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7월의 하늘

敎當 2014. 7. 14. 15:36

갑오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7월입니다.

전년 이맘 때 쯤 이면 장마도 서서히 걷히고 이제 얼마 있으면

다 들 휴가 가느라 바쁠 텐데 올 해는 장마가 실종되어 더위가 지속됩니다.

그나저나 그래도 비가 좀 와야 할 텐데 너무 가물어서 걱정입니다.

이럴 때면 농사를 짓지 않아서 다행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가물어서 농사가 망치면 자연적으로 농산물 값이 올라가니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이런 저런 인연으로 묶여 있지요.

그래도 직접 가물어 타 들어가는 자식 같은 농작물을 직접 보지는 않으니

그나마 농부보다는 시름을 덜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 이번 주가 지나면 세상 시름 놓고 한동안은

부동산에서 벗어나 몇 달 쉴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집니다.

물론 마냥 노는 것은 아니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 쉬는 것이니만큼

그리 좋아할 것도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공부도 공부 나름이라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려니 설레이기도 하고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합니다.

 

벌써 이 공부를 시작한지도 어언 10 년으로 접어듭니다.

뭣 모르고 그저 모이라고 해서 모였고 하라고 해서 했던 일인데

이런 공부가 이제는 인생의 새로운 목표가 되고 희망이 되어버린 지금

잘 된 일인지 못 된 일인지 가늠조차 못 하겠고 또 할 필요도 없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고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냥 복 있으면 선지식을 만나서 좀 더 나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복 없으면 머리도 나쁜데 스스로 혼자 찾아서 하는 공부가 힘겨울 겁니다.

생각으로는 이생에 못 닦으면 내생에 닦으면 되지 하고 맘을 다독여 보지만

사실 이런 것도 지금의 생각일 뿐!

아무것도 이룰 것이 없다는 절망감에 봉착해 보지 않은

순수한 마음에서 생기는 편한 마음이지만 그런 시절이 온다면....ㅎㅎㅎ

내가 왜 이런 공부를 시작했던고 땅을 치며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좀 더 젊었을 때 이런 공부의 인연을 만나지

왜 이렇게 나이 먹어서 이런 공부를 만났는지

한숨만 쉬고 있지 않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었구나 자족하며 삽니다.

 

아무런 의심도 생각도 없이 그저 공부가 좋아서 불법이 좋아서

강원도 평창 850 고지를 매 주 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런 근심걱정도 없고 갈 때는 힘들어도 막상 도착하면

어머니 품처럼 편하고 포근했던 산과 나무와 바람과 절의 기운들....

오늘은 갑자기 예전의 그 불심이 문득 떠오르며 그리워지네요.

경을 읽어도 공부가 되고 절 마당을 쓸어도 공부가 되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가서도 공부가 되었는데 조금 교만해 졌는지

지금은 다닐 절이 없고 공부할 스님이 없고 함께 할 도반이 없습니다.

물론 찾으면 좋은 곳이나 사람이 있겠지만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서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도 들고

집에서 하는 염불이나 정근이나 공부도 잘 되는데

마음이 법당이라 따로 법당을 찾을 필요도 없는 것 같은데....ㅎㅎㅎ

이런 몽상인지 망상인지 인상인지 아상인지 모를 것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이번 여름은 어디던지 떠나야겠다는 마음으로 잡아봅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더니

막상 이렇게 마음을 잡고 보니 부동산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마음은 이미 강원도 어느 산골을 헤메고 있는 것처럼

이길 저길 어느 나무아래 쉬고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조차도 강원도 어느 산골짜기에서 왔는지

안부 한자락 묻고 싶은 것이 역마살이 있어 심한 갈증처럼 일어나

동으로 동으로 달려가 바다내음이라도 맏고 와야 할 듯 합니다.

문득 달리던 마음 진정시키고 시간을 보니 벌써 3시가 넘었네요.

조금 지나면 퇴근해서 또 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있을 겁니다.

우산은 없어도 시원하게 장대비라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흠뻑 젖어도 누굴 탓하고 원망하는 마음 일어나지 않고

그저 모든 것이 다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다!

모든 것이 다!

모든 것이 다!

모든 것이 다!

모든 것이 다!

모든 것이 다!

모든 것이 다!

모든 것이 다!

모든 것이 다!

이건 내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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