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성철스님

성철스님

敎當 2017. 3. 28. 15:01

어려서부터 남달리 책읽기에 열중하여, 동서고금의 주요 저서를 섭렵하다

 

성철 큰스님은 1912년 임자년 410일에 지리산 골짜기의 깊은 산골 마을인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에서 합천 이씨 집안에 태어났습니다.

꼿꼿한 선비로 알려진 아버지 이상언씨와 어머니 강상봉씨 슬하에서

일곱 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스님의 속가 이름은 영주(英柱)였습니다.

 

우리 마을에 개구쟁이가 하나 있었지.

돈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집 대문 밖에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제 아버지 이름을 부르곤 했어.

그러면 그 부모는 동네가 부끄러워서라도 아이에게 돈을 주었고,

그 아이는 그 돈으로 저 하고 싶은 것을 하고는 했제...

성철 스님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 개구쟁이는 뒤에 알고 보니 바로 스님 당신이었다 고 합니다 

아마도 그 개구쟁이는 어린 아이 처지로는

사기에도 벅차려니와 읽기에도 버거운 책들을 사 보려고 떼를 써서 돈을 얻어냈을 터입니다.

 

스님은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세살 때에 벌써 글을 익혀서 어른들이 보는 책을 읽었고,

다섯 살에는 집안 어른을 따라 백일장에 갔다가 장원을 하였으며,

소학교 때에는 서유기,삼국지연의같은 중국의 4대 기서를 사 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산모퉁이 양지바른 곳에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읽어내려 간 적도 있었습니다.

 

"내가 남에게서 배운 것이라고는 소학교 6년과 서당에서 배운 자치통감(自治通鑑)이 전 부여.

그것 말고는 다 혼자 공부해서 알았지."

 

성철 큰스님은 모든 것을 오로지 독학으로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그만큼 스님의 독서량은 엄청났는데 그것은 스님 열반 뒤에 발견된 '서적기'만 보아도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님이 스무살이던 때에 적은 그 서적기에는

스님이 그 때까지 읽은 팔십여 권에 이르는 책 목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행복론,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역사 철학, 남화경, 소학, 대학, 하이네 시집,

기독교의 신구약성서, 자본론, 유물론 따위로 동서고금의 철학에 관한 책이 주로 많습니다.

이 가운데 순수이성비판은 동경 유학생에게서 쌀 한 가마니를 주고 얻은 것이라고 하니

스님의 책에 대한 열정을 알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스님은 책읽기에 열중하던 가운데 더러 대나무 숲이나 넓은 밤나무 밭에 나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생각에 깊이 잠기곤 하였습니다.

아마도 읽은 책 내용을 곱씹어도 보고 삶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을 찾으려고 깊은 명상에도 잠기고는 한 듯합니다.

그러나 스님은 훌륭하다는 동서고금의 책을 아무리 읽어도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른 길을 찾으려는 스님의 정신적인 방황은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 시절에 스님이 보던 책에는 근원적인 문제에 관한 낙서가 눈에 많이 뜨입니다.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 영원의 문제는 스님이 결코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성철스님은 우연히 어떤 스님에게서 영가대사의 증도가를 얻어서 읽게 됩니다.

그 책을 읽는 순간 마치 캄캄한 밤중에 밝은 횃불을 만난 듯 했습니다.

", 이런 공부가 있구나."

그것은 참으로 큰 충격이었습니다.

 

스님의 서적기를 보면 알 수 있지만

그 때까지 스님은 불교 경전은 한 번도 대한 적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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