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성철스님

성전암 시절

敎當 2017. 4. 4. 13:51

성전암 시절에 남긴, 수도자에게 주는 글 '성팔이 노트'

 

그 성전암 시절에 불필스님과 그 도반들에게 공부 잘하라고 손수 지어 준 글이 있습니다.

이른 바 '성팔이 노트'라고 합니다.

그 노트 첫머리에 성팔이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성팔이 노트라 한 것입니다.

성팔이 노트는 윤회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성철스님은 평생 윤회에 대해서 많은 법문을 하였을 뿐더러

서구의 과학적 이론이나 실험 사례를 빌어서 윤회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려고 힘썼습니다.

한편, 스님의 법어집인 자기를 바로 봅시다에 나오는 '수도자에게 주는 글'도 바로 그 노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좋고 영광스러운 것은 늘 남에게 미루고

나쁘고 욕되는 일은 남 모르게 내가 둘러쓰는 것이 수도하는 사람의 행동이다.

육조 스님이 늘 말씀 하시기를

자기의 허물만 보고 남의 시비 선악은 보지 못한다 하셨다.

이 말씀이야말로 공부하는 사람의 눈이다.

내 옳다는 생각이 추호라도 있을 적에는 내 허물이 태산 보다 더 크다.

나의 옳음을 찾아볼래야 볼 수 없는 사람이라야 조금 철이 난 사람이다.

그렇게 되 면 무슨 일에서든지 내 허물만 보이고 남의 허물은 볼래야 볼 수 없는 것이다.

세상 모두가 내 옳고 네 그른 싸움이니 내 그르고 네 옳은 줄만 알면 싸움이 영원히 그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깊이 깨달아 내 옳고 네 그름을 버리고 늘 나의 허물, 나의 잘못만 보아야 한다.

법연 선사가 말씀하셨다.

'이십 년 동안 죽을힘을 다해서 공부하니 이제 겨우 내 부끄러운 줄 알겠다.'

내 잘났다고 천지를 모르고 깨춤을 추는 어리석음에서 조금 정신을 차린 말씀이다.

 

이렇듯 그 내용은 수행인으로서 지녀야 할 하심下心과 도를 이루기 위한 노력과 그 실천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남 모르게 남을 도우라 가르침과 실천에서 철저했던 '그 스님에 그 신도'

 

스님은 성전암에 있는 동안에 결제와 해제 앞뒤로

일 년에 네 번은 문을 열어 신도들을 위하여 기도 법회를 열고는 하였습니다.

어느 때에 파계사 큰절 법당이 비가 새어서 주지 스님이 걱정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스님은 기도 법회에 온 아는 보살님에게 일렀습니다.

 

큰절 법당이 비가 샌다고 하니 보살이 불사를 하지.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절대 큰절 주지 스님에게는 누가 불사를 하는지 모르게 해야 돼.

시자가 심부름을 해 줄 터이니 보살이 돈 들고 직접 나서지는 말어.

 

그렇게 해서 그 보살은 남 모르게 큰법당 불사를 하였습니다.

그 뒤에 성전암에 기도하러 오는 길에 불사가 잘 되었나 하는 마음에서 큰절에 들렀습니다.

보살은 새로 고친 법당에 올라 108참회의 절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참 절을 하고 있는데 웬 스님이 들어오더니만,

웬 보살이 스님 허락도 없이 큰법당에 들어와 멋대로 절을 하느냐고 큰소리로 호령하며 꾸짖더니

그만 보살 을 내쫓고 말았습니다.

그 보살은 그 길로 성전암에 올라와서 성철스님에게 말했습니다.

 

큰스님, 정말 오늘 제 마음이 한량없이 기쁘고 깨끗합니다.

큰절 법당에서 허락 없이 절한다고 쫓겨났습니다.

그 스님이 제가 불사 시주를 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잘 대접한다고 얼마나 법석을 떨었겠습니까?

오늘 대접받고 올라오는 것보다 박대 받고 올라오는 이 걸음이 얼마나 가볍고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참 불사지."

성철스님의 한마디였습니다.

참으로 '그 스님에 그 신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1967년 해인 총림의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설하다

 

1965, 성철스님은 마침내 굳게 닫은 성전암 문을 열고 나옵니다.

그 길로 김용사에서 대중들 을 모아 놓고 스님의 사상을 거침없이 토해 내기 시작하니

그것이 대중 앞에서 한 최초의 법문이었습니다.

십 년 동안 걸어 잠근 문을 열자 자운스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운스님은 성철스님을 설득하여 해인사의 백련암으로 모셔갔습니다.

봉암사에서의 결사 의지를 되살리며 자운 스님은 청담스님과 함께 해인사를 총림으로 키우는 데에 뜻을 모았고,

성철스님은 그 뜻을 받아들여 1967년에 해인총림의 초대방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그 해 겨울,

성철스님은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법석을 열어,

사부대중을 위하여 하루 두 시간씩 일백일 동안 법문을 하니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백일법문'입니다.

'백일법문'을 통하여 스님은 흐트러진 불교 교리를 정리하여 집대성하고

조계종의 법맥을 바로 잡고 나아가 선종의 핵심 사상 에 대해서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었습니다.

, 불교의 근본 진리가 선과 교를 통해서 중도(中道)에 있음을 밝히고

선종의 정통한 종지는 돈오돈수(頓悟頓修)에 있음을 천명하는 한편,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는 원자물리학이나 양자 역학에서 또한 입증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전 > 성철스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눈  (0) 2017.04.10
불교의 근본 진리가 중도에  (0) 2017.04.05
봉암사 결사  (0) 2017.03.31
출가 삼 년  (0) 2017.03.30
삶의근원  (0) 2017.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