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원각사 가는길

敎當 2008. 4. 28. 12:31

원각사에 다닌지 벌써 일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병을 고치러 다니던 길이 이제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길이 된지도 어언 일년이 되었다는 말일 것이다.

길이 먼 관계로 항상 승용차편으로 움직이면서도 언젠가는 배낭을 메고 여행삼아 떠나는 길을 꿈꾸어 오던중

엊그제(2008년 4월 26일) 드디어 일을 감행하였다.

하긴 경기도 부천에서 일년이 넘도록 버스를 이용해 오시는 보살님도 계시니 배부른 고민 이겠지만..........

아무튼 아침 9시에 집을 나섰고 야탑 시외버스 종합 터미널로 향했다.

원주행(이천을 경유하는) 버스가 9시 30분에 있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치 소풍가는 아이때처럼 설레기 까지 하였다.

차는 하남을 지나 제1중부 고속도로로 접어들더니 이천을 향해 질주하였고

이천에서 손님을 태우고는 원주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옆에 타신 초로의 신사분은 예식장에 가시는지 청첩장을 여러번 넣었다 꺼냈다 들여다 보신다.

초행 길이라 걱정이 되시는지 약도를 여러번 들여다 보시는가 싶더니 이내 졸고 계신다. 

밖은 비가 촉촉히 내려서 마치 너무 들뜬 마음을 나무라듯 차분히 적셔 주고 있었다.

차는 11시 40분경 원주 터미널에 도착하였고 횡성 안흥 방면이나 계촌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터미널 밖으로 나가서 지하도를 지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가란다.

원주 터미널은 그야말로 도떼기 시장이었다.

시설도 낙후 되었지만 화장실은 냄새가 진동했다.

점심을 마친후 지하도를 건너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목적지를 대고 버스편을 물어보니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2-2번 버스를 타란다.

아무리 기다려도 2번과 2-1은 있는데 2-2번 버스는 오지 않았다.

다시 한번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버스 번호는 2번인데 조수석(승용차로 따지면)쪽에

2-2라고 써있고 거기에 안흥이나 계촌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원주가 시(市)라지만 시골 냄새가 정겹게 물씬 풍겨 왔다.

자세히 보니 2번 버스마다 나무에 번호를쓴 묶음이 한 열개 가까이씩 조수석에 있었다.

시간은 언제인지 기사분도 모르신단다.

다만 한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 이외에는 해줄수가 없단다.

할수없이 정류장에서 마냥 기다렸다.

군중속에 고독처럼 모든 사람은 버스를 타고 떠나는데 혼자 장승처럼 1시간여 기다리니

드디어 2-2계촌 이라 쓰여진 버스가 도착했다.

비가와서 바람까지 불어오니 쌀쌀하던 차에 아랫목이라도 내준것처럼 반갑고 고마웠다.

냉큼 올라서니 횡성을 경유하여 안흥을 거쳐 계촌으로 간단다.

아! 땡잡았다.

안흥에서 갈아 타고 가야만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계촌까지 한번에 가는 행운이라니.............

계촌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조금 지나 있었다.

원각사에 걸어서 오르니 진짜 신선한 공기가 몸도 마음도 가볍게 만든다.

남한 산성에 오르는 길은 힘이들던데 이길은 진짜 힘이 안든다.

생수만 팔을것이 아니라 공기도 팔면 잘 사갈것 같다.

산 정상에 오르니 부러울 것이 없는데 천년되었다는 소나무 앞에 서서 기를 받으니

그 부드럽고 따사로운 기운이 넘치고 넘쳐 운해를 이룬다.

신선이 따로 없다.

내가 머무르는 곳이 이승이 아니라 극락이다.

산위에서 만물을 바라보니 다 나를 향하고있다.

자연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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