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만신(滿神)

敎當 2015. 1. 7. 11:50

()의 기운이 강한 나는 이상주의적 성격이라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돈 보다는 자존심을 택하는 성격이었다.

오로지 내 위주로 생각을 하다 보니 남이 어떤 사람이냐는 것은 관심 밖이었다.

현실과 동 떨어진 삶을 추구해서 그런지 꿈을 꾸어 본적도 별로 없고

설령 꿈을 꾸어도 일생생활 하면서 만나는 사람이나 가족이 나오는 꿈은 안 꾼다.

과거의 꿈은 한적한 시골의 신작로를 따라 흐르는 맑은 물속에

화려한 색깔의 물고기들이 노니는 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가끔은 동전을 줍는 꿈 혹은 귀신(그렇게 느껴질 뿐)을 만나는 꿈을 꾸는데

그럴 때 귀신과 싸우다 힘이 달리면 이건 꿈이야 하고 깨 버리니

꿈으로 인해서 시달려 본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과거 평창 절에 처음 가서 기 수련을 했을 때 이처럼 재미있었던 것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재미가 있으니 많은 시간을 수련하는데 할애를 했고

수련 하는 만큼 기량이 일취월장하여 같은 도반들 중에서도 훨씬 앞서 나갔다.

같은 도반 중에 기 수련을 오래(일반 도장에서 한 30년 했음)해서

첫날 자가 치료까지 시연한 분이 있었는데 이내 그 분을 앞질러 갔고

그분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까지 나는 경험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이분이 내가 혹시 신기가 있어서 그렇게 빨리 진전이 있는가 해서

어느 날 내가 법당에서 수련을 하는 줄 모르고 큰스님에게

최거사가 신기가 있는 것이냐고 묻는 것을 듣게 되었다.

나도 사실 이 부분이 궁금해서 신경을 곧추세우고 귀를 기울여 듣게 되었다.

대답은 신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스님에게 직접 들어서 알게 되었지만

전생에 아마 도를 닦았거나 큰 스님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보라고 해서 한 번에 해 보인 사람이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기 수련 뿐만이 아니라 불교 공부가 이렇게 빨리 진전이 있다는 것은

과거 전생에 불교와 깊은 인연이 없이는 불가능 해 보인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나는 마치 내가 과거부터 늘 해오던 것처럼 너무 자연스레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 공부가 재미가 없어야 그만 두던가 게으름을 피울텐데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고 시간도 너무 빨리 지나 간다는 것이다.

마치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아는 것처럼 조급증이 일지도 않았고

큰 어려움 없이 저절로 알아 지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한 번 시작을 하면 열심히 하는 성격인 까닭에 잘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보통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시들해져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공부는 잘 한다는 소리를 들을수록 더 갈증이 나듯이 정진을 하게한다.

 

얼마 전에 지방에 사는 사람이 블러그를 보고 연락을 해 와서 만난 적이 있다.

사실 누구를 만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공부에 도움도 되지 않아서

될 수 있으면 만나지 않으려 해도 본인이 찾아오면 어쩔 수 없이 만난다.

더구나 지방에서 올라온 까닭에 박절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만났다.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니 얘기하는 소리만 들어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게의 경우는 짐작이 되어 진다.

이 사람은 직접 만나기 전 전화 통화에 무슨무슨 스님과 친분이 있고

어떤 공부하는 곳에 많이 다녀 봤고......등 등 이런 얘기를 한다.

자신을 얘기하기 보다는 유명한 남을 끌어 들이는 사람은 사실 만나보면 별 볼일이 없다.

자기 자신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어서 그 보완책으로 남을 팔고

자기는 마치 그 사람이 자기와 같은 사람인 것처럼 동일시한다.

 

어찌되었건 이 분이 찾아와서 만나게 되었다.

오른쪽 어깨 쪽이 기가 막혀서 엄청 아파하고 있었다.

지금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사주 공부를 했고

장차 자기는 사주를 봐주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으며

전에서부터 짬짬히 기 수련도 해서 기 치료도 같이 하고 싶다고 한다.

난 개인적으로 기 치료를 하겠다는 것에는 공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우선은 자기 자신의 막혀있는 기운부터 풀고 나서 그 다음에 남을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도 치료하지 못하면서 그 실력으로 남을 치료 한다는 것은......ㅠ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련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긴 기 수련 그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노력해야 하는 것인데

사회생활을 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좋지 않은 것들을 하게 된다.

술과 담배 그리고 여자 뭐 이런 유혹이 아닐까?.....흐흐흐

그러니 도를 닦는 사람들이 유혹을 이기고자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난 위 3가지를 다 끊었다가 술을 마시고 기운으로 이겨 보라는 말에

한두 달에 한번 정도 가끔 술을 마신다.

