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서두르지 마라, 다 때가 있다

敎當 2023. 4. 2. 19:23

2023년 새해인가 싶더니 벌써 4월 하고도 2일입니다.

그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어서 잊어버리기 전에 글을 써야지 했지만 그 생각도 잠시

이내 수련에 빠져들면서 글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큰맘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지만 영 낮선것이 마치 글 처음 써 보는 듯 어색하기만합니다.

자판 위치도 잊어서 오타가.....ㅎㅎㅎ

처음 기수련을 할때는 어디까지 가야 하는줄도 모르고 그저 너무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는데요

하다보니 이 기수련이라는 것이 어디가 끝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어느날 큰스님과 독대 할 일이 있어서 이런저런 얘기 끝에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이 수련의 끝은 어디인가를요 

그때 어쩌면 내가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그렇게 얘기 했는지도 모르지만 큰스님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뼈가 깍이고 살이 베이는 듯한 아픔이 지나면 2000~3000도쯤 되는 열기가 발부터 차 올라와

온 몸을 충만하게 하고 결국은 그 열기가 백회혈로 터져 나간다.

 

이 말을 듣고 몇년이 흐른 어느날 문득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고

나는 그렇다면 굳이 단전으로 기()를 보낼 것이 아니라 직접 백회혈로 보내

백회혈을 뚫고 나가게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부터 백회혈로 기운을 보냈더니

이 백회혈로 뜨거운 기운이 나가는 것을 느끼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뜨거운 기운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어떤 압력으로 인해서 무거워지기 시작을 하더니

무겁고 작은 핼맷을 쓴 듯이 조여오기 시작을 하면서 머리도 띵하고 그전과는 다른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을 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사정이 있어서 절에 안다니던 시절이라 물어 볼 곳도 없어서 답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기를 한 일년쯤 지났을때 같이 절에 다녔던 도반으로부터 절에 가자는 연락이 와서

그 길로 평창 절에가서 큰스님을 친견했지만 기수련 잘 못하고 있다는 말만 할뿐 어디서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는

끝내 들을수 없었고 자존심이 강한 나도 더이상 묻지않고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돌아와서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당시에는 알 수 없었고 결국은 모든것을 다 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수련을 했는데 정상으로 돌아오가까지 한 3년 걸렸습니다.

그때는 상기가 된다는 말 조차도 모르던 시기였으니.....ㅎㅎㅎ

나중에 안 일이지만 기를 백회혈로 직접 올려보내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기를 순리대로 풀어 보내야했는데 기운을 역행시켜 거꾸로 보냈으니 급해도 너무 급하게 수련을 했던거죠.

동작을 취해서 수련하는 행공과 달리 처음부터 앉아서 수련을 하는 연공을 했던 나는

마음 먹은대로 기운을 보낼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손끝으로 기운을 보내려고 했지만 기운이 도통 손끝으로 나가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아예 안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미약하게 나갈뿐이라서 갈증이 났습니다.

이것도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기운이 손끝으로 안 나가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몸에 막힌 냉기로 인해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냉기가 나왔습니다.

분명 백회혈로 기운을 보냈을 때는 뜨거운 기운이 올라갔기 때문에 손끝으로도 열기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열기는 커녕 길 가다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 악수라도 할라치면 너무 강력한 냉기에 손 내밀기 미안 할 

정도의 강력한 냉기가 나와서 또 뭔가 잘못된 수련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겁이 덜컥 났죠...ㅎㅎㅎ

사실 백회혈이 막혀서 기를 보냈는데 냉기가 나온다면 나는 이세상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살아있는한 손과 발은 냉기로 기운이 막혀도 백회혈은 막혀 있으면 안되는 것이죠. 

그러니 기를 운용하면 손과 발로 지독한 냉기가 빠져 나갔던 것인데 나는 뜨거운 기운 타령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 절에 다니던 몇년을 빼고는 오롯이 혼자 수련을 했습니다.

그러니 이런 것들을 물어 볼 곳도 없어서 혼자 생각하고 고민하다 보니 어느날 문득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처음 겪는 것인만큼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그만큼 고민도 많고 혼자 선택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것이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문제가 있는 것인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이 기수련을 해 보니 수련하다 잘 못하면 잘 못 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납니다. 

남의말 듣고 수련하다가 잘 못 되어도 그 사람이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욕심을 부리면 안되고 정법으로 수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결괴에 대한 것은 오롯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고요,

 

그 많던 냉기가 빠질만큼 빠졌는지 어느날부터인가 뜨거운 기운이 손 끝으로 발 끝으로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발목에 걸려있던 지독한 냉기(이 냉기로 인한 통증으로  30분 자다 깨고 한시간 자다 깨고 했죠)도 조금씩 풀어지고

그러면서 또 다른 통증이나 병증과 마주하게 되면서 풍(風)으로 인해 죽을뻔 했던 꽉 막힌 냉기를 뚫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사실 이 냉기라는 말은 참 많이 들어봤는데 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실감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냉기이라는 것은 차가운 기운이라는 것은 맞지만 온도하고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찜질방 불가마(코로나 때문에 못 갔는데 가고싶네요...ㅎㅎㅎ)에 들어가면 이미 사람의 체온을 한참 넘어선 온도입니다.

그 불가마 안에 들어가 있어도 들고 나는 사람들의 냉기와 열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미 사람의 체온을 한참 넘어선 온도에서 열기와 냉기라니.....ㅎㅎㅎ

 

지금 살고 있는 이집은 냉기가 엄청 강한 곳입니다.

수련을 위해서 그런 상황을 알고 들어왔지만 이정도 일줄은 몰랐습니다.

요즘 날씨가 20도를 훌쩍 넘어서 한 낯에는 25~27도까지 넘실대는 상황인데요

밖에 돌아다닐때는 바람막이를 걸쳐도 덥게 느껴지는데 집에 오면 아직 낮에도 겨울 파카를 입고 있습니다.

냉기에 몸이 시려서 한기로 인해 아직 파카를 못 집어 넣었습니다....ㅠ

금(金)의 기운이 강한 이집은 특히 밤이되면 더 냉기가 심해지는데 침대에 온수매트를 깔고

두꺼운 이불을 덮어도 한기에 얼굴 이외에는 손을 밖으로 내놓고 잔 적이 없습니다.

그 한기에  처음 이사를 왔을때는 30분 자다 깨고 한시간 자다 깨기를 반복했는데요

깊은 잠을 못 자니 컨디션이 좋을리 없죠...ㅎㅎㅎ

그러다 어떤 날은 아예 각성이되어 도저히 잠을 이어 잘 수 없는 경우도 허다 했는데요

그럴때면 아예 거실로 나가 수련을 새벽 4시(어떨때는 아침까지) 넘어서까지 수련을 합니다.

내 생각으로는 3~4시 정도 되면 한기가 조금 수그러드는것 같습니다. 

 

이런 안좋은 환경속에서 수련을 하다보니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진짜 많이 공력이 증장되기는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미련한 짓입니다.

욕심이 화를 부른다고 하는데 딱 맞습니다.

그래서 작년 여름에는 많은 고비도 있었는데요, 슬기롭게 잘 이겨냈습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되어야 하는것인데 미련한 욕심을 부린 탓이죠.

 

서두르지 마라, 때가 되어야 곡식도 익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그동안 깨달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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