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뇌종양

敎當 2015. 1. 15. 15:44

예전에 한창 기 수련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의 얘기니

벌써 한 8년 전이나 지난 일이다.

그날도 평창의 절에 토요일에 공부하러 올라갔었다.

도착해서 방을 배정 받고 법당에 있으니 새로 오신 보살님이 계셨다.

그 보살님에게 신도카드를 작성하시라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머리를 무언가로 찌르는 듯 한 강한 통증이 전해져 왔다.

이런 기운은 나도 처음 느껴 보는지라 당황스러웠는데

처음 오신 분에게 기운이 어쩌고 하는 것도 혼란을 줄 것이라 생각되어

같이 동행하신 기존의 신도 분에게 새로 온 보살님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분은 머리에 통증이 있어서 병원에 가서 검사룰 해 보니 뇌종양이 있었고

그 크기가 작아 수술을 할 정도는 아니고 지켜보면서 수술 여부를 결정하자고 진단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날 처음으로 뇌종양의 기운을 느껴 보게 되었다.

 

내가 설계사무소에 근무할 때 같은 동네에 살던 A건축업자가 있었다.

건축업을 하면 이래저래 술을 마시게 되는데 이 분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실 나도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체질이고 받지 않는 체질이었다.

아버지가 역시 술을 못하시는 체질이라 명절이나 제사에 <마주앙>이라는

백포도주로 제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이 술로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당시 슈퍼를 하고 있었는데 갑()인 회사에서 잘 나가는 술을 팔면서

가격이 비싸고 잘 찾지 않아 팔리지 않는 술을 소위 끼워 팔기를 하였는데

<마주앙>이라는 술이 그런 끼워 팔기를 하던 술이었기 때문이다.

이 술 소주잔으로 반잔을 마시면 온몸이 벌겋게 달아올라 취해서 잤으니...ㅎㅎㅎ

대학시절에 술을 배웠는데 그때도 처음에는 소주가 아니라 적포도주로 술을 마셨다.

이런 체질을 가진 내가 설계사무소를 다니고 건설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술과 친구가 되었고

나중에는 간은 좋았는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다니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당시 음주문화라는 것은 젊으니 무조건 마셨던 기억만 있다.

특히 건설업을 하면 구간작업이 끝날 때마다 술을 마시는 것이 일이었고

건설업이 죄인이라 현장 주변 사람들을 보면 민원을 피하려고 술도 사주고 선물도 주고 하였던 기억이 있다.

어찌되었건 난 이런 무분별한 음주로 인해 40대 후반에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그 죽음의 문턱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 살아 날 수 있었다.

A건축업자도 어지간히 술을 좋아한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지금부터 약 2년 전쯤 일이 있어서 만나보니 뇌종양을 앓고 있었다.

그때는 이미 뇌종양 수술을 하고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몸의 마비는 없었지만

 빠른 회복을 위해 무리해서 운동을 하다넘어지면서 오히려 왼쪽 몸의 마비가 진행이 되어 걸을 수 없었다.

 

그 때 내가 느낀 기운으로는 뇌종양이 재발되지는 않았는데(후에 검진결과도 같이 나왔다)

정기 검진을 받으러 다니고 있었고 얼마 있으면 정기검진 기간이라고 했다.

난 이분에게 내가 아는 분을 소개해 줄테니 기치료를 받아 보라고 했다.

다행히 몸의 마비는 수술과 상관이 없어서 기맥이 끊어지지는 않아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이분이 기 치료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선 한 달을 치료 해 보고 효과가 있으면 후불로 치료를 해 보리고 권해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기 치료를 받아 봤는데 효과도 없고......에고!

 

기로 그냥 일반적인 암도 아니고 전신에 퍼진 암을 치료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얘기를 했지만 막무가내로 자기 얘기만 한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세상에 죽을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핀잔과 무시하는 듯 한 말만 듣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명의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믿지 못해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아무리 명의라고 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어제 이 분과 잘 아는 사람에게 얼마 전에 이분이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많은 인연이 있어야 한다.

