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겨울산행

敎當 2015. 2. 10. 12:07

27일 토요일은 날씨가 너무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사무실에 오신다고 해서 휴일임에도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일이 오후 늦게 끝이 나서 일요일에 산행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포근한 날씨 속에 겨울을 잊은 듯 지내었는데

강추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처럼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보통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을 쉬면서 밀린 일을 분산해서 하면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토요일에 해야 할 일까지 한꺼번에 할 수 밖에 없었다.

오후 시간을 좀 더 활용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했다.

아침 10시에 집을 나섰는데 기온이 낮은 것 보다 바람이 몹시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는 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모처럼 귀도 시리고

목 뒷덜미가 뻣뻣해 지는 것이 이런 날에는 자칫 무리하면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을 나서서 30분쯤 걷자 귀 시렵던 것도 가시면서 굳었던 몸이 서서히 풀려오기 시작 하였다.

오늘은 잘 쓰지 않는 모자도 쓰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옷은 등산복 위에 조끼를 걸치고 외투는 내피가 없는 가을 등산복을 입고 있었다.

전에 영하 15도의 추위에도 이런 복장으로 산행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

걷기에 불편하도록 많은 옷이나 두꺼운 옷을 입는 것은 자제를 하는 편이다.

남한산성 유원지를 지나 남문으로 향하는 길에

종이컵에 커피를 들고 산행을 하는 일단의 아줌마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중에서 한 아주머니의 건강이 안 좋았나 보다.

 

병원에 가니 의사선생님이 커피 중에서 커피프림의 폐해를 설명하면서

마시지 말라고 했다면서도 추운 겨울 손으로 전해지는

따스함과 향을 이기지 못하고 연신 입으로 커피를 가져가고 있었다.

그러자 일행인 한 아주머니가 말을 받아서 하루에 한잔은 괜찮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커피에 관한 연구는 하지 않으신 분 같은데...ㅎㅎㅎ

그래도 이런 분과 함께 하면 어차피 거부하지 못하고 마시는 커피의 해로움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고 자유로울 수 있어서 좋은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남문을 지나 수어장대까지 올라가면 암문(暗門)이 나오는데

이 암문으로 빠져 내려가면 남한강약수를 지나게 되고 서울 마천동으로 연결된다.

영하의 날씨지만 몸은 이미 땀이 난지 오래였고 이 길은 내리막길이라

머리에서 난 땀이 모자 사이로 흘러내리고 흘러내린 땀은 이내 바지위에서

염분이 있어서 그런지 하얗게 얼음 결정이 되고 있었다.

모자 채양으로 흘러내린 땀이 이내 고드름이 되어 매달려 있었다.

 

모자는 여름에 쓰는 얇은 것으로 이런 날씨에도 땀이 나는 이유는

속보로 걷기도 하지만 기()를 돌리면서 산행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영하의 날씨에 이렇게 많은 땀이 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하나였던 고드름은 나중에 3개가 되었다.....ㅎㅎㅎ

 

산을 오르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기를 받고 기를 돌리는 것에 있다.

이 기를 돌리면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추운 것 자체를 못 느끼는 것이 아니라

추위로 인해 몸이 위축되거나 움추려 들지 않고 그냥 시원하다는 느낌 정도다.

강원도 850고지의 절에서 한 겨울에도 여름 법복을 입고 밖을 다니고

새벽에 잠에서 깨면 속옷만 입고 창문을 열고 명상을 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몸에 기운이 잘 돌면 한 겨울에도 몸이 적응을 해서 추위를 타지 않지만

몸의 기운이 막힌 사람은 한 여름에 두꺼운 옷을 입고도 추위에 떤다.

결국 기라는 것은 몸의 적응력(면역력)을 높여주는 핵심 물질인 셈이다.

 

이 모자에 달린 고드름을 보고 실내에 있던 사람들은 밖의 날씨가 그렇게 춥냐고 물어온다.

고드름이 신기하고 밖의 날씨가 춥다는 것만 알아차린다.

이 추위에 어떻게 그리 땀이 많이 나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고드름이 모자에 달리는 이유는 땀이 나기 때문이다.

날씨가 춥고 땀이 나면 당연히 고드름은 달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추위에 땀이 나도록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이 더 신기한 일인데....^^

 

집을 나서면서 갈등이 왔다.

귀도 시리고 추워서 5시간 산행을 하지 말고 3시간만 산행을 할까 하는 고민이다.

꼭 몇 시간을 산행을 하도록 정해서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라서

일단 산에 올라보고 몸 상태를 보고 결정을 하면 되는데도 옛날 조급증이 도진 것이다.

전에는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로 해야 직성이 풀렸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열 받아서 몸살이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하루 산행을 하니 또 욕심이 생겼고 그것이 5시간 산행으로 이어졌다.

그러니 3시간 산행은 갈증이 나게 되고 출발 할 때는 추우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산에 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새털처럼 가볍다.

 

수어장대 암문으로 내려가 마천동을 찍고 성불사 뒷길로 해서 다시 등산을 시작한다.

이 등산코스도 남한산성까지 오르는 여러 갈래가 있는데 푯말삼거리를 택해서 올라간다.

연주봉 옹성쪽으로 올라와 산성 안으로 들어서면 서문 조금 지난 길과 합류를 한다.

여기서 북문에서 동장대를 지나면 장경사가 나오고 성을 끼고 계속가면 동문에 도착을 한다.

동문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다시 산을 오르면 남문이 나오고 하산을 하면 유원지가 나온다.

집에서 출발하여 딱 여기까지 도착하는 코스가 5시간의 산행코스다.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걷고 속보로 걷는 속도가 5시간이 걸리니

일반 동호인이 걷는다면 아마 6시간 이상의 코스가 될 것이다.

 

집에서 출발하면서 간식으로 사과 1개와 연시감 얼린 것 2개를 준비를 했다.

물을 가지고 다니지는 않는데 장시간의 산행에도 갈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많은 땀을 흘리는데도 갈증이 나지 않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추위는 타지 않더라도 몸은 얼어 있는데 이때 들리는 곳이 찜질방이다.

추운 곳에 있었던 보상을 받듯이 찜질방의 따스함은 여유로움을 준다.

하긴 추운 날은 오히려 산행 시간이 단축이 된다.

생각은 하지 않지만 추우니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작용을 하나보다.

 

처음 등산을 시작 했을 때는 30분 거리를 2번 쉬면서 올라갔었다.

그러던 저질 체력이 지금은 5시간을 쉬지 않고 산행을 할 만큼 좋아지게 만든 것이 등산이다.

8시간 등산을 하면서 중간에 15분 쉬고 한 적도 있다.

나에게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이 등산이기 때문에

건강을 물어오는 많은 분들에게 지금은 무조건 등산을 권한다.

돈도 많이 들지 않고 산처럼 아낌없이 모든걸 주는 운동은 없을 것이다.

마치 어머니의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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