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찜통 더위

敎當 2018. 7. 30. 14:49

일주일의 즐거움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등산을 하는 일일 것이다.

전에는 이렇게 좋은 것을 누가 권하기라도 하면 다시 내려올 것을 뭐하러 올라가느냐며 핀잔을 줬다.

하지만 지금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거르지 않고 등산을 한다.

연일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요즘 등산은 사실 극기훈련과 다름 없을 정도로 힘들다.

어지간하면 힘들다 안 하는 성격인데 이번 여름은 진짜 너무 더웠다.

일사병으로 몇 명이 등산 도중 죽었다는 소식은 나름 더 철저한 준비를 하게 한다. 

그래서 이번 토요산행에도 신경써서 많은 준비를 했다.

 

1리터짜리 텀블러에 얼음물을 채우고 보온병에 얼음을 넣고

미리 1리터짜리 플라스틱 병에 얼려놓은 물을 담아야 하는데...아뿔사!...냉동고를 열어보니 없었다.

그래서 마천동에서 올라오면서 부족하면 얼음물이나 음료수를 더 사기로 하고 일단 길을 나섰다.

아침 11시쯤 출발을 했는데 반바지에 긴팔 등산복을 입고 서둘러 나섰다.

예전에 여름에는 반팔을 입고 등산을 했는데 피부보호(?)를 위해 조금 더워도 긴팔을 입는다.

사실 긴팔이나 반팔이나 덥기는 매한가지다...ㅎㅎㅎ

 

여느때처럼 남문을 지나 수어장대 암문으로 빠져 마천동길을 향해 걸었다.

내려가다 보면 좌측으로 빠지면 위례신도시로 가고 우측으로 가면 남한강약수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남한강 약수터쪽으로 가다보니 저 아래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오던 등산객이 길가에 서서 숨을 고른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는데 몹시 지친듯 보였다.

눈이 마주친 이분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물 한모금을 청했다.  

사실 이분은 약수터를 지나쳤는데 그때 물 보충을 하지 못하고 길도 잘못 들어서 당황했나 보다.

물 한모금 건네며 길을 잘 못 들었음을 알려주었는데 오던 길로 되돌아 가야 할 판이었다.

위로 계속 올라갔다면 약수터도 없고 남한산성 꼭대기까지 올라갔어야 했는데 날 만나서 다행이다....ㅎ

 

어찌어찌 해서 마천동까지 내려갔는데 날씨가 보통이 아니다.

반바지는 땀으로 다 젖었고 상의와 배낭도 이미 땀으로 다 젖어버렸다. 

마천동에서 다시 남한산성을 올라가려니 아득하다....ㅠ

우리나라 사람들 커피 좋아하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 사서 텀블러에 보충을 하고 다시 산을 올랐다.

날이 더우니 등산하는 사람도 없는데 오늘따라 바람 한점도 없다. 

흠뻑 젖어 땀으로 목욕을 하니 모자도 썬그라스도 나를 보호하는 물건이 아니라 이미 짐이 되어있었다.

언젠가는 정상에 오르겠지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옯기다 보니 진짜 정상에 올랐다.

수어장대 아래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는데 눕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ㅎㅎㅎ

그래도 눕지않고 반가부좌를 하고 앉았는데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수반하는 쥐가 났다.

 

쥐가 얼마나 쎄게 나는지 엄지 발가락은 활처럼 휘고 종아리에는 얼음창을 넣어 놓은듯 했다.

다만 예전처럼 긴 얼음창이 아니라 짧은 창이 여러조각 박혀 있는듯이 아프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더니 잠시 쉬다보니 어느덧 통증도 사라지고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집에서 나올때 2리터 물병 5개를 가지고 왔는데 병마다 약수물을 채곡채곡 담았다.

여기에 1리터짜리 텀블러에도 물을 담고 보온병에도 물을 담았다.

이 배낭은 인터넷으로 샀는데 용량이 40리터를 넘는다.

우리나라 채형에 안 맞는건지 무게중심이 안 맞아서 무거운 것을 짊어지면 아프고 힘이들었다.

날은 무덥고 담아온 약수물만 하더라도 12리터는 넘는데 배낭무게와 쇠로된 텀블러와 보온병이라니...ㅎ

 

복숭아 알레르기 있는 사람도 있다던데 나는 알레르기가 없었다.

그런데 몸에 변화가 있더니 올 해에는 심하지는 않지만 복숭아를 만지면 피부가 약간 가려운 증상이 생겼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과수원을 하시는 분이 복숭아를 직거래 하고 있었다.

알도 굵고 향도 좋고 발그레한 복숭아 모양도 좋아서 나도 모르게 구입을 했다.

가뜩이나 무거운 배낭에 복숭아 한박스를 2개의 비닐에 나눠담아 양손으로 들고오려니 지옥이 따로 없다.  

중간에 쉬었다가 가고 싶은데 이놈의 성격이 그러질 못한다.

그 무게를 인내하면서 한 40분을 걸어서 집에 도착했는데 지옥을 걸머지고 오다가 극락을 맞이한 기분이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는 지옥이었는데 똑같은 그것이 극락으로 바뀌었다.

지옥과 극락이 따로 없다더니....과연 둘이 아니었다.

 

등이 막힌 기운은 다리와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무관하지 않다.

요즘은 하체에 막힌 기운이 뚫리면서 허벅지도 그렇고 종아리가 천근만근 무겁다. 

골반과 허리 등 안 아픈 곳이 없어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노인네도 아닌데 노인네처럼 앓는 소리라니....이런적이 없었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우습다.

일요일은 집에서 편히 쉬려고했는데 이날도 너무 다웠다.

오후에 또 주섬주섬 등산복을 입고있는 나를 보니 어쩔 수 없는 자연인이 되어가나 보다...ㅎ 

그래도 일요일 오후에는 태풍 종달이의 영향인지 산에가니 바람이 제법 불었다.

3시간의 짧은 산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8시가 되었다.

집은 역시 덥지만 그래도 바람이 조금은 있어 토요일 보다는 견딜만 했다.

일본은 태풍에 난리라는데 바람을 기다리는 우리나라라니.....^^

이래서 영원히 좋은 것도 없고 영원히 나쁜 것도 없다는 것을 실감하는 날이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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