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경우(境遇)있나요?

敎當 2010. 6. 12. 13:18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은 우린 가끔 어떤 경우에 봉착하게 된다.

그래서 경우가 있느니 없느니 하며 따지기도 하는데

지금 까지 살면서 토론 당사자들 끼리 경우의 시시비비를 가리면서

"나는 경우가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여태까지 들어 보지를 못했다.

물론 그 자리에 없는 남을 흉 볼 때는 항상 경우 없는 사람이 등장하곤 하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도 우연한 기회에 

"나는 살면서 여태까지 남에게 경우 없는 짓을 해 본적이 없다"는 사람의 열변을 듣게 되었다.

상대방에게 경우 없는 짓을 한 적이 있으면 말해 보라며

당당한 유세가 제법 거세었다.

살면서 경우 없는 짓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부처님 만나 뵙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에 그 분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는데

술을 한 상태인데도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혈기도 왕성해 보였다.

이 분이 오십대 중반이었는데

“내 나이 오십.......... 경우에 빠지게 산적이 없다!”라는 말에 나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경우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①놓이게 되는 조건이나 때

②놓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

한자로 보는 의미는 <경우(境遇)-어떤 지경에 이르렀을 때 뜻이 합쳐지다>라는 뜻이다.

결국 경우가 있다는 얘기는

거기 있는 사람들이 가장 보편타당 하다고 인정 할 수 있는 처신이나 행동이

경우가 있다는 뜻에 가장 부합되는 말이 아닌가 하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앞에 있던 사람이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는

당연히 경우가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한 결과가 되기에

여태까지 무경우인 적이 없었다는 말에 나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경우가 있다는 얘기를 할 때

도덕적이나 사회적으로 선(善)에 해당하는 일만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쁜 쪽으로 뜻이 합쳐져도 결국은 경우가 있게 행동한 꼴이 되므로

경우가 있고 없고가 꼭 선·악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결국은 자기 합리화를 위해 둘 이상이 모이면

합의도출 내지는 담합이 되어버리는 예도 허다하니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종내는 아무것도 없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새삼 심오한 진리임을 깨닫게 된다.

 

사람은 살면서 알게 모르게 상대방에게 많은 상처를 주게 된다.

그래서 참회하고 회개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태까지 경우 없이 살아본 기억이 없다는 말이

얼마나 오만하고 자기 당착에 빠져 살고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말이라 생각을 하니

여태까지 살아온 나의 삶의 기준도 예외 없이

경우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이 꼭 절대값인 양 살아 왔다는 생각에

모골이 다 송연해 진다.

앞으로는 "저사람 참회할 줄 알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소리를

들으며 사는 인생이 되었으면 하는게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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