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을 다룬 영화를 볼 때 당혹스러운 것은
과거나 미래로 날아간 주인공이 또 다른 자신
혹은 주변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가능할까?
'그래니 파라독스'라는 것이 있다.
'할머니(granny)의 모순'이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처녀 시절의 할머니를 만난다.
나와 함께 등산을 간 '할머니'가 실수로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나의 아버지는 세상에 나올 수 없고
나도 같은 운명이다.
그런데 나는 분명히 할머니의 사고 현장에 서 있다.
미래여행도 마찬가지다.
1주일 후로 가서 TV를 보니 어떤 사람이 복권에 당첨돼 웃고 있다.
현재로 돌아와 내가 그 번호를 산다.
1주일 후 이번엔 내가 TV에 나가 축하인사를 받는다.
미리 봤던 미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이 파라독스를 설명하는 가설은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시간여행자가 과거나 미래를 볼 수는 있지만
개입할 수 없다는 가설이다.
두번째는 '여러 세계' 이론이다.
1957년 프린스턴 출신 물리학자 휴 에버레트가 양자물리를 바탕으로
처음 제기한 가설로, 지지자가 많다.
이는 우주가 매 순간 관찰자의 선택에 따라
무한한 수의 복사 세계로 갈라진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관찰자는 항상 하나의 사건만을 본다.
그래니 파라독스의 할머니는 한 세계에서는 죽지만,
또 다른 오리지널 세계에서는 살아있다.
두 세계는 영원히 따로 진행된다.
이 가설이 참인지 아닌지는 증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소한 이 이론을 알고 타임머신 영화를 보면
혼란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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