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양평군 단월면 수리선원

敎當 2020. 9. 28. 18:54

벌써 일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경복궁역 근처의 자미두수를 하는 연정회 회원의 사무실에서였다.

사실 인터넷으로 인연이되어 여러해를 만났지만 생각해보면 채선생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연배는 나보다 10살 이상 연장자지만 그냥 도반으로서 좋아서 만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이분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가족관계라던지...하는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직도 기수련을 하신다는 것과 도인을 꿈꾸는것쯤만 알 뿐이다.

그러다 경복궁역에서 만남을 계기로 이분이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책 단(丹)의 주인공인

권태훈(權泰勳) 선생님과 활발한 교류가 있었다는 것과 한국단학회 모임인 연정회와 관련이 있다는것

대강 이런정도의 정보를 직접 듣거나 눈치와 느낌으로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이런저런 이유로 못 만났는데 채선생님으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왔다.

양평의 <수리선원>에 있는데 한번 들르라는 것이었다.

 

양평의 수리선원은 용문산 용문사 인근에 있는 상원사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는데

수리선원을 맡은 스님이 결사의 각오로 용맹정진하고자 수리봉 토굴에서 수행정진을 하게되면서

기존 선원에서 수련하던 분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고 현재는 채선생님과 우선생님

그리고 그날은 하산해서 못만난 다른 한분이 생활하면서 수련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마침 명현현상(瞑眩現象)으로 인해 몸도 아프고 시간도 있어서 별 망설임 없이 동의를 했다.

성남에서 용문까지 가는 길만 하더라도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왕십리에서 경의중앙선으로 갈아타고 가는데 마지막역인 지평역 바로 전 정거장인 까닭에 멀기도 했지만

용문에서 수리선원까지 가는 차편이 띄엄띄엄 있는 이유로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터넷 정보로는 용문에서 2-2, 2-3, 2-5, 2-11 등 수리선원행 버스가 많이 간다는 것이었다.

용문에서 버스가 11시인가 12시인가 있다고 하길래 아침 7시 30분경 성남에서 전철을 탔다.

드디어 왕십리역에 도착을 했는데 경의중앙선이 바로 오는 것이 아닌가...열심히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런데 이 열차는 <덕소역>까지만 가는 것이었다.

경의중앙선은 종점역인 <지평역> <용문역> <덕소역>까지 가는 3가지 노선이 있었는데 이걸 몰랐던 것이다.

기다리다 보니 어느덧 용문역까지 가는 열차가 도착을 했다.

 

용문역에 도착을 하니 오전 11시가 조금 안되는 시각이었는데 예전생각에 감회가 새롭다.

예전 고1때 친구들과 용문산에 가서 천년은행나무도 보고 텐트도 치고 야영을 했었는데

그 시간이 벌써 40 여년이 훌쩍 지나있었다...그러니 40 여년만에 용문은 처음이다.  

내가 듣기로는 11시에 차가 있다는 것으로 들었는데 시간표를 보고는 아연실색하지 않을수 없었다.

<용문축협정류장>에 붙어있는 버스시간표다.

용문역에서 채선생님이 말한 <용문축협정류장>으로 발걸음을 부지런지 옮겼다.

그런데 <양평-석산리> 시간표를 보니 아침 9시5분차는 이미 떠났고 다음차가 오후 2시 15분에 있었다.

분명 11시가 어쩌고 12시가 어쩌고 했는데 초행길인 나에게 와 닿는 말이 아니라서 가면 알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류장에는 노인 몇분이 앉아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석산리 가는 노선을 다 모른다고 한다.

일단 채선생님에게 용문역 도착 사실을 알리고 주변을 도보로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기에 앞서 버스운행 정보를 확인하려면 <경기버스정보앱> 또는 <카카오버스앱>를 설치하라는 문구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카오버스앱을 설치를 했다.

마음만 급해서인지 앱을 설치했지만 어떻게 활용을 해야하는지 몰라 잠시 접고 시내구경을 했다.

