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나의 수행일지

전북 임실 성수산(聖壽山) 산행

敎當 2016. 4. 3. 12:45

진안 마이산 등산을 마치고 임실에 도착을 하니 저녁 6시가 조금 안 되었다.
매표소에서 성수산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마침 성수산 아래 주차장까지 가는 버스가 있었다.



성수리라고 적힌 것이 성수산 주차장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인데 첫차가 6:30분
그 다음으로 10:10분, 오후1:20분(성수리라고 안 쓰고 성수라고만 되어 있어서 정확하진 않다)
4:50분 그리고 막차가 저녁 7:30분에 있었다.
일단 다음날 아침 10시 10분차를 타고 등산을 하기로 하고 숙소를 찾아 나섰다.


임실에 도착을 하면서 느낀 것은 근처에 대규모 군부대가 있는지 군인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 눈에 띄는 모텔이 없었다.
터미널 바로 뒤편으로는 시장이 있었는데 군데군데 점포가 빠진 것으로 보아
그리 활성화 되지는 않는 시장 같았는데 주변을 걸어서 들러보니 우선 대형 교회가 많다는 것과
병원이나 의원이 많이 눈에 띄였고 먹는장사를 하는 가게가 많았다.
주변을 거의 2바퀴쯤 돌다보니 목욕탕을 겸한 여관(1층은 목욕탕 2층부터 숙박업)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건물로 들어서서 이층으로 올라갔는데 수맥이 흐르는 집이었다...에구..ㅠ


올라온 김에 일단 숙박료가 얼마인지 물어보았는데 카드는 4만원 현금은 3만5천원이라고 한다.
시설은 지금까지 잔 곳보다 안 좋아 보였는데 가격은 더 비싸다.
하긴 싸더라도 수맥 때문에 잠은 안 잘 것이었지만...ㅎㅎㅎ
시간도 있고 해서 주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반대편 언덕을 행해 계속 올라가니
새로 지은 듯한 건물의 모텔이 눈에 들어 왔다.
주인은 출타중이고 용무 있으면 전화를 하라고 써 있길래 전화를 넣었다.
연결이 되어 숙박료를 물어 보니 싸게(?)해서 4만원만 달라고 한다.
바로 옆에 있는 모텔을 가보니 여기에는 카운터가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사실 누구랑 함께 자는 것도 아니고 단지 혼자 잠만 자면 되는 것인데 숙박비는 아까웠다.

또 시설 좋은 곳보다는 기운 좋은 곳이 훨씬 더 좋았다.
지금까지 3만원이면 잘 수 있었는데 갑자기 4만원이라는 말에 적응이 안 되기도 했다.
여기에서 전주까지는 3500원이면 갈 수 있고 시간도 4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왕복해도 7000원이라 3000원이 남는다.
아무래도 임실보다는 전주가 음식도 괜찮고 잠자리도 낫지 않을까 하는 문제로 갈등이 왔다.
여행의 목적이 낯선 지방을 방문 해 알아가는 것이기에 결국 전주로 향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벌써 주변은 어두워져서 밤 8시가 넘어있었다.
터미널 근처라 숙박시설이 많이 있었는데 이면도로에 붙은 여관이 들어가니 조용했다.
건물은 오래된 듯 보였지만 인터넷도 되는데 하루 숙박료가 2만 5천원이라고 한다...ㅎ
이정도면 대만족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오면서 봐 두었던 한정식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에 진안에서 비빔밥 먹은 것이 오늘 하루 종일 먹은 것의 전부다...물은 빼고..^^
매운갈비찜과 맥주 한 병을 시켜 맛있게 먹었다.
맥주 한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게지는 체질에 한 병을 다 마시고 밥과 고기를 다 먹으니
포만감과 함께 행복감이 쓰나미처럼 밀려 왔다.
평일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식당에는 별로 사람이 없었는데 이젠 식당에는 나만 남아 있었다.
손님이 빠지고 한숨 돌린 주인아줌마가 등산을 왔냐고 말을 걸어온다.


임실의 성수산에 있는 상이암에 가려고 왔다고 하니 아주머니는
성수산은 잘 모르겠고 전주에는 모악산이 등산하기 좋은 곳이라며 산을 넘어가면
김제 금산사로 갈 수 있다는 정보를 알려 주었다.
숙소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니 버스를 타고 가기에도 그다지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금산사로 넘어가면 그곳의 교통상황이 어떤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였다.
전주 모악산은 다음에라도 올 수 있지만 성수산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오기 힘들 듯 했다.
그래서 성수산으로 가기로 마음을 정하고 잠을 청했다.


