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풍선과 치약

敎當 2022. 12. 19. 16:30

처음 얼떨결에 친구따라 절에 갔다가 불교에 입문을 하고 기수련을 시작한지도 벌써 16년이 흘렀습니다.

그때 인연지어진 것은 때() 가 문제일뿐이지 언젠가는 이어지게 된다고 믿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절에 가서 큰스님에게 기수련에 관한 사사를 받기 바로 전에 다른 인연이 있었는데 이어지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평창 스님에게 인연지어지면서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말이죠.

히말라야산이나 백두산에 있다고 생각을 하고 맑은 공기를 쭉 들여마시고 몸 속에 있는 탁한 기운을

풍선을 불듯이 훅~ 뱉으라는 스님의 일성에 시작된 기수련이었는데요

처음 풍선을 불듯이 호흡을 하다보면 몸 속 사이사이로 맑은 기운이 불어 넣어지면서 

진짜 백두산이나 히말라야산 같은 깊은 산속에 와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호흡이 나중에는 몸속 냉기를 녹이면서 마치 얼음이 녹아 내리듯이 냉기가 녹아서 흘러내렸고

그 냉기가 흘러가는 자리마다 시린느낌이 들었는데요

지금은 바람이 아니라 마치 치약을 짜듯이 냉기가 움직이네요

등에서 눌러주면 발가락 끝까지 치약이 쭉 짜지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한 2년 동안은 진짜 극심한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갑자기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느낌의 통증과 더불어 전기로 지지는 듯한 느낌의 통증 등

이런 통증으로 인해서 갑자기 길을 걷다가 무릎이 푹 꺽이기도 해서 당황스런 적도 많이 있었습니다.

통증이 오는 곳도 제각각 달라서 어느날은 등에 어느날은 무릎에 어느날은 발목에...이처럼

종잡을 수 없게 통증이 이어져오니 삶의 질도 조금 떨어진 듯한 느낌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통증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따지고보면 어느곳에 통증이 오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통증은 왔다가 이내 사라져갔지만 이 발목의 통증은 참 오래갔습니다.

특히 발목에서 발등과 새끼발가락쪽 그리고 엄지 발가락쪽으로 이어지는 통증은 특히 심했는데요

'모든 것은 다 지나가리라'고 한 말처럼 결국은 그 통증도 요즈음 옅어져 갔습니다.

 

수련을 하다보면 참 다양한 병증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갑니다.

내 생각에는 결국 이렇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병증은 결국은 내가 치료 가능한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내가 극복 해 낸 병증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날씨가 극심한 한파로 난리입니다.

예전에는 날씨가 추운날을 일부러 골라서 산행을 했습니다.

그 중에는 영하 17도의 날씨에도 산행을 했었는데요 천천히 걸었지만 어찌나 땀이 많이나던지

모자 차양으로 흘러내린 땀이 외부 영하의 날씨로 인해 얼어서 고드름이 생긴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영하 17도도 아닌데 땀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속의 냉기가 다 빠졌나보다 생각했는데요....웬걸요, 아직 멀었습니다...ㅎㅎㅎ

아직도 집안에서 하는 기수련에도 발과 팔로 엄청난 냉기가 빠지고 있으니까요.

 

몸속 냉기가 많았을때는 잘 몰랐는데 몸의 냉기가 빠지면서 감각이 살아나니까 그런지몰라도

생전 아픈적 없던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장도 꼬이는 듯한 느낌도 있고 항상 무릎 아래로만 불편한 느낌이었느데

이제는 허벅지에도 불편한 감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산행을 하면 아무리 추운 날씨라고 해도 발이 데일것처럼 뜨거운 기운으로 인해 문제가 없었는데

엊그제 산행에서는 잠시이긴 했지만 발이 시러운 정도의 감각도 있었습니다.

요즈음은 치약을 넘어 발을 디디면 냉기를 밟는듯이 바닥에 닿은 발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냉기가 짜지는 듯 합니다.

(사실 이것이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처음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어찌되었건 지금은 냉기가 발가락끝 손가락끝으로 몰리면서 손가락과 발가락에 통증이 심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손이 퉁퉁부어오르면서 관절에 극심한 통증이 오기도 했는데 다행히 몇 일만에 풀렸습니다.

이렇게 본의 아니게 훈련을 하다보니 이제는 어지간한 통증에는 마음도 두지 않습니다.

변화가 심한만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산행도 합니다.

엊그제 눈이 많이 오는 관계로 마음이 설레어서 산행을 나섰습니다.

휴일인데도 많은 눈으로 인해 사람 인적도 드문 호젓한 산길을 천천히 호흡하면서 호사를 누리다 왔습니다.

 

산수화 열매가 눈내린 산공기를 덟혀주는 듯이 흐드러지게 열렸습니다.

이른 봄에는 노란꽃으로 봄소식을 전하고 겨울에는 이처럼 붉은 열매로 마음을 녹여줍니다. 

 

겨울이면 겨울이라서 좋고

봄이면 봄이라서 좋은듯 합니다.

세상 모든일이 좋아보이는 이유일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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