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성철스님

출가 삼 년

敎當 2017. 3. 30. 11:09

출가 삼 년만에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마침내 견성을 이루어 깨달음을 얻다

 

그 뒤 동화사 금당선원에 이르러 걸망을 풀고 하안거에 들어가 있던 중이었습니다.

대원사 시절부터 계속해서 지녀 온 무(無)자 화두를 들고 선정을 닦던 스님은

삼매중에 문득 견성(見性)을 이루어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 동안, 참선 정진하는 틈틈이 여러 조사어록을 섭렵하면서도,

오매일여(寤寐一如)로 잠시도 화두를 놓지 않던 스님은 마침내 칠통 같은 어둠을 깨뜨리고

자신의 마음속에서 자기의 본래 성품을 본 것입니다.

1940년 여름, 스님 나이 스물아홉일 때입니다.

스물 여섯 살에 출가하여 불과 삼년만에 깨달음을 얻어 눈부신 법열의 세계로 들어간 스님은 이렇게 오 도송을 읊습니다.

 

황하수 서쪽으로 거슬러 흘러

곤륜산 정상에 치솟아 올랐으니(黃河西流崑崙頂)

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져 내리도다.(日月無光大地沈)

문득 한 번 웃고 머리를 돌려 서니(遽然一笑回首立)

청산은 예로대 흰구름 속에 섰네.(靑山依舊白雲中)

 

부처님 법이 그릇 되이 전해진 모습들을 마주치다

 

성철스님은 깨달음을 얻은 뒤에 당신의 경지를 점검하기 위하여 운수납자의 여정에 오릅니다.

처음 발길이 가 닿은 곳은 송광사였습니다.

그 곳에서 하안거를 보내며 보조스님의 저서를 독파 한 스님은

그러나 <먼저 깨달은 뒤에 닦는다>고 한 보조스님의 '돈오점수' 사상에 대하여 아쉬움을 느낍니다.

깨달음이 이루어지면 닦음도 단박에 이루어지는 '돈오돈수'가 참으로 견성의 경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뒤로 성철스님은 금강산 마하연사, 수덕사 정혜사, 은해사 운부암, 도리사, 복천암 등지로 계속 발길을 옮기면서

당대의 선지식들을 만나는 한편 한결같은 자세로 정진을 이어갔습니다.

평생의 도반이 된 자운스님, 청담스님들을 처음 만난 것도 이 무렵이었습니다.

 

나라 안 곳곳의 선원과 암자를 다니는 동안 성철스님은

깨달음에 대한 인가(印可)가 참으로 가볍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 무렵 수행자들은 철저한 깨달음의 경지도 없이 만행이나 기행을 흉내내기가 일쑤였습니다.

선지식들에 대해서도 거듭 실망한 끝에,

결국 성철스님은 당신의 깨달음에 대하여 누구에게서도 인가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눕지 않고 자지 않는 장좌불와 수행을 팔 년 동안 행하다

 

그러는 사이에 성철스님은 그 수행의 예봉과 다문박식으로 제방선원에서 명성이 자자해졌습니다.

특히나 지금도 널리 이야기되고 있는 그 유명한 '장좌불와(長坐不臥)' 수행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눕지도, 자지도 않는 장좌불와 정진은 동화사 금당에서 견성한 뒤로 여덟 해 동안 줄곧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그 여덟 해 동안에 밤중에도 잠은커녕 졸음으로 고개 한 번 떨구어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어느 때인가 도봉산 망월사에서 하룻밤을 지낼 때입니다.

 

그 날 밤도 여느 때처럼 장좌불와로 밤을 지새는데,

마침 망월사에 머물고 있던 춘성 노스님이

"저 철 수좌가 정말 소문대로 눕지도 않고 졸지도 않으면서 좌복 위에 꼿꼿이 앉아 지새는가?" 하여

문에 구멍을 뚫고 날이 새도록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과연 소문대로 좌복 위에서 꼼짝도 않고 정진하는 모습을 보고는 크게 감탄하여,

그 때부터 춘성 노스님도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장좌불와 수행을 열심히 하였다고 합니다.

 

또 금강산 마하연사에서 정진하던 때 이야기입니다.

마치 큰 바위같이 아무런 움직임도 흔들림도 없이 참선에 몰두하던 스님에게

하루는 어머니가 그 춥고 먼 곳을 찾아왔습니다.

스님이 "볼 필요 없다"하며 어머니를 만나 주지도 않고 그냥 돌려보내려 하자,

선방의 대중들이 들고일어나 "아무리 우리가 세상과 인연을 끊은 수행승이지만 철 수좌는 인정이 너무 없다"면서

어머니를 맞이하지 않으려면 그 곳을 떠나라고 하였습니다.

도반들에게 떠밀린 스님은 하는 수 없어 어머님을 등에 업고 이레 동안 금강산을 구경시켜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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