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기일(忌日)

敎當 2014. 11. 24. 23:47

오늘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4번째 맞이하는 기일이다.

재풍(再風)으로 인하여 만 5년을 병원에서 계시다

마지막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

투병 생활 중에 평창 스님이 병문안을 온 적이 있는데

어머님을 보시더니 부처님이라고까지 말 해주던 기억이 있다.

전주의 갑부의 딸로 태어났지만 삶은 그리 순탄치 못하시고

폭군 같은 아버지를 만나 자식들 껴안고 사느라 쌓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홧병이 되어 50대 젊은 나이에 풍이 왔고

천신만고 끝에 죽음은 면하셨지만 반신불수로 20년을 사시다

자식들 조금 형편이 나아지자 또 재풍이 오셔서 장장 5년이라는 기간을

호스를 꽂고 투병생활을 하셨으니 전생의 업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잔인한 삶을 살다 가셨다는 회한이 남는다.

어머니가 투병생활을 한지 1년 만에 나도 풍으로 고비가 왔다.

심장으로 왔다는 풍은 다행히 쓰러지지 않아

100일 동안의 치료로 병세가 호전되면서 많은 생활의 변화를 가져왔고

그 중에서도 기수련을 해서 어머니에게 기를 넣어드려

고비 때마다 조금 더 사실 수 있게 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리고 돌아가시면서 장남인 나는 남동생이 오던지 안 오던지

그냥 내 할 도리라 생각을 하고 항상 제사를 모셨다.

그런데 이번 제사 때는 좀 특별(?)하다고 해야 할지.....

 

제사 몇 일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특히 기운이 막혀있던 등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머리도 아프고

오늘 아침까지도 당연히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는데

제사를 지내야겠다는 생각에 비해 몸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저녁이 되어서야 시장에 들러 이것저것 장만을 하고

항상 참석하던 아들에게도 이번에는 참석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오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를 저녁 늦게야 보냈다.

부모님의 제사는 불교식으로 지낸다.

음식도 결국은 산 사람이 먹어서 그 에너지를

돌아가신 부모에게 기운으로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여러가지 하기보다는 검소하게 내가 먹고 싶은 음식과

평소에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음식 한두 가지를 장만을 하였다.

예전에 처음 기 수련을 하면서 맞이한 아버지 기일에는

왼손을 타고 전기가 들어오듯이 차르르르 하고 들어왔었는데

어머니 기일에는 아직까지는 아무런 느낌이나 변화가 없었는데

이번 제사에는 어머니가 좋은 곳으로 떠날 것이라는 생각과

다른 식구로 인해 그 기운이 방해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혼자 조용히 제를 지내기로 한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등이 열리면서 머리는 무겁지만

그냥 느낌이 좋은 곳으로 가셨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발원을 특별히 해 본적이 없는데 이번 기일에는

나름 발원도 해 보고 염불도 좀 해서 극락왕생을 빌어 드렸다.

다음 생에도 어머니 자식으로 태어나길 발원하면서......

나무 서방정토 극락세계 나무아미타불!

나무 서방정토 극락세계 나무아미타불!

나무 서방정토 극락세계 나무아미타불!

'삶 그리고 이야기 >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소리  (0) 2014.12.16
전주 한옥마을  (0) 2014.11.27
7월의 하늘  (0) 2014.07.14
국민O금 공단의 배려  (0) 2014.07.02
신발  (0) 2014.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