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신세를 지고 사십니까?

敎當 2008. 9. 1. 11:16

내가 다니는 원각사는

강원도 평창에 있는 조계약불종이다.

약사여래 유리광 부처님을 주불(主佛)로 모시는

주로 병을 고치는 절이다.

그러다 보니 신도들이 대다수가 병이 심해서

적게는 몇년 많게는 몇십년씩 속세에서 고치지 못하고

이곳 저곳 기웃데다 알음 알음으로 �아와

병을 고친 사람들이 신도가 되었다.

나도 몸에 풍이와서 3개월만에 고치고

지금은 신도가되어 거의 2년이 되어 간다.

내가 신자로서 절에 다니다 보니

공통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환자의 대부분이 가정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성격상의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본질은 선할지 몰라도 깨닫지 못해

三毒이라는 탐진치(貪嗔癡)로 가득찬

자기만의 틀에 갖혀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다 병을 얻는 것이다.

신도중에 한분이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이번주는 큰스님이 아프셔서 그 신도분이

자신이 몸이 성치않아 운전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송탄에서부터 대리기사를 시켜서 오게되었다.

자기 몸도 아프지만 스님을 위하는 그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지만 그 과정이 문제였다.

나는 부천에 사시는 C거사님과 함께 절에 가게 되었다.

출발 당시에도 송탄 보살님은 C거사님과 통화 했지만

대리기사 얘기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몸이 상태가 않좋아지자

부천 C거사님께 전화를 하였다.

그때는 우리 일행이 이미

절 밑에 산까지 도착하였을 때였다.

여주까지만 대리기사를 쓸 요랑이었지만

몸이 너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송탄 보살님은 새말까지 대리 기사로 갈테니

그이후 절까지는 누군가 운전을

대신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우리는 새말까지 오지말고 원주까지만 오라고 한후

온 길을 돌아 원주까지 가서 기다리게 되었다.

우리 일행이 성남에서 출발할 당시에 얘기만 했어도

돈과 시간을 절약할수 있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원주에서 만나서

송탄 보살님 차를 내가 운전하고 오게 되었다.

그 보살님은 지친 기색이 확연하였고

몸 상태가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 스님 약이라는 것이

일반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양약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것이 이 상황이리라.

차안에서 그 보살은 미안했던지 자기 속마음을 얘기 하였다.

보살 자신은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데

오늘은 신세를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신세를 지고 산다.

신세지지 않고 살려면 산속에가서

혼자 자급자족하며 살면은 가능할지 몰라도

(사실 이것도 자연에게 신세지는 것이지만)

사람이 어울려 살면 자의든 타의든 신세를 안질 수 없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신세지지 않겠다는 얄팍한 자존심에

돈은 돈대로 들고 신세는 신세대로 지고..................

다음날 일요 법회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이다.

송탄 보살은 월요일 새벽에 간단다.

얘기인 즉 딸을 절까지 오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새벽에 절에 도착하려면

도착전 서너시간 전에 출발해서 도착후

다시 서너시간을 달려야 한다.

더구나 자신의 차를 가져갈려면

딸이 누군가와 같이 와야 하지 않겠는가!

나에게 성남까지만 운전해 달라고 하고

그후 송탄까지는 거리상 얼마되지 않으니

대리기사를 부르던지 딸을 오라고 하던지하면 훨씬 수월 할 것을

새벽에 딸을 오라 했다는데는 할 말이 없었다.

남에게 신세를 진다는 것은 덕(德)이 있어야 가능하다.

신세는 아무나 지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 신세만 지고 살 수도 없다.

계속 신세만 지려고 해도 덕이 다하면 안들어 주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죽어도 신세지기 싫어하는 분들이여!

스스로 덕이 없음을 탓하라.



'삶 그리고 이야기 > 사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도 예외일수는 없었다  (0) 2008.09.20
달과 손가락  (0) 2008.09.11
무척 잘되고 계십니까?  (0) 2008.06.04
술의 핑계  (0) 2008.05.21
원각사 가는길  (0) 2008.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