밤에 등산복 상의와 바지를 빨고 기수련도 하는 등 이것저것 하다 늦게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시간은 아침 7시 40분쯤을 지나고 있었다.
오전 9시에는 임실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할 것 같아서 간단하게 기수련을 하고 길을 나섰다.
터미널로 가니 마침 9시(20분 뒤)에 임실로 가는 버스가 있었다.
아침을 해결해야 하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주변을 보니 파리바게트 빵집이 있었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단 들어가서 살만한 것이 있나 봤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임실 가서 아침을 해결하기도 만만치 않은 시간이라 망설이고 있는데 김밥집이 눈에 들어 왔다.
급하게 김밥 한 줄을 시켜서 먹고 임실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임실에 도착을 해서 성수리가는 버스표(천원)를 끊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 졌다.
마침 옆에 농협매장이 있어서 간식으로 초코바와 영양갱(맞나 모르겠다)을 두 개씩 샀다.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미세먼지 탓인 듯)바람도 많이 불었다.
버스가 드디어 성수산에 도착을 했는데 주차장에서 나 혼자 내렸다.
천태산 주차장과는 너무 대조적으로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ㅠㅠㅠ



천태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처음 만난 안내판이다.


무작정 성수산 상이암을 가기위해 나선 길이지만 정보가 너무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성수산자연휴양림은 50년생 편백나무 12만그루로 이루어져 피톤치드로 인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인데 정보를 몰라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놓치고 지나가 버렸다.
내가 갔을 때는 전주 북문교회에서 단체로 버스로 온 것 같았다.
하산하는 길 좌측으로 편백나무가 일부 있었는데 기운을 당겨보니 너무 좋았다.
올라 갈 때는 사진만 찍고 그 내용은 잘 읽지 않고 지나친 것이 화근이었다.
자연휴양림이 있다는 것은 인터넷으로 봤는데 편백나무 얘기는 미처 보지 못 했기 때문이다.



등산하는 길 왼쪽에 있는 작은 규모의 편백나무 숲이 있었다.
막상 성수산 등산을 마치고 상이암까지 구경을 했는데 시간이 남았지만 12만 그루의
편백나무 숲에 갈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나가는 차편시간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길 따라 오르다 보니 임실군 전체 관광지도를 만날 수 있었다.


사실 이 관광지도는 임실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어야 옳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터미널 근처에는 임실이 아닌 전라북도 관광지 안내판만 있었다.
그래서 이 안내판을 보기 전까지 임실에는 변변한 관광지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등산로를 따라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갈수기임을 고려하면 수량이 많았다.
콘크리트가 아니고 자연석으로 쌓은 보(堡)가 인상적이며 자연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질고 착하고 지혜롭게 살려면 물이 많은 산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ㅎㅎㅎ



성수산 등산로 안내문이다.
비교적 상세하게 잘 나와 있어서 처음하는 산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일단 등산경로를 현위치라고 표시된 부분에서 시작을 해서
구룸재임도-구름재분기점-905고지-지장치분기점-성수산-암봉-계곡입구-상이암
이런 경로로 등산을 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산으로 오르기 시작을 하였다.



임도가 있어서 산에 오르기는 쉬운 반면 나무가 없어 어려운 면도 있었다.
장점이 곧 단점이고, 단점이 곧 장점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진달래꽃이 봉우리만 있고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다.
올 해 들어서 처음 보는 진달래 꽃봉우리라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남쪽이 따뜻해서 일찍 꽃이 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구름재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산길로 접어들 수 있는 길이 나왔는데 어디로 이어지는지 몰라
그냥 임도를 따라 걸었는데 자세히 보니 구름재 분기점 아래에서 합류가 되었다.
저 아래 보이는 것이 임도를 벗어나 구름재분기점에 갈 수 있는 길이다.



구름재분기점에 있는 이정표인데 대판리라고 표시된 곳으로도 임도가 이어져 있었다.
혹시 이 길을 따라 등산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대판리>를 검색했는데 없는 지명이었다.
여기까지는 임도를 따라 어렵지 않게 왔는데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 길을 따라가면 해발 905m 높이의 905고지가 나온다.



이날은 평일에 바람도 불고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등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넓은 산에 진짜 아무도 없고 나 혼자라니...ㅎㅎㅎ
결국 이날은 이 넓은 성수산을 혼자 전세 내어 등산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보니 도마뱀이 길을 막고 있었다.
예전에는 흔하게 보던 것인데 이제는 흔하게 볼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보통 산 정상이 시나 군의 경계를 이루듯이 이 성수산도 임실과 진안의 경계에 있다.



905고지에 도착을 했는데 <팔공산 가는길>이란 푯말이 보인다.
진안과 장수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1151m의 팔공산은 대구 팔공산과는 다른 곳이다.
이 표지판으로 보아 진안이나 장수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는 듯싶다.



