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거꾸로 도는' 바퀴

敎當 2012. 1. 19. 19:33

♣ `거꾸로 도는' 바퀴

서부영화에 나오는 마차바퀴는 왜 가끔 거꾸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까.

영화는 1초당 24장의 정지사진을 연결해서 보여주는 빛의 예술이다.

영사기는 한 정지사진에서 다음 정지사진으로 옮겨갈 때

셔터로 재빨리 스크린 쪽으로 나가는 빛을 가려준다.

따라서 관객은 초당 24번 깜박이는 빛을 보는 것이지만,

우리 눈의 잔상작용 때문에 마치 연속사진을 보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뿐이다.

 

영화 속 마차바퀴가 어떻게 보이는가는

이 각각의 정지사진에서 바퀴살의 위치가 어떻게 돼 있느냐에 달려있다.

가령 어떤 바퀴살이 있던 자리에 정확히 24분의1초 뒤

그 다음 바퀴살이 오고,

다시 24분의 1초 후에 그 다음 바퀴살이 온다면,

마차바퀴는 마치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만약 같은 주기에 다음 바퀴살이 앞 바퀴살이 있던 곳보다

조금 못 미치는 곳에 도달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그때는 거꾸로 도는 것처럼 비치게 될 것이다.

 

깜깜한 디스코테크에서 번쩍번쩍하는 사이키조명을 받으며

춤추는 사람들의 동작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생각해보면

이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전문적으로는 '스트로브(strobe·섬광) 효과'라고 부른다.

이 스트로브 효과를 이용한 장치에

'스트로보스코프 (Stroboscope)'라는 것이 있는데,

영사기도 실은 일종의 스트로보스코프인 셈이다.  

 

스트로보스코프는 주기적으로 깜박이는 빛을

운동하는 물체에 비추어 회전속도나 진동주기를 측정하는 계기다.

물체의 운동주기가 조명의 점멸주기와 일치할 때,

또는 운동주기가 조명주기의 2배, 3배, 4배 등 정수배가 될 때

물체는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서로 주기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실제보다 느리게 움직이거나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

형광등 같은 일상 조명 역시 일종의 스트로보스코프라고 할 수 있다.

교류 전기는 1초에 60번 전류가 양극과 음극으로 바뀌는데,

그때마다 순간적으로 전류가 0 이 되면서 깜박이기 때문이다.

휘황한 조명을 받는 카지노의 룰렛이나 선풍기의 날개가

가끔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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