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사는이야기

첫눈

敎當 2017. 11. 21. 16:32

수련을 핑게로 집에 틀어박혀 있던 시간이 벌써 5일이 지났다.

그 5일 동안 마트를 가는 20분 정도의 시간을 빼고는 하루종일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수련한다는 나를 보고 가끔 묻는다.

가부좌를 하고 몇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생각없이 그냥 앉아 있는건데...ㅎㅎㅎ

때로는 TV를 켜고 앉아서 보기도 하고 끄고 앉아 있기도 한다......내 마음대로다...ㅋ

수행을 한다고 하니 무슨 대단한 것이라도 한다고 생각했다가 이런 답에 적잖이 실망을 한다.

그게 뭐야..................그런 것이 수행이라면 나도 하겠다!

맞습니다...수행이 무슨 거창한 것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가부좌를 하고 몇시간씩 앉아있고(TV를 보던지 안 보던지는  상관없이) 하는 것은 수련의 한 방법일 뿐입니다.

일을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영화를 보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수행입니다.

수행 참 쉽습니다.....^^

수행에 있어서 정신적인면도 중요하지만 육체적인면도 중요합니다.

정신을 담는 그릇이 육체니까요.....ㅎㅎㅎ

그래서 가끔 산행을 해서 육제도 단련을 시켜주는 것입니다.

몇일을 집에만 있다가 첫눈이 왔는지를 뉴스를 보고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후에 또 눈이올지 모른다는 뉴스를 보고 부지런히 베낭을 메고 산을 행했습니다.

월요일이라 인적이 드문 산길에 진짜 눈발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두번째 내리는 눈일지라도 나에게는 첫눈입니다...^^


붉게물든 단풍이 산을 수 놓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눈이라니.....

그 곱던 단풍이 떠난 허전한자리를 이토록 붉게 익은 산수유열매가 가득 채워 놓습니다.

가는 것은 가고 또 새로운 것이 그 자리를 채워줍니다.

그러니 떠난다고 슬퍼할 일도 아쉬워할 일도 아닌 것이 사람사는 모습이나 자연이나 똑 같습니다.

때가 되면 또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겠죠~*

눈이 오는 계절이 되었는데 철모르는 개나리는 이처럼 아련히 피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온난화가 진행이 된다고 하더니 이젠 이런 일이 더이상 화제가 되지 않습니다.

해마다 이녀석이 피고 있으니까요.....ㅎㅎㅎ


오랜만에 걷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산행을 하니 이보다 좋은 일이 없습니다.

돈이 많다고 행복하고 명예가 높다고 행복할까요?

건강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이처럼 산에도 올라 맑은 공기 마시는 이 삶이야 말로 행복한 삶입니다.

조금 덜 벌더라도 두끼 밥 먹으며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합니다.

지금도 자주 전화로 이제 일해서 돈 벌어야 하지 않겠냐고 묻습니다.

하루 두끼 먹는밥에 깨끗히 빨아 입을 수 있는 옷 몇가지만 있느면 되는삶이라 

일 하고 싶으면 일하고 하기 싫으면(하기 싫은것 보다는 내 공부를 위해...ㅎㅎㅎ) 쉬면서 사는삶

수행한다고 눈 뜨고 있는 시간은 하루종일 가부좌하고 앉아있는삶 

안빈낙도(安貧樂道) 하는 삶이라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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