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정신지체아를 둔 어느 엄마의 눈물

敎當 2009. 7. 27. 09:50

20년을 넘게 가슴속에 묻어놓고 힘들어야 했던 지난 일을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저의 아이는 어릴 때부터 발육이 늦고 모든 것이 뒤졌습니다.

어른들 말씀에 의하면 때가 되면 다한다고 하시 길래 그런 가 했습니다.


유치원을 보냈더니 연말에 재롱잔치를 할 때에 다른 아이들 행동을 따라하지 못할 때는

무척이나 마음이 속상했지만 초등학교를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학습이고 행동이고 모두 부족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밑으로 두 동생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4학년이 되면서 생리를 시작하게 된 아이는

갑자기 살이 찌기 시작하여 졸업할 때는 저 딸이 내 딸인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중학교를 입학한 후 발음이 시원치 않으니 웅변학원을 보내보라는

주위의 권유를 받고 학원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학원을 보냈더니 혀가 짧아 발음이 시원치 않으니 간단한 혀 수술을 하라고 하여

인근 이비인후과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수술이 간단하다고 하여 하려고 하였으나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결국 하지 못하고

종합병원에가서 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종합병원에 간 김에 옆 신경과에 아이에 대하여 상담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상담해 보더니 아이가 지능이 많이 낮아 장애인 이니까

지능검사 후 장애진단을 받으라고 하였습니다.

지능검사를 받으니까 지능이 매우 낮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사무소를 찾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과에 가서 장애진단을 받고 싶다고 했더니

장애가 나오면 무료고 장애가 나오지 않으면 돈을 내야 된다는 복지사의 이야기를 듣고

서류를 받아 장애진단을 받으러 갔습니다.

아이를 체크하여 보더니 지능이 매우 낮아 정신지체 2급이라는 

청천병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나는 이런 장애가 있는지도 지금까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방법도 없고, 대책도 없고 혼자만 가슴앓이를 하였습니다.

내 아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고,

장애인이라는 이야기는 내가 죽기보다 하기 싫었습니다.

그러나 그나마 학교를 다닐 적에는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나니 맘이 더욱 초조하고 힘들었습니다.


답답하니까 처음으로 물어서 점집을 찾게 되었습니다.

점집을 찾았더니 시주단지를 앉힌 후 6개월이 지나면 내이야기를 할 텐데

그렇지 않아서 맘고생하고 산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시댁이 유교집안이라서 엄두도 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웃집에서 점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였더니

자기가 다니는 절에 가보자고 제의를 하였습니다.

맘에 내키진 안았지만 답답한 마음에 절을 찾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 저를 보시더니 어떻게 왔냐고 물으셨습니다.

큰아이 때문에 왔다고 하였더니 기도하며 천도제를 하고 구병시식을  지내보라고 하셨습니다.

천도제가 뭔지 구병시식이 뭔지도 몰라서 스님께

천도제가 뭐냐 구병시식이 뭐냐고 물었을 정도로 절에 대하여 문외한 이었습니다.

주위에서 한번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천도제를 지내고 구병시식을 하였더니

다음날 부터 눈에 띄게 달라지는 모습을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천도제나 구병시식이 절집에서 행해지는 하나의 요식행위로만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엄청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스님께서 아이가 살이 너무 많이 쪘으니(그때당시 몸무게 키 150에 80킬로 였음)

기장쌀을 생식으로 먹이고 밥을 끊으라 하였습니다.

기장쌀을 먹이기 시작한 아이는 난리 법석이 났습니다.

내가 이걸 왜 먹어야 되냐며 문을 쾅쾅 닫고 고함도 지르고 시끄럽게 하였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가끔 절을 찾았습니다.

몇 개월을 그러고 나니 스님께서 아이와 함께 10일간 특별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였으나

절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두려웠습니다.

두 번을 날을 잡아주셨는데 가지 않았는데 스님께서

그 해가 가기 전에 10일기도를 꼭 해야 한다는 권유를 받고

세 번째 잡아 주는 날 아이와 함께 기도를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기도를 들어갔더니 스님께서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 말고 묻지도 말고

매일 1080배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절을 1080배한다는 것도 힘들었지만

못하게 하는 딸아이와 싸우고 울고 있으니 스님께서 처음으로 저를 불렀습니다.


스님께서 보살은 아이에 대하여 그렇게도 모르냐면서

아이는 미친병이라고 하였습니다.

