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목소리

敎當 2014. 12. 16. 11:29

어느덧 12월도 절반이 지난 2014년은 앞으로 15일 정도면 저문다.

5개월의 장기적인 휴식을 뒤로하고 사무실에 입사한지도 10일이 되어간다.

이번 12월은 좀 유난스런 달이라 아마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입사하기 전 시간이 있을 때(사실은 시간을 일부러 만들었지만)

블러그를 통해 알게 된 빙의환자를 좋은 인연과 짝지어주려 했지만

지방에서 올라와 그렇게 허무하게 도망을 가 버려 인연을 끊고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처음 입사를 하면 한꺼번에 많은 기운이 들어와서 시달리는 관계로

이틀 일하고 이틀 쉴 수 있게 목요일에 입사를 하였다.

특별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때론 이런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일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게 아니라 기운에 적응하는 시간이라니...ㅎㅎㅎ

 

입사하고 금요일 저녁

대학교 다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가 연락이 왔다.

그 친구(H)는 성남에서 설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고 또 평창 절에서

한때는 기 수련도 했었는데 일이 바쁜 관계로 수련은 답보상태다.

또 한 친구(S)는 강남에서 설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어머니가 상을 당하는 슬픔을 겪고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렇게 셋이 예전에는 남들이 삼총사라고 할 정도로 어울려 다녔는데

내가 기 세계에 빠지면서(?) 담배도 끊고 술도 끊고 일체의 유흥을 끊자

자연스레 멀어졌는데 이제는 친한 사람을 만나면 가끔 술을 하다 보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같이 모이는 자리를 하곤 한다.

그래서 불타는 금요일 저녁 모처럼 셋이 함께 모이게 되었다.

 

그런데 H의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이 기운은 H가 예전에 어떤 사람을 만나면서 기운이 전이된 것이었는데

이번에 만나보니 그 기운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 다시 만냐느냐고 묻자 전화통화만 하고 만나지는 않았단다

전화만 해서는 이렇게 진행이 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닌데.....ㅎ

아무튼 그날 술기운에 면역력이 약해지고 H의 기운과

또 다른 친구인 S(당뇨와 고혈압 등)의 기운으로 인해

급속도로 몸의 상태가 기울더니 한기가 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토요일은 찜질방에 가서 몸의 체온을 올리고

다음날 일요일에는 산행을 5시간에 걸쳐 하였다.

이렇게 5시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산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몸은 전혀 피곤하지 않아서 다행이 몸이 회복이 된 것으로 생각하였다.

 

월요일 아침 출근을 해 보니 수많은 기운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오후가 되자 한기가 몸을 엄습해왔다.

예전에도 이런 기운(마치 몸살이 난 듯한)들 때문에 병원에 갔었지만

약을 먹어도 듣지를 않아 결국은 쉬는 날 기운으로 풀어낸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로는 3번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이 4번째인 것이다.

첫 번째가 폐암 말기환자와 같이 앉아 있다가 날벼락을 맞았는데

10분 정도 같이 있었는데 기운으로 전이가 되어 고생을 했고

그 후로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폐암으로 의심되는 사람과 만나면

이처럼 마치 몸살처럼 기운이 막히면서 한기가 오는데 2번 다

병원에 다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결국은 기운으로 풀어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처음부터 기운으로 풀기로 작정을 하였다.

 

마침 5개월을 쉬면서 수련을 했더니 자신감도 붙은 상태였기에

퇴근 후에 집중적으로 기운을 풀고 아침에 출근하고 하였더니

3일째 되는 날부터 몸에 뜨거운 기운이 돌기 시작 하면서

좌측 코가 열리면서 콧물이 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코를 풀어보니 정말 누런액체가 엄청나게 나온다.

심지어는 피도 섞여 나오기도 하였는데 처음에는 점막이 손상된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피가 말라 비틀어진 채로 나오기도 하였고

또 어떤 때는 나오다가 어떤 때는 피가 안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점막이 손상이 되어 피가 나오는 것은 아닌 듯이 보였다.