드디어 성수산 정상에 도착을 했다.


구름재에서 거리로 3.3km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오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다.
다만 등산로 옆으로 동물이 금방 판 듯한 젖은 흙이 뿌려져 있고 작은 굴도 보였다.
바람도 불고 날씨도 흐렸지만 기를 운용하면서 가니 땀이 엄청나게 흘렀다.
간간히 좋은 기운이 나오는 곳도 있었는데 과거 다니던 평창에 있던 절의 산

그 기운이 비하면 사실 이건 기운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수산의 특징중 하나가 이처럼 조릿대(산죽)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
어떤 곳은 차밭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다소 을씨년스러운 풍광에 푸른 활력소가 되었다.



이곳이 암산이라 표기된 곳이다.
작은 돌무더기처럼 생긴 곳이었는데 이곳으로 하산을 해 보니 급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암산에서 하산하는 길인데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급경사인데다가 잘 부서지는 바위라서 바위 위에 흙이 쌓여 미끄러웠다.
그러다 보니 지반이 약해서 옆의 지지대도 많은 곳이 흔들리고 있었다.



능선 길을 따라 계곡입구까지 내려오니 보상이라도 하듯이 활짝 핀 매화가 반겨준다.
부지런한 벌은 벌써 꿀을 채취하려고 붕붕거리고 있다.
이 매화나무는 옛 가지와 새 가지를 구분하듯이 새로 나온 가지는 짙은 청색을 띠고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었고 순백의 매화꽃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서 상이암(上耳庵)으로 가는 등산이 시작되는 곳이다.



상이암에 관한 해설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이 길은 상이암으로 올라가는 옛길이고 지금은 차로 이동 가능하도록 포장된 도로가 있었다.



조선시대도 먼 옛이야기인데 고려시대 역사까지 간직한 상이암 가는 길에
이처럼 천 년 전에도 있었을 이끼가 세월을 고스란히 머금고 있었다.



인적 없는 이곳에서 나를 처음 반겨준 녀석이 이 다람쥐다.
사진을 좀 더 가까이에서 찍으려니 도망갔는데 나중에 다시 바위 위에서
먹는 포즈를 취해 주었지만 마음이 급했는지 아쉽게 흔들려 이 사진으로 대신 하기로 했다...^^



상이암에 들어서니 인적은 없고 이 나무만이 우뚝 지키고 있었다.


이 나무는 편백나무와 매우 비슷한 화백나무라고 한다.
편백나무 다음으로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삼림욕나무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우측으로 돌산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좋은 기운이 있었다.



어디를 가나 이처럼 왔다간 흔적을 바위에 뭔가 남기고 싶은 사람이 많은가 보다.



삼청동(三淸洞) 비석이 있는 전각이다.


이성계가 황산대첩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돌아가던 중 젊은 시절
도선암에서 무학대사와 함께 백일기도를 올려 하늘의 계시를 받았던 도선암(현 상이암)을 찾아 갔다.
도선암에서 간절히 기도한 끝에 용이 나타나 자신의 몸을 세 번 씻어주는 길몽을 꿨고
오색구름이 갈라지면서 맑은소리로 <삼수만세>라는 소리가 세 번 울렸다.


이성계는 그때 강렬하게 느꼈던 그 상쾌한 기분을 산청(山淸) 수청(水淸) 기청(氣淸)이라 해서 삼청이라 했고
하늘 바라보기로 아늑한 못(환희담)주위를 삼청동이라 명명하였다.
이후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이곳에서 하늘의 소리를 들었다하여
도선암을 상이암이라 고치고 자신이 삼청동이라고 쓴 바위를 어필각을 지어 보존하게 하였다.
또한 비각 뒤에 있는 바위는 아홉 마리 용이 여의주를 향해 모여드는 형국이라고 해서 기도터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 비각 뒤 바위위에 올라가는 길이 있어서 올라가봤다.
올라가서 보니 간이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고 좋은 기운이 나왔다.
몸의 탁한 기운이 빠지는 형국이었는데 탁기가 손으로 빠지면서 손 색깔이 검게 변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글씨임을 알려주는 비석으로 삼청동 비문 비각 옆에 서 있다.



삼청동이라는 비문에 얽힌 전설을 수록한 비석이다.



비문을 보호하는 비각이 낡아 주지스님과 신도들이 힘을 모아 다시 새롭게 단장을 했고
그 경위를 적은 것이 이 비석에 새겨진 내용이었다.



상이암 무량수전의 모습이다.



칠성각의 전경이다.



해월당 부도로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묘탑이다.



두곡당 부도로 석종형(돌로 만든 종모양)의 부도다.