아니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이라는 것도 믿기 힘이 드는데 미친병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처음으로 스님께 반문을 하였습니다.

그러면 진작 그런 말씀을 해 주시지 이제야 하느냐고 하였더니

스님께서 처음부터 그런 말을 했으면 이 스님을 미친 스님 이라고 하였지

보살이 믿었겠냐고 하였지만 정말이었습니다.

기도는 들어왔지 무슨 말 인지는 모르지만 10일만 믿고 기도를 해보자는 마음을 먹은 후

내 무릎은 망가져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기도를 하였습니다.

9일쯤 지나서 스님께서 보살 절은 이제 그만해도 되는데 아이가 빨리 좋아져서

지금 집에 가면 고생하니까 2~3일 더 있다가 가라고 하였습니다.


믿고 따르기로 한 후 2일쯤 지나 어느 날 갑자기 내 아이가 이상하여 졌습니다.

행패를 부리고 부엌에 있는 살림살이 식칼 등을 던지고 할 때는

앞이 캄캄하고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때 스님께서는 감식초를 먹이고 그 후 된장을 한 그릇 먹였습니다.

그럴 때 마다 아이는 조용해 졌습니다.

정말로 상상치도 못 한 일들이 내 눈앞에 벌어 질 때

처음으로 부처님  앞에 가서 울면서 절을 하였습니다.

그 후 이 스님이면 우리 아이를 변화 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저는

스님이 시킨 대로만 무조건 다 하였습니다.


그 때 먹은 음식으로는 샐러드, 도라지, 고들빼기 등등을 넣어

소금 후추 고춧가루 넣어 버무려 먹였습니다.

먹기 힘들었지만 우리아이는 이것을 먹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별나 마귀할멈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웃음소리가 별났으나

스님이 생식을 먹인 후 그 날 이 후로 그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놀랄 일이였습니다.

우리아이가 천방지축일 때 스님께서 아이를 차분하게 만들어 준다고 하였을 때

무슨 소리 하는지 듣고 흘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는 차분하게 변해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젠 살빼기를 해야 된다고 하시더니

그 때 당시 중간에 살을 조금 빼었지만 73킬로인 아이를 날씬하게 해준다고 할 때

다시 한번 한귀로 듣고 또 흘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50키로 전후 입니다.

또 놀라운 것은 몸이 무거워서 운동신경이 없어서 걸음도 삐적삐적 걷던 아이를

어느 날 운동을 시켜야 한다며 걷기 운동을 시키라고 하였습니다.

걷기 운동을 시작한 아이는 힘들다며 엄마 옷소매 끝을 잡아당기며 손발을 잡아

제대로 운동도 못하였습니다.

겨우겨우 운동장 한바퀴를 돌고나면 주위가 창피스러워 더 이상 돌지를 못하였습니다.

걷기 운동을 좀 연습하고 나니까 이번엔 산을 타라고 하였습니다.

산을 처음 탄 아이는 또 나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산은 제대로 오르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둘이서 울면서 싸우다가만 내려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산을 잘 오르고 운동도 잘하고

저 아이가 옛날 내 딸이 맞는지 싶은 생각에 기특하고 예쁘지만 그래도 같이 있으면

한 번씩 말다툼하기도 하고 아직도 조금은 부족한 것을  느낍니다.


내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장애인이 배우는 컴퓨터학원에 다니면서

멋도 내고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동생들과도 대화도 잘 되니까 너무너무 기쁩니다.

저는 내 아이만 이렇게 힘들고 나만 겪는 고통인줄 알았는데

내 아이와 같은 아이가 많다는 것에 매우 놀랐습니다.

내가 경험한 일이 결코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무척 힘들고 험난했지만 오늘의 이 기쁨을 안겨준

사자산 원각사 큰스님께 정말정말 감사드리고

세상에 태어나서 내 가슴속 깊은 곳에 힘든 부분을

누군가가 끄집어내어 풀어주고 치료해 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행복하였습니다.

우리아이는 천지개벽이 일어났습니다.

이 기쁨을 내 아이와 같이 힘들고 아픔을 겪는 사람들과

같이 나누었으면 하는 작은 마음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지금은 저나 제 딸아이가 기도가 일상생활화 되고 말았습니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힘이 되어주신

원각사 큰스님께 평생 머리 숙여 감사드리면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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