사실 시내라고해야 손바닥만한 곳이라 두바퀴를 돌았는데도 시간은 거의 제자리 걸음이다...ㅎㅎㅎ

 

수리선원에 도착하면 점심때도 훨씬 지났을 것이라서 중국집에 들러 쟁반짜장 하나를 시켰다.

짜장이 나오는 시간에 카카오버스 앱을 다시 실행해보기로 하고 이리저리 눌러보니 앱이 실행이되었다.

헉!....버스정류장 시간표에는 없던 노선 하나가 떴는데 12시에 용문축협정류장을 지나간다는 것이다.

시간을 보니 12시 20분전이었는데 단무지는 나와있는데 짜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집에 들어설때는 시간이 남아돌았는데 이제는 갑자기 시간이 촉박하다...ㅎㅎㅎ

카카오버스앱 덕분에 2시까지 기다리지 않고 12시에 차를 타면서 1시쯤에 돌고개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돌고개에서 내려 저기 보이는 소향산장쪽으로 들어서야 한다.

한적한 시골풍경인 이곳 돌고개에서 내려 <소향산장>이라 쓴 팻말쪽으로 들어서서

산길을 따라 좀 올라가야 수리선원이 있다.

초입에 보이는 산은 야트막했지만 암반으로 이뤄져있어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겨진다.

하지만 초입의 절벽은 거기까지였고 이내 평이한 산이 동네 야산을 연상시켰다.

물론 이것도 편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소향산장을 따라 산길을 가다보니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곳을 발견하게 되었다.

거기가 <황토 참 숯가마> 였다.

잘 운영이 되는 곳인지 많은 차들과 황토색 옷을 입은 숯가마손님이 눈에 들어왔다.

 

산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보니 <소리산 등산안내도>가 보였다.

산은 높지 않아서 남한산성 높이정도였는데 계곡이 <소금강>이라 한다니 기대가 되었다.

이곳은 소리산을 오르는 3코스의 길이었다.

 

소리산 정상까지는 1.6km

소리산 소금강은 소리산 정상을 지나 반대편으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수리선원은 지금 여기에서 한 1km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길은 임도(林道)가 소리산 정산 턱 밑에까지 나있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서

차나 도보로도 이동하기 수월한 곳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에서 소리산을 가는 사람은 임도를 따라 차를 이용해서 올라가 정차를 한 후

도토리를 줍거나 버섯을 따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을 했고

등산을 하려는 사람들은 주로 반대편 소금강쪽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많았다.

 

가을이 왔다고해도 아직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인데 도랑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시원하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이 <소리산>이다.

보기에는 평범한 동네 야산처럼 보이는 곳에 선원이라니.....하는 편견도 생길법 하다.

그냥 보기에는 남한산성보다 한없이 평이한 산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보는 풍경이 그렇다는 것이고 반대편은 낭떠러지 절벽으로 구성되어 있어

절벽에서 떨어져 사람도 죽은적이 있는 그야말로 다가서면 오금이 저린 곳이다....ㅎㅎㅎ

그러니 보여지는 것만이 다(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수리선원 정경이다.

1층은 남녀 요사채로 이뤄져 있고 오른쪽에 별채가 있다.

2층은 정면 우측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가보니 좌측 끝에 부처님이 모셔져있고 텅~빈

그래서 단체로 앉아서 참선이나 수련하기 좋은 구조로 되어있었다.

 

어느절에서 해체 해 온 기둥이며 서까래 등이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자급자족 하다보니 텃밭을 일구고 있었는데 고구마가 한창 자라고 있었다.
배추도 잘 자라고 있었는데 그렇게 길었던 장마가 무색하게 메마른 날씨로 가물어 아침 일찍 일어나 물을 뿌려주었다.
깨와 가지 파 등 건강한 먹거리가 가을 햇살을 받아 잘 자라고 있다.
단체로 수련을 하는 선원이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수많은 항아리가 줄을 맞춰 가을 햇살을 즐기고 있다.