받고 싶다고 해도 아무 때나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주고 싶을 때도 아무 때나 주지 못한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무 때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 때가 있고 인연이 있어야 가능 하다는 것이다.

주는 것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받는 것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토정비결이나 이런 종류의 점을 보면 귀인을 만난다는 대목이 나온다.

귀인이라고 해서 얼굴에 귀인이라 써 붙이고 다니지 않는 이상

본인이 귀인을 알아 볼 수 있는 혜안(慧眼)이 있어야 귀인의 도움을 받는다.

즉 아무리 귀인이 곁에 있어 도움을 주려고 해도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무언가 현혹시키거나 귀찮게 하는 존재라 인식을 할 뿐이다.

 

휴일이면 등산을 한다.

등산을 마치면 산 아래에 있는 찜질방에 들러 몸을 씻는데

여기에 오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이 좋지 않아서 오시는 경우가 많다.

이미 말한 대로 과거에는 공부차원에서 많은 말들을 해 주었는데

이 말이라는 것이 받을 준비가 되어야 충고가 되는데

받을 준비가 전혀 안 된 사람에게는 잔소리요 듣기 싫은 소리요 무서운 소리일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라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주변에 수련하는 사람도 드물고

또 기운을 읽어 몸의 어디로 병이 오고 있는지 아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해

병에 관한 얘기를 해주면 무당인가 오해하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차원이 다른데 같은 차원이라 생각하고 얘기하는 자체가 나도

줄 준비가 안 된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알게 되었다.

다행히 일부는 내 말을 잘 듣고 시킨 대로 건강을 지키는 것을 보면서

사람 사는 것도 역시 그릇대로 가는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이제는 같은 말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리며 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는 듣기 좋은 음악이 누구에게는 소음이 되기도 한다.

어리석은 말, 아니 어리석게 분별없이 하는 말이 나 자신을 찍는다.

그래서 지금은 될 수 있으면 말을 줄이고 들으려고 한다.

듣는 것도 훈련이 되니 이제는 제법 말이 많은 사람의 말도 들어줄 만하다.

글도 줄이려고 하는데 직업의 특성상 말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써야 한다.

말은 많이 줄일 수 있는데 글을 줄이기는 현 직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지킬 수 없는 약속이니 잘 못 쓰는 글을 많이 써도 이해를 바란다.

여럿이 있을 때는 나의 입을 지키고 혼자 있을 때는 내 마음을 지키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

 또 그것을 지키려고 나름 무던히 애를 쓰면서 살고 있다 생각한다.

 

부동산은 무언가를 파는 일이다.

때론 아주 전문가인척 해야 믿는 사람이 많아 때론 과대포장도 필요하다.

그래야 그 사람을 믿고 투자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도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천성이 고지식하니 노력해도 잘 되지 않고 그러니 하고 싶지 않다.

부분적으로는 많은 성격의 진전이 있었지만 다양한 삶의 방식처럼 잘 되는 것이 있고 더디게 되는 것이 있다.

생각대로 잘 되지 않으면 당황하게 되기도 하는 나를 보면서

공부라는 것이 얼마나 멀고 끝이 없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준다는 것도 줄 준비가 필요하고

받는 다는 것도 받을 준비가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가 아닌가 한다.

뇌종양으로 힘든 투병생활을 할 때 주고자 하였지만

자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자기 세상에 갇혀 받지 않았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얘기를 하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기에 줄 수 없었다.

떠나고 없는 지금!

아무리 주고자 해도 이제는 영원히 받을 수 없다.

밥도 배고플 때 주어야 생명을 살리는 음식이 되는데

배부를 때 주면 애물덩어리요 결국 음식물 쓰레기가 될 뿐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상대가 받아야 충고가 되지

상대가 안 받으면 잔소리일 뿐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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