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술의 핑계

敎當 2008. 5. 21. 10:18

작년 풍이 온 관계로 술을 딱 끊었다.

친구관계도 끊기고 인간 관계도 서먹해 졌지만 풍의 두려움을 아는 지라 이를 악물고 딱 끊었다.

간혹 술의 유혹이 있을때도 있었지만 병석에 누워계시는 어머니 생각을 하면 저절로 절제가 되었다.

이제 그 풍도 졸업(졸업이라 하지만 한번 온 풍은 항상 몸안에 잔존해 있다)을 하고도 오는날 까지

잘 참아내고 있는 내가 대견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술을 끊었다는 것이 하나의 핑계를 기다리고 있음을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요즈음 몸과 마음이 괴로운 일이 생기다 보니 그 술이 술술 유혹을 하기 시작 한다.

술을 먹고 싶다는 갈망 만큼이나 갈증나게 내 생각을 적신다.

처음에는 핑계로 한번 마셔봤다.

술이라는 것도 기 수련의 한 스승이 될수 있다고 자위하면서 시작된 것이 이미 여러번이다.

이젠 누굴 불러서 마시는 지경이 되었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 정도이고 몇번 안된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 거리다.

거기에 조금 더 위안을 삼는다면 술의 실체를 어느정도 파악 했다는 것일게다.

술이라는 것이 찬음식이라는 말만 들었지 그 실체를 느껴보지는 못했으나 이번에 확실하게 실감 할 수 있었다.

술을 마셔보니 우선 배에 냉기가 말도 못하게 쌓여 있어서 아래로의 기의 순환을 방해 한다.

자연히 얼굴쪽으로 열이 올라오고 배를 위시해서 하체는 냉해지게 된다.

진짜로 몸이 더워져서 열이 나오는게 아니라 일종의 허열이다.

기 순환이 안된 열이 위로 뻗치는 것일뿐 몸은 차가워져 이게 약하기에 망정이지 그 기운이 세다면

나의 몸은 다시 굳어져 풍으로 쓰러질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왔다.

우선 배에 양손을 교차하여 기를 넣었다.

차츰 배가 따듯해 지면서 어느 순간이 되자 위로 솟구치던 열기가 어깨와 등을 타고 아래로 쭉 흘러 내렸다.

오르던 취기도 같이 가라 앉았슴은 물론이다.

이러니 풍에는 술이 상극이라 하나보다.

다시 술을 마실 기회를 잡고 이번에는 탕과 일반 국물없는 안주를 시켰다.

우선 탕으로 뱃속을 따뜻하게 하면서 일반 안주를 같이 먹어 보았다.

뱃속을 덮혀 놓으니 위로 오르는 열기는 전보다 훨신 감소하였고 취기도 서서히 오르는 것이었다.

역시 뱃속의 냉기가 정체되지 않으니 기의 순환이 원활 했나보다.

집에와서 이불을 꼭 덮고 머리는 창가로 향하게 하고 잠을 청했다.

하체가 따듯하고 머리는 차가우니 진짜 거짓말처럼 술이 일찍 깨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매우 걱정했는데 예상외로 이른 아침에 거뜬히 일어날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술을 권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술이 일반적으로 얼마나 해로운가를 예기하고 싶어서다.

다행이 나는 우연히 기 수련을 하여 내 몸의 상태를 잘 알수 있으며 조절할수 있기에 기왕에 먹을거면

술이란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특히 풍이던지 암이던지 몸이 냉해서 마비가 오는 병을 가지고 계시거나 과거 병력이 있으신 분들은 진짜

술이 독약임을 깨달아 자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술을 마시는 혹자들은 이야기 한다.

"나는 전처럼 마구 마시지 않고 적당히 마신다"라고

하지만 그 적당히라는 기준이 본인의 척도에 의해서 계량 된다는 사실과

진짜 몸에 적당한 량도 없지만 그정도로 절제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부처의 반열에 올라계신 분일 것입니다.

죽으면 지수화풍으로 돌아갈 몸이지만

몸이 있어야 사람이기에, 사람 몸을 받아 태어나기도 쉽지 않기에

돌아 가시는 그날까지 몸 잘쓰셔서 건강하게 사시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마침니다.

성불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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