오른쪽 코마저 열린 것은 목요일저녁 무렵이며 코와 입을 통해서

몸 안의 독소는 다 덜어내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쏟아졌다.

 

금요일 저녁이 되자 한기도 사라지고 몸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다는 사실을 느낄 정도로 호전이 되었다.

토요일 오전 어제 눈이 많이 왔기에 장거리 산행은 피하고

안전산행을 위해 마천동까지 내려갔다 올라오는 코스를 택해 집을 나섰다.

눈길에 조심조심 걷다보니 4시간 산행이 되었다.

 

이번에는 병원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스스로 풀어냈다는 성취감이 왔다.

이번 일은 단순한 감기몸살이 아니라 엄청나게 막힌 기운을 푼 것이다.

3일 동안 꼼짝도 안 하던 기운을 스스로 풀었다는 성취감!

일요일 아침 7시에 맞춰둔 알람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경전을 펼쳐놓고 기 수련에 들어간다.

1시간 후 독경을 하기 시작 했는데 목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목이 부은 것도 아니고 아프지 않으니 염증이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런데 아주 나지막하게 하는 소리는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인데

소리가 조금만 높으면(보통음 정도) 아예 소리가 나지 않고 바람만 나온다.

목이 아파서 소리를 낼 수 없는 경우는 있었어도 아무런 통증이 없는데

이렇게 발성이 되지 않는 경우는 살면서 처음이라 황당하다.

 

어찌어찌 독경을 마치고 쉬면 좋아지지 않을까 산행도 포기하고 쉬었다.

저녁 늦게까지 목소리는 도저히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와 입을 통해서 누런 가래와 피가 연신 쏟아져 나온다.

이런 것들이 나올 때마다 몸이 한결 편하고 가벼워진다.

심지어는 콧물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냥 맑은 피가 떨어지기도 한다.

다만 그런 증상으로 인해서 어지럽다거나 기분 나쁘지 않고

기운은 소통이 잘 되는 것을 느끼고 몸이 편해진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좋아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11시에 잠을 청해본다.

(보통은 자정 12시에 자고 아침 6시에 일어난다)

 

오늘 아침 조금 더 자려고 1시간 일찍 잠을 청했더니 5시에 깨었다.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허공을 맴돌고 있다.

아예 휴지를 옆에 놓고 수련을 시작하였다.

1시간 30분 참선을 하고 1시간가량 경을 읽었다.

목소리는 나오지 않지만 그냥 읽기 시작 하였다.

그래도 어제 보다는 저음에서는 목소리가 확실하게 나오기 시작한다.

오늘 아침에도 가래와 누런 액체 그리고 피가 섞여 나오고 있었다.

오늘 월요일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인데 영업하는 사람이 말을 못하니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지만 그건 생각일 뿐 몸은 한결 가볍다.

출근해서 시간이 지나자 점차 조금 나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목도 조금 아파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하게 달라진 것이 있었다.

어떤 능력(신통)에 관한 것인데 여기서 그것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무엇이던지 고생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 행위를 고생이라 느끼면 고생이 되고 행복이라 느끼면 행복이 된다.

산이 좋아서 오르면 행복인데 싫은데 가면 고생이다.

언젠가 찜질방에 갔을 때 한 아주머니가

이 찜질도 신랑이 매일 하라고 하면 진짜 죽이고 싶을 거란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 행복이지만 남편이 시켜서 억지로 하면

아 찜질방은 화탕지옥 일 것임이 분명하다.

비범보다 평범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 12월이다.

공부가 잘되는 것을 바라지 말라는 보왕삼매론을 인용하지 않아도

삶의 모든 것이 공부라는 것을 깨달으며 어서 아픈 목이

아니 막혀서 나오지 않는 발음이 정상으로 돌아오길 기대해 본다.

추은 날씨에 무리하지 마시고 연말 잘 마무리하시길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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