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급발진 사고

敎當 2015. 3. 31. 12:31

어제 뉴스에서 급발진 사고로 의심되는 교통사고에 대한 판결에서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사고라고 결론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알기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급발진 사고를 인정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차를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고일 것이다.

과연 급발진 사고는 없고 운전자의 과실에 의한 사고만 존재를 할까?

 

벌써 몇 년이 흐른 과거의 기억하기 싫은 사건이다.

1982년에 군에 입대를 했는데 보직이 운전병이었다.

1980년 겨울에 운전면허 시험에 한 번에 합격을 하였고

면허증 교부는 다음해인 1981년에 받았다.

나중에 할 것이 없으면 운전이라도 해서 먹고 살으라고

특별히 아버지의 배려로 대학생이던 나는 차도 없는데 면허시험을 보게되었다.

당시에는 면허증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런 이유인지 몰라도

난 친구와 함께 운전병으로 착출되어 대구 수송학교에서 다시 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85년 제대를 하자마자 영업을 하는 매형의 회사에 취직을 하면서

차를 사서 서울 전역을 누비고 다니게 되었고 친구와 놀러 가면 항상 운전을 도맡아 했다.

 

운전을 몇 십 년 하다 보니 운전이라면 지겨울 정도가 되었는데

그래도 아직까지는 무시고 운전사라 운전은 잘 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 내가 급발진 사고가 나고 나서는 아예 운전은 하기 싫다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 해 겨울에 난 스님의 권유로 아토피 치료기구를 판매하는 총판을 했었다.

그날 같은 절에 다니는 보살에게 이 기계를 써 보리고 가져다주면서 일이 꼬였다.

물건을 가져다 주고 가려고 하는데 그 보살님이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조명기구를 샀는데 문제가 생겨서 바꾸러 모란까지 가야하는데

자신은 신랑이 옆에 있으면 운전할 수 있지만 없으면 운전을 못하니

대신 운전해서 조명기구 바꾸는데 도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날 왠지 운전이 하기 싫어서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그 분의 부탁은 계속되었고

사업관계의 일도 있어서 난 할 수 없이 부탁을 들어주고 말았다.

 

눈도 많이 와 있었고 남의 차라서 난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워 운전을 하였다.

그 조명기구를 모란에 가서 바꾸고 중간에 한 곳 들렀다가 신구대가 있는

보살님 동네와 가까운 조명가게에 들러서 다른 조명기구를 구입하려고 차를 세웠다.

대로변이라 CCTV를 설치해 주정차 단속을 하고 있어서 난 그 보살님을 내려주고

한적한 주택가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일을 다 보면 전화를 하라고 햐고

유턴을 해서 주택단지로 접어들어 주차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지나 연락이 와서 난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이 차는 연식이 한참 오래된 대우 프린스란 차종(당시에 단종된)이었고 오토였다.

내려준 곳까지는 언덕을 올라서 우회전을 한 후 내리막길이었고 사거리를 지나면 된다.

 

시동을 켜고 조심스레 차를 출발 시켰는데 언덕을 거의 다 올라가자

악셀을 밟지 않았는데 마치 악셀을 밟은 것처럼 소리가 났다.

하지만 거기에서 우회전을 하면서 속도는 나지 않고 별 문제가 없는 듯 보였고

이미 앞에는 신호대기를 하고 있던 차가 전방 30m 정도 앞에 있었다.

겨울이라 도로에 눈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길은 내리막이었고

난 악셀을 밟을 일은 없어서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면서 내려갔다.

그런데 차가 순간 굉음을 내기 시작을 하였다.

인도에 걷던 사람이 이 소리에 놀라 내 차를 쳐다보았고

난 당황하지 않고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이 브레이크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앞차와의 간격은 충분했고 난 운전 경력이 많은 만큼 여유가 있었다.

혹시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악셀을 밟은 것은 아닌지 고개를 숙여 쳐다보았다.

내 발은 분명히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는데 차는 점점 굉음과 함께 속도가 붙기 시작하였다.

난 연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는 가속이 붙기 시작 하였고

난 급한 마음에 사이드브레이크(핸드브레이크)를 힘껏 당겼다.

순간 속도가 살짝 죽는가 싶더니 이내 차는 굉음을 내며 앞차를 들이받고 말았다.

난 순간적으로 핸들을 꺽지 않고 그냥 정면으로 균등한 힘으로 앞차를 받았다.

차량 모서리로 받으면 앞차에 충격이 더 강하게 갈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 차는 변속기의 기어가 밀리고 엔진룸이 망가졌고

앞차는 에쿠스 신형이었는데 다행히 뒷 범퍼만 교체를 하고 일단락되었다.

 

앞 차 운전하신 분 얘기가 내차가 굉음을 내고 돌진을 하니

마치 자기를 들이 받으려고 작정을 하고 차를 모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미 이 급발진 사고는 오래전의 얘기이고 이미 수습이 된지 한잠 오래전의 일이다.

생각하기 싫었고 기억하기 싫었지만 다시 이 얘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급발진 사고를 당했다는 사람은 너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인정이 안 되고

오직 운전자의 과실로만 귀결이 되는 현실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다.

어제 판결이 난 급발진 사고의 영상을 보았는데 아무리 운전미숙이라고 하더라도

그처럼 악셀을 밟아 날아갈 정도로 운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비단 그분의 예만 아니라도 그 많은 분들의 급발진 주장 사고라는 것이

한결 같이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악셀을 밟는 실수를 했다는 것은

내 경우를 보더라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급발진은 돈의 문제를 떠나서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기업의 이익은 고스란히 고객의 구매에 있다.

자기 회사의 제품을 믿고 구매를 해준 고객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따로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고객을 위한 결단으로 급발진 사고를 감추기에만 급급해 하지 말고

연구하고 또 연구해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고객에 대한 보은이라고 생각이 든다.

서로 상생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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