물론 직장에 나가면 어쩔 수 없이 술자리를 하는데 이마저도 한 달에 1~2번에 그친다.

 

지방에서 올라온 이 친구는 이 세 가지를 다 하고 있었다.

난 담배를 먼저 끊은 상태에서 기 수련을 시작했기 때문에

담배가 얼마나 심각하게 기 수련을 방 해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술은 얼마나 수련에 방해가 되는지는 겪어 보았다.

심지어는 수련하다 술 마시고 기운이 약해져 빙의되는 지경에까지 갔으니...ㅎㅎㅎ

자기 자신을 소개하면서 본인 입으로 자신이 신기가 있다고 한다.

말 안 해도 알 수 있지만 본인 스스로 밝히니 마음을 열었다는 표시일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친구에게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성심것 알려주었고

오랜 시간 얘기를 하다 다음에 다시 인연이 되면 만날 것을 기약하고

저녁 늦은 시간에 헤어져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낮은 소리는 나오는데 조금만 소리를 높이면 바람 소리만 나오는 것이다.

어제 그 친구가 담배를 많이 피워 간접흡연으로 목이 좋지 않았는데....ㅠ

다 이것도 공부려니 생각을 하고 안 나오는 목소리지만 오히려 더 크게 염불과 독경을 하고 정근을 시작하였다.

사실 말을 해야 먹고사는 직업인데 목소리가 안 나오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결국 3일이 지나서야 다시 예전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얼마 전 종무식을 하고 있는데 이 친구가 전화가 왔다.

시끄러워 전화 온 것을 알지 못하고 나중에 확인 했는데

종무식을 한다고 얘기하고 다음날 내가 전화 한다고 문자를 보내주었다.

다음날 등산을 하고 오후에 전화를 하니 통화중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면 씻고 출근 준비하고 할일이 많아 잊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이 친구가 내게 전화를 해 왔다.

그런데 전화 목소리도 갈라지고 몸 상태도 좋지 않게 느껴졌는데 전화 내용이 기가 막혔다.

전후 얘기도 없이 첫마디가 자기가 사람을 척 보면 아는데 내가 신이 가득찬 만신(滿神)이라며

공부도 별로 하지 않았으면서 블러그에 기 수련한다고 글을 올리는 것은

업을 짓는 것이니 당장 그만 두라고 하고서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다.

 

정신이 멍해져와 한 참 마음을 가다듬고 난 문자를 보냈다.

사람을 척 보면 안다는(그나마 공부해서 아는 것도 아니고 신기로 아는)

그 교만함부터 내려놓으시고 무슨 일이 있었다면 일의 전후를 말해야하는데

앞 뒤 다 자르고 무작정 공부를 안 했다느니 업을 짓는 다느니 하는

성급함과 무례함부터 버리라고 충고를 하였다.

자신이 신기가 있다고 하고서는 나보고 만신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람이 안 본다고 하였다가도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아까운 시간 내서 상담 해 주었더니 배은망덕하게.....헉!

 

사실 신기가 있는 사람은 자신을 잘 컨트롤 하지 못한다.

스스로 기문을 열은 것이 아니고 태생적으로 열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해는 하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시간이 흐른 뒤 술을 마셔서 실수한 것 같다는 문자는 받았지만 이미 인연은 거기에서 끝이 나 있었다.

술과 담배 여자 등 세속적인 즐거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성불은 고사하고 몸을 망치는 결과만 초래 할 뿐이다.

자기 자신의 마음도 통제하지 못하고 기운도 소통시키지 못하면서

기 치료하겠다는 생각은 결국 사람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

그저 단순하게 환자를 돈벌이로 밖에 생각 안 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돈 번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함정에 빠트리는 꼴이다.

환자를 치료하고 누적된 그 기운들을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쌓이면

결국 내 목숨을 돈과 바꾸는 일이 될 뿐이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서도 아니고

내가 남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랑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수련을 하던지 수행을 하던지 그 과정은 길고 험난하다.

또 수련을 하던지 수행을 하던지 먹고는 살아야 하고 먹고 살자니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행이 힘들어 도중에 포기를 하던지 수행을 하던지 살아 있으면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데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완성되지 않은 기술(?)돈 벌이를 하려고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도를 통하는 일은 요원해지고 몸은 망가져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된다.

물론 수행하는 과정에 있으니 경험삼아 기 치료를 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요 고통이며 운명인 것이다.

하지만 치료도 중요하지만 몸에 쌓인 탁기를 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한 스님의 말이 생각이 난다 .

배우지 않았으니 스스로 빼기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다 닦기도 전에 어떻게 써 먹을 것인지 고민하기 이전에

어떻게 완성할 것이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어 보자고 이 글을 씁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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