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도인과 선사

조주선사와의 대화

敎當 2015. 11. 2. 13:56

어느 화창한 날 스승님께서

토굴에서 유체이탈하셔서 제자들을 데리고

중국 조주선사에게로 가셨다.

 

조주선사: 어서 오십시오. 수행에 여념이 없을텐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스승님: 수행이 가고 오고가 없는데 무엇이 따로 필요하단 말씀입니까? 

조주선사: 태양이 내리 비치나, 그 빛을 보는 사람도 있고,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스승님: 눈을 뜨고 있는데 봉사도 있으며, 눈을 감고 있는데 천리안을 보는 자도 있소. 

 

조주선사: 빛은 빛이돼 빛이 아닌 것은 무엇입니까? 

스승님: 나고 죽음이 있으돼 영원히 사는 것은 무엇이요? 

조주선사: 깨달음은 어디 있으며, 또한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스승님: 내가 나고, 너는 너다. 

조주선사: 한꺼번에 깨치는 것이 낫겠습니까? 서서히 깨치는 것이 낫겠습니까? 

스승님: 깨침도 없으며, 깨치지 못한 것도 없소. 

 

조주선사: 바람앞에 등불이라는 것이 있는데

              등불이 바람앞에 존재 합니까? 바람이 등불앞에 존재 합니까?

스승님: 내가 아는 것이 다입니까? 내가 모르는 것이 다 입니까? 

조주선사: 우리라는 통념상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입니까? 

스승님: 너와 나가 없는데, 어떻게 우리가 있겠소. 

 

조주선사: 수행의 방편은 무엇입니까? 

스승님: 어제 냇가로 나갔더니, 물과 바람이 있어, 내 마음을 날려 보냈소. 

조주선사: 바람은 바람이고, 물은 물인데, 어디로 왔으며, 어디로 갑니까? 

스승님: 가고 오고가 없는데, 방향이 있을리가 있겠소? 

조주선사: 나의 깨닫는 경지가 어디에까지 이르러야 부처님의 경지를 볼 수 있습니까? 

스승님: 내가 납니다. 

 

조주선사: 세월이 무상하다 하여, 만물이 무상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이 세상에서 무상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스승님: 태어남과 죽음도 모르는데, 내 어찌 알겠소. 

조주선사: 깨침이 눈앞에 있는데, 그 경계가 어디까지 있습니까? 

스승님: 깨침을 안다는 것이 경계요. 또한 모른다는 것이 경계요. 

 

조주선사: (스승님께 큰 예를 올리며) 제가 수행함에 있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하고자 노력했건만 

              오늘에야 이르러서야 비로소 내 상속에 내가 빠진 것을 알았습니다. 

              부디 자주 오셔서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여 주십시오. 

스승님: 가르침의 세계란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데 어찌 주고 받음이 있겠소. 

            허나 그 신심을 잘 키우고 불심을 키운다면

            인연법에 의하여 때가 되면 부처님의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요. 

조주선사는 스승님께 천수차(하늘의 물로 끓인 차)를 내어 놓으시며감사히 예를 올리셨다.