상이암 부도(上耳庵浮屠)는 고승(高僧)의 사리(舍利)나 유골을 안치하는 묘탑(妙塔)이다.
부도(浮圖) 불도(佛圖) 부두(浮頭) 포도(浦圖)라고도 한다.
부도의 몸체에는 사리를 모신 스님의 법호를 새겨 넣는다.



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산신각이다.


여기까지 둘러봄으로써 상이암 여행은 끝이 났다.
따라서 버스를 타러 하산을 해 처음 내렸던 주차장에 도착을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 버스가 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여기 오면 사람을 만날 수 있거나 최소한 버스 시간표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버스시간표도 사람도 만날 수 없어서 무작정 걸어 나오기 시작을 하였다.



걸어 나오다 만난 간판인데 이런 정보도 실제로 처음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단 찍고 보았다...^^


시골 인심이 곡 정류장 아니라도 손을 들면 버스를 세워 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또 이 길은 외길이라 다른 곳으로 버스가 빠질 염려도 없어서 걷다보면 버스를 만나겠거니
무작정 시작된 시골길 여정이 정처 없는 나그네 신세가 되었다.



지도에서 성수산이라는 지명 아래 붉은색 점으로 표시된 곳이 처음 등산을 시작한 주차장이다.
성수산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이 지점으로 내려왔다가 버스가 언제 오는지 몰라

성수면사무소가 있는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는데 결국 성남저수지를 지나 초록색으로 표시한
30번 국도와 만나는 지점까지 오게 되었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ㅠ
이곳까지의 거리는 이정표에 6.5km라고 되어 있었고 시간은 이미 3시를 훨씬 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 30번 국도가 진안에서 임실로 가는 도로이고 또 진안에서 임실로 오는 버스가
4시50분에 진안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버스라도 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다시 이 성수산 가는 길과 30번 교차점에서 성수면사무소 쪽으로 걷기 시작을 했다.


성수면사무소 거의 다 온 지점에 버스정류장(지도에서 노란색원)이 있었다.
이젠 더이상 걷는다는 것도 의미가 없어서 정류장에 짐을 풀고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지도에서 빨간색 원과 초록색 원 사이가 6.5km이고 다시 노란색 원쪽으로 더 걸었으니
어림짐작으로 하산 하고 나서도 한 10km 정도는 더 걸은 듯하다.
이날 먹은 것이라고는 아침에 김밥 한 줄과 초코바 한 개 연양갱 한 개가 전부였다.
그런데 배고픔도 없고 걸으면 걸을수록 몸의 오른쪽 막혔던 부분의 기운이 점점 뚫리는 것이었다.
그러니 다리가 아픈 것도 없고 정신이 너무 또렷하고 잠시 쉬었더니 금방 기력이 회복되었다.


한 20분쯤 기다리니 어디 가는 버스인지는 몰라도 버스가 보였다.
나는 어느새 음악을 듣고 있다가 재빨리 접고 버스 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임실 가는 버스였는데 승객이 한사람도 없어 운전기사와 나 단둘이 가게  되었다.
오늘은 성수산도 통째로 빌리고 임실 가는 버스도 통째로 빌리는 재수좋은 날이었다...ㅎㅎㅎ
임실에 도착하니 동서울터미널 가는 버스가 6시50분에 있었다.
전주로 가서 분당 가는 버스를 탈까 여기에서 서울 가는 버스를 탈까 망설이다
시간을 보니 그냥 여기에서 저녁을 먹고 목욕하고 동서울로 가는 것이 나을 듯싶었다.


터미널 뒤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갈비탕을 시켰는데 너무 질겨서 못 먹을 형편이었다.
그래도 배가 고파서 억지로 먹으려고 했지만 아직 배가 덜 고팠는지 안 넘어 간다..ㅋ
그냥 밥을 열무김치(그래도 이건 맛있었다..^^)와 먹고 황급히 목욕탕으로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다.
10분 정도 탕에 들어가 있었는데 날아갈 듯이 가뿐하다.
드디어 서울 올라가는 버스를 탈 시간이 왔다....헉!
이번에도 승객이 없어 운전기사와 나 둘 뿐이 없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남의 기운으로 인해 방해 받지않고 편안히 올 수 있었다...^^

하루에 산 하나를 등산한다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닐지 몰라도
연속으로 삼일을 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불과 10년 전쯤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기수련에 정진해서 이만한 성과를 냈다는 것에 만족한 산행이었다.
이번 산행으로 몸에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는데 사실 이런 얘기를 해 주어도
믿지 못하거나 이해를 못하니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다음 주에는 또 다른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날씨도 좋고 꽃도 피는 4월이 벌써 가슴 벅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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