎當 2015. 3. 29. 23:07

현대극 보다는 사극을 좋아하는 나는 마땅한 볼거리가 없었는데

중국 TV 방송인 Ching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꽂혀

퇴근을 하면 곧장 집으로 가서 삼국지를 비롯해서 수호지 등

과거 책으로 읽었던 기억을 되살려 열혈 시청자가 되어 있었다.

한류 열풍이 부는 시대에 중국TV 방송이라니.....ㅎㅎㅎ

 

이 방송에서는 삼국지나 수호지 공자처럼 유명한 내용을 극화한 것도 있지만

난릉왕이나 옹정황제의여인처럼 여인들의 궁중 암투와 사랑을 그린 드라마도 있다.

어찌 보면 스토리도 생소하고 내용 전개도 그다지 짜임새 있지는 않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얘기하는 이유는 방송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반응하는 달라진 내 모습에 웃음이 나기도 하는 까닭이다.

어떻게 반응 하냐고요?.....ㅎㅎㅎ.....별것도 아닌데 눈물이 납니다.

 

저희 집안은 아버지가 때리고 들어오면 치료비를 물어주지만

맞고 들어오면 병신같이 얻어맞았다고 오히려 혼나는 집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찌감치 아버지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4학년 때 태권도에 입문을 하였고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태권도부에 들어가서 선수로 활동 했습니다.

그러니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형제자매들은 동네에서 보기 드문 왈가닥(?)이었고

혹여 누가 맞고 들어오면 단체()로 가서 두둘겨 패주고 오는 의리 있는 집안에서 자라서

아버지에게 혼나는 상황이 아니라면 눈물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었죠.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축구부 코치를 하고 계신 분이었다.

과거에는 옷이 귀해서 새 옷 하나 받으면 진짜 부러울 것이 없었는데

마침 그날은 새 옷을 입고 등교를 하였고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놀다가

한 친구의 잘못으로 옷의 재봉선이 뜯어졌고 이에 화가 난 나는 그 친구를 때렸다.

과거의 놀이라는 것이 선을 긋고 금 밟으면 죽고...이런 놀이였는데

이 친구는 금 밟어서 죽었으면 놓아야 하는데도 계속 옷을 잡아당겨서

결국 옷이 뜯어졌고 이런 것에 민감했던 나는 하지 말아야 하는데 발로 찬 것이다.

이 친구는 그길로 집으로 갔는데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음다음 수업시간이 되자

어머니와 함께 학교로 찾아왔고 결국 나는 수업 도중에 교단으로 불려 나가게 되었다.

 

운동을 했던 나는 발로 차기는 했지만 상처가 나지 않는 부위를 가격을 하였고

금방 이성을 찾아 그다지 심하게 때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친구의 어머니는 병원에 갔다 왔다며 선생님께 하소연을 하였고

급기야 난 불려 나가서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야단을 맞았다.

그냥 그대로 듣고 있으면서 잘못 했다고 했으면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난 그만 선생님에게 왜 내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친구 엄마의 얘기만 듣고 야단을 치느냐며 따졌다.

그랬더니 순간 손이 뺨으로 날아왔고 난 선생님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저도 우리 아버지 모시고 오겠다면서 집으로 갈 모양새를 취했다.

결국에는 복도에 가서 손들고 서 있으라는 벌을 받게 되었다.

 

친구의 어머니가 가시고 나서 선생님은 바로 날 불렀다.

그리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넌 나중에 좋은 쪽으로 이름을 날리거나 혹은 나쁜 쪽으로 이름을 날릴 거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평범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 해석이 되는데

그래서 이런 길을 가고 있나 보다.....^^

그날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난 그 친구를 불러서 또 때리면서

내가 때렸으니 네 엄마 다시 불러오라고 어린 치기를 드러내고 말았다.

이처럼 아버지의 엄한 가르침은 엉뚱한 성격으로 날 내몰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나는 눈물은 곧 패배요 나약함의 상징처럼 인식을 하며 자랐다.

그런 내가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바로 아래 남동생과 2살 터울인 나는 어머니가 동생을 임신하고 식사를 못 하시자

어머니에게 밥 먹으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너나 많이 먹으라고 하자

어머니가 안 먹으면 나도 밥 안 먹겠다고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누나에게 들었다.

그러고 보면 천성은 강하지 않았는데 환경적인 영향으로 강한척 했나보다.

어찌되었건 이런 강인한 척 하던 성격에서 자성이 회복되는 것인지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서 혼자 있기에 망정이지 나이도 많지 않은데

노망이 났나 싶을 정도로 주책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제는 케이블 티브이에서 퍼팩트게임이라는 야구 영화를 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또 눈물이 앞을 가려.....ㅠㅠㅠ

중국드라마 한국드라마 가리지 않고 눈물도 나지만 화도 나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먼저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한번 화가 나면

나도 내 자신을 컨트롤 하지 못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었다.

오죽하면 나이도 많이 차이나는 파출소 순경과 경찰서 형사하고도 욕하면서 싸웠을까!

내 생각에 잘못하지 않았는데 알량한 힘과 권력을 내세우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리 손해가 난다고 해도 타협하는 법이 없었으니 피곤한 인생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화를 내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성격이 바뀌어져 있었다.

아마도 내 틀이라는 것이 없어지면서 비교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10원을 빌리면 갚아야 직성이 풀렸고 빌려주면 받아야 직성이 풀렸는데

있으면 그냥주고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듯하다.

글을 쓰다 보니 이젠 집안 내력(?)까지도 시시콜콜하게 다 나온다.

그런데 이제는 창피하다는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과거에는 체면과 자존심으로 도배를 하고 살았는데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눈물도 많아지고 화도 안 나고 체면도 없어지고 자존심도 사라지고.....ㅎㅎㅎ

 

눈물 흘리고 나니 비 갠 오후처럼 맑고 밝고 시원한 청량감에 가슴이 뻥 뚫려 온다.

이런 좋은 것을 가슴에 묻고 살았으니 그리도 가슴이 답답했었나 보다.

눈물은 슬퍼도 흘리지만 기뻐도 흘리는 것이 기쁨도 슬픔도 종내는 같은 것인가 보다.

메마른 봄 날씨에 눈물 한방을 솟아나는 가슴이 있으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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