 

채선생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잠시

내가 배낭을 내려놓기가 바쁘게 산행을 하자고 조르신다...ㅎㅎㅎ

담소도 나누고 도토리도 줍고 하면서 산을 오르다 보니 자주 산에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일대의 산이 이 수리선원 소유라고 한다.

주인의식이 있어서인지 누군가 버리고간 쓰레기를 줍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으신다.

 

저 멀리 소리선원이 보인다
산에 오르다 만난 이름모르는 꽃인데 꿀을 따는 것인지 휴식을 취하는 것인지.....

 

꽃이 있는 곳에는 어디나 꽃을 즐기는 생명채가 있다...ㅎㅎㅎ 작은 꽃이지만 모여서 피다보니 화려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곳이 바람이 나온다는 <바람굴>인데 설명과는 달리 아무런 바람이 나오지 않아서 실망을 했다.

 

바로 이 바위가 끝나는 곳은 낭떠러지였다.
아직 단풍은 시기상조이지만 저 멀리 보이는 논의 벼는 누렇게 익어가고 있어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곳 지명이 석산리였고 돌고개라고 하던데 괜한 지명이 아니었다.

처음 오르는 길은 너무 평이했지만 이처럼 곳곳에 숨은 바위들이 널부러져 있는 곳이었다.

잠시 채선생님과 함께 낙엽위에 앉아 기운을 돌리고 하산을 했다.

낙엽 때문인지 기운을 돌리다 보니 엉덩이 부분이 뜨근뜨끈 하게 열감이 올라온다.

 

저녁 6시가 되니 저녁을 먹자고 하신다.

저녁을 먹고나니 채선생님 친구분인 우선생님은 7시쯤 벌써 주무시러 가시고

채선생님도 8시가되자 잠자러 가자고 하신다....헉!....난 12시나 2시 사이에 자는데 취침하기에는 내게 너무 이른시간이다.

그래도 이곳 법을 따라야하겠기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자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누군가와 함께 자는 것이다.

몸이 안좋은 사람과의 동침은 기운으로 인해 내 건강까지 위협받아서 여간 걱정스런 부분이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기운이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조심스러웠다.

사실 방이 없는 것도 아닌데 혼자 잘 수 있는 방을 준다는 말과는 달리 채선생님 방에서 함께 자게 되었다.

채선생님은 앉아서 기운을 돌리고 계셨는데 난 아침 일직 일어나 장거리를 온만큼 여독이 밀려와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한 2시간쯤 잤을까 문득 잠에서 깨었는데 엉덩이부분이 아프면서(현재 좌골신경통이 풀리는 중이다) 잠이오지 않는다.

앉아서 1시간 30분 정도 수련을 하다보니 잠이오는듯 해서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원래있던 좌골신경통 관련 자리외에 또다른 곳이 부풀어오르면서 긁다가 이내 잠에서 깨었다.

다시 앉아서 1시간 이상 기를 운용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몸은 누워있었지만 가려움과 통증으로 인해

밤새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면서 반은 자고 반은 깨어있었던 밤이되었다.

 

아침 6시가되자 채선생님이 일어나라고 깨우신다.

저녁 8시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6시에 일어나라고 했으니 시간상으로만 따지면 수면시간이 10시간이나 되었다...크흑!

아침을 비몽사몽간에 먹는둥마는둥 해결하고 씻고 나오자 채선생님은 벌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시면서

산으로 오던지 쉬던지 하라고 하시고는 배낭을 메고 후다닥 산으로 출발을 하신다.

우선생님은 벌써 배추에 물을주고 계셨다.

오늘은 사실 2층 법당에 올라가서 하루종일 기수련을 하던지

소리산 등산을 하고 적당한 자리를 골라 기수련을 하려고 했는데 갈길을 잃은 어린 양이 되어버렸다...ㅎㅎㅎ

난 소리선원의 아침을 그렇게 